포항 하늘 3일 간격으로 검고 붉게 물들어
안전보건종합대책 ‘무용지물’…1년 채 되지 않아 사고 발생
최근 연이은 사건·사고에도 사과나 해명 없어

13일 오후 12시 30분께 포항제철소 소둔산세 라인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 (금속노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3일 오후 12시 30분께 포항제철소 소둔산세 라인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 (금속노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세계적인 철강사이자 국내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안전경영’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화재·안전·환경 관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인근 주민들은 물론 환경단체, 노조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이어 발생한 사고를 보며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내놓은 대책은 그저 ‘말장난’이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오후 12시 30분께 포항제철소가 위치한 포항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스테인리스 제품을 산으로 세척하는 공정인 소둔산세 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화재는 2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인근 주민들은 대형화재로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흘 뒤인 16일 오후 3시 54분께 포항 하늘은 검은 연기 대신 붉게 물들었다. 원인은 쇳물을 담아 운반하는 ‘토페도카(TLC)’의 오작동 때문이었다. 쇳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특수 내화 처리한 토페도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쇳물이 밖으로 쏟아진 것. 이 과정에서 쇳물이 산화해 붉은색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았고 시민들은 화재로 오인해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포스코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는 순간이다.

◇ 포스코가 내놓은 안전대책…1년 채 되지 않아 ‘와르르’

문제는 포스코가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사고로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1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발생했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2018년 1월 25일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작업에 투입된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 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작업장 내 질소가스 유입 미차단 등 안전조치 소홀로 발생한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포스코는 해당 사고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론보도를 통해 약속했다. 사고 4개월 뒤인 2018년 5월,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예산으로 1조1050억원을 집행키로 했다. 안전유지를 위해 지출해온 비용 5453억원에 그 두 배가 넘는 5597억원을 증액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안전업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안전전략사무국’ 신설과 안전 전담인력 200여명 확충 등을 발표했다.

특히, 2018년 10월 포스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첫 개최된 ‘Safety With POSCO(안전하고 행복한 With POSCO)’ 구현을 위한 안전다짐대회에서 3실(실질·실행·실리) 차원에서 안전관리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내세운 해법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실질은 형식적인 활동보다는 재해를 실제로 예방할 수 있는 필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실행은 일상 업무가 곧 현장 안전 활동이 되게 체질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리는 핵심적인 근본원인을 도출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안전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고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으로서 ‘With POSCO’를 만들어 가는 근간”이라며 “때문에 포스코뿐만 아니라 협력사는 물론 모든 임직원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전에 대비하고 산업 전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안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역시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만드는 것을 언급하며 안전의 시작인 작업표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잠재적 위험 개소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선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9개월, 신년사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강조한 지 1달 만에 안전사고는 또다시 발생했다.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만드는 것을 언급했다. (포스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만드는 것을 언급했다. (포스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또다시 시작된 포스코의 사건·사고…환경단체·노조, 거센 비판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2월 2일. 신항만 5부두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동료 직원이 작동한 크레인에 끼여 숨졌다. 6월 1일에는 광양제철소 내 니켈추출 설비인 포스넵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7월에는 다수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7월 1일 광양제철소 1코크스 공장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제철소 굴뚝에 설치된 비상 밸브가 폭발 방지를 위해 자동 개방됐다. 이에 굴뚝 안에 석탄을 태운 가스가 외부로 방출되면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닷새 뒤인 7월 6일에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2공장에서 설비제어 시스템 이상으로 다량의 연기가 유출돼 인근 주민들이 또다시 불안에 떨었다. 7월 11일과 15일에는 포항제철소 코크스 시설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7일에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2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이와 함께 12월 24일에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단체와 금속노조는 포스코의 안전경영에 날 선 비판을 제기하며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 사고는 자칫 대형사고가 될 가능성이 크고 무방비로 두 시간 이상 배출된 유독가스로 인해 드러나지 않은 현장의 피해와 사고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고 당시 인근 주민들에게는 사고 소식이나 대피 안내도 전혀 없었다며 별도로 인근 주민들이 대응해야 할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고 촉구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측은 “사고 당시 청림동 등 인근 주민들에게는 사고소식이나 대피안내도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OCI 공장으로 몰려가는 소동과 함께 무방비로 상황을 지켜볼 뿐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이와 같은 사고에 대비하여 현장 노동자의 대피 매뉴얼과는 별도로 인근 주민들이 대응해야 할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역시 포스코의 유명무실한 안전경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언론에 2018년 중대재해 예방 시설물 보강에 3400억원을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노후 안전시설 개선 등에 382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전예산은 3830억원으로 보이지만 정작 2018년, 2019년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이사회 중요 의결사항에는 ‘안전예산’ 또는 ‘안전예산 증액’ 관련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은 올해도 상황은 같다고 한다. 올해 1분기 감사보고서 어디에도 해당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이번 달 연이어 두 차례 발생한 사고에도 포스코 측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고 후속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과 방지가 더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현장 안전점검이나 직원 교육 등 기본적인 조지조차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째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전예산으로 1조원을 투입한다고 언론에 보도했으나 해당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 공시자료에 없는 것은 물론 회사 측에서 어떤 시설이 바뀌었으니 참고하라는 공지 같은 것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달 연이어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식적으로 하던 입장발표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조차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포스코 주요 사건·사고. (자료 금속노조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포스코 주요 사건·사고. (자료 금속노조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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