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혈장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투입하는 치료법이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 초기에 주입할 경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은 혈장 주입 환자의 1% 미만에서만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이날 미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이 발간하는 `메이요 클리닉 회보`(Mayo Clinic Proceedings)에 실렸다.

WP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와 관련한 최대 규모 연구“라며 “혈장 치료는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추출해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건강을 회복한 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항체가 들어 있는데, 이를 위중한 환자에게 주입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혈장 치료법은 지난 100년간 홍역과 독감, 에볼라를 치료할 때 사용돼왔다. 앞서 지난 3월 미 식품의약국(FDA)은 혈장 치료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법으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미 전역 현장 의료진들이 혈장치료 시험을 진행한 결과다. 미 전역의 2천여개 의료기관이 협력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마취과 의사 마이클 조이너는 “연구 결과는 혈장 치료가 안전하고 비싸지 않으며, (혈장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명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험 초기에 참여한 환자 5천명은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이 부족했던 탓에 뒤늦게 혈장을 주입받아 치명률이 12%였다. 이후 시험이 확대되고 감염 초기에 혈장을 주입 받은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치명률은 9%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이번 혈장 치료는 FDA가 승인한 다른 코로나19 치료법과 병행됐으며, 대조군 시험도 없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연구는 혈장 치료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숙달된 데다 처음에는 중증 환자만 병원을 찾았지만 뒤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도 치료를 받기 시작한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이번 연구를 이끈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완치자 혈장 수급이 원활해진 만큼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중증 환자에게 혈장을 주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GC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혈장치료제가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해온 면역글로불린 제제여서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개발 속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1상 없이 내달 중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2상 또는 3상 시험을 시작할 방침이다.

최근 들어 완치자가 혈장을 많이 공여한 것도 임상시험 절차를 순조롭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1만800여명 중 169명이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을 공여하기로 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애초 계획대로 내달 시작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혈장 공여를 약속한 완치자 중에서도 채혈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더 많은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국내 환자들에 무상 공급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minseon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