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국내 경제 발전과 궤를 함께한 금호석유화학
선택과 집중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 올해 1분기 실적 ‘선방’
국내 및 해외 지원…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잊지 않아
R&D 집중 통한 위기 극복…증권가, 10년 만에 최대 이익 전망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 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열 세 번째 순서는 세계 일류 제품을 무려 20개나 보유한 국내 대표 석유화학社, 금호석유화학입니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례 없는 전염병의 유행,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제품이 있다. 바로 ‘마스크’와 ‘장갑’이다. 코로나19로 개인 방역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필수 물품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장갑의 경우 그 재질은 라텍스다. 국민들은 라텍스 장갑이 병원 수술실이나 반도체 생산라인 등 특정 현장에서 사용되는 물품으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제는 식당 조리사와 서빙 직원,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이를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라텍스 장갑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금호석유화학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얇으면서 강도가 높아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소재로 사용되는 NB라텍스 부문에서 글로벌 강자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NB라텍스는 이미 8년 전, 당시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돼 그 경쟁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출발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한국합성고무공업을 설립해 국내 최초 합성고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85년 금호화학과 합병해 지금의 금호석유화학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20년 현재 국내 중화학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국내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했다.

◇ 코로나19 위기 속 선방…선택과 집중 통한 NB라텍스 증설 ‘신의 한 수’

금호석유화학 역시 국내 산업화와 행보를 같이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경험하고 극복한 그룹 중 하나다. 두 차례 석유파동과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업들이 쓰러진 1998년 IMF.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9년 금융위기까지 여러 번의 난관을 극복하면 2020년 이 자리에 섰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국내 다수 기업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가 이들에겐 끝없이 이어진 터널 속의 어둠 그 자체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위기는 석유화학업계 전반에도 감돌았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올해 실적을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주요인은 바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의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8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2254억원을, 영업이익은 133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7.2% 줄어든 수치다. 반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한 1275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주력제품인 합성고무 부분 매출이 줄었지만 NB라텍스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 타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호실적은 거둔 이유는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개선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합성고무사업은 고원가 재고 해소 및 원재료인 부타디엔 가격하락과 NB라텍스, 고기능 합성고무(SBS) 등의 견고한 수요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합성수지 부문도 원재료(SM/BD) 가격 하락과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고충격폴리스틸렌(HIPS)의 견조한 수요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앞서 언급한 NB라텍스 덕은 박 대표가 그간 이어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합성고무로 만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NB라텍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했다. 2016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연간 20만톤에서 40만톤으로 확대했으며 2018년에도 15만톤을 추가해 55만톤으로 생산능력을 높였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연산 58만톤으로 세계 1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증설한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증설한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코로나19 속 사회적 책임…국민은 물론 국제적 연대 필수 강조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어려움에 부닥친 가운데 많은 기업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중 금호석유화학의 사회적 책임이 유독 돋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멈출 줄 모르던 3월,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장갑 200만장을 국내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와 경북에 발 빠르게 지원했다. NB라텍스 생산 1위 업체인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협력업체 ‘중홍보림(中红普林, ZhongHong Pulin)’, 말레이시아 협력업체 ‘센트럴 메디케어(CMSB)’과 협력해 마련한 120만장에 추가 구매한 80만장을 피해 지역에 지원한 바 있다.

여기에 박 회장의 특명으로 기업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통 큰 결정도 눈길을 끌었다. NB라텍스 장갑을 200만장 지급하고 한 달 뒤인 4월, 11개 계열사에 근무 중인 직원 2200여명에을 대상으로 직급·연차에 관계없이 100만원씩 지급했다. 그리고 박 회장이 하달한 특명은 바로, 서울을 비롯해 여수, 울산, 대전, 아산 등 각 소속 사업장 인근 상권을 중심으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피해를 본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려 22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지원한 셈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호석유화학의 행보는 국내에서 멈추지 않았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을 통해 네팔 쩌우리저하리 병원에 코로나19 구호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병상이 50개에 불과한 쩌우리저하이 병원은 그 규모에 비해 루쿰 주민 3만여명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으로 지역 봉쇄 조치가 내려져 병원 보급품 확보가 어려워지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박 회장은 쩌우리저하리 병원에 대한 지원을 밝히며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재난에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라…연구개발(R&D) 지속 추진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경쟁 우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가지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했다. 위기 이후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경제 역학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R&D 활동을 통해 경쟁우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라텍스 연구부문에선 장갑의 경량화와 화학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생산공정을 개발하고 장시간 작업에도 용이한 제품의 연구에도 역량을 집중 중이다. 또한 고무 연구부문에선 전방 산업 수요 회복에 대비해 타어이의 기계적 강도와 연비 향상시키는 연구와 합성수지 연구 부문에선 단열 성능을 기존 제품보다 한층 끌어올린 새로운 블랙 폴리스티렌(EPS) 제품과 준불연 EPS 패널의 연구를 마치고 올해부터 상용화에 나서는 등 다양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주력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계획도 수립하고 있는데 특히, 탄소나노튜브(CNT) 연구 부문에서 타이어용 기능성 고무 복합소재, 방열 및 전자파 차폐용 수지 복합소재 등 기존 주력 제품과 융·복합한 소재를 개발한다.

금호석유화학의 R&D 추진 전략은 앞서 박 대표가 밝힌 ‘선택과 집중’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검토해 성장 방향에 대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원가 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판매를 통한 수익성 제고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증권가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이 10년 만에 최대 이익을 달성한다는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주력 사업부문인 합성고무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고르게 성장해 실적 개선에 크게 힘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3678억원보다 57%가량 오른 5780억원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1208억원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올해는 10년래 최대 이익이 전망된다"며 "자동차·타이어업체의 가동재개로 인한 수요 개선 가능성과 NB라텍스의 중장기 성장성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전망처럼 금호석유화학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넘어 한 층 더 도약할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선택과 집중'으로 코로나19 속에서 선방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선택과 집중'으로 코로나19 속에서 선방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금호석유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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