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따져본다면?
고려할 변수 많지만...기차·버스 비행기보다 탄소배출 유리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이슈, 정말로 그런지 궁금한 환경 관련 궁금증을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확인해드립니다. 참고로 여기서의 환경은 에코나 그린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환경과 경제’의 합성어입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를 다양하게 제공하겠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첫 번째 주제는 ‘교통수단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은 서울시내의 뿌연 하늘 모습. 환경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자동차 탄소포인트제 인센티브를 2배 확대하고 참여 제한을 완화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내뿜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통수단들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할까. 사진은 자동차들로 가득한 광화문 광장 일대 하늘이 뿌연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011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 스위스 환경부장관 모리츠 로이엔베르크가 참석했다. 그는 스위스부터 덴마크까지 약 1,000Km거리를 기차 타고 건너와 회의에 참석했다. 글로벌 환경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행동이다.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교통이나 항공 이동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인류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변화분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국제 전략 커뮤니케이션 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7일을 기준으로 일일 탄소 배출량은 2019년 평균 대비 170억 kg 줄었다. 연구진은 경제 각 분야 중에서 육상교통운송과 항공 분야가 23.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교통수단들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할까. 1:1 비교는 사실 쉽지 않다. 교통수단마다 연료가 달라서다. 비행기는 제트유나 항공용 휘발유를 쓰고 자동차는 휘발유와 경유 또는 LPG를 사용한다. 게다가 교통수단이 이동할 때마다 사람을 몇 명이나 태우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해 비교하기 어렵다.

국토 사정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다르다. 앞서 언급한 유럽의 경우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비교적 먼 거리라도 시간 대신 탄소배출을 고려해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는 선택이 가능하다. 여러 나라 곳곳으로 퍼져있는 거미줄같은 선로망은 유럽의 특징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실제로는 섬나라와 유사하다. 해외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가더라도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선택지가 없어서다.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무조건 기차를 타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큰 틀에서 교통수단별 탄소배출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그 기준에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한다면 비행기나 기차 중에서 무엇을 타야 탄소배출이 덜할지 추측해볼 수 있다. 참고할만한 자료는 과거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에서 발표한 교통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다. 생태환경문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부에서 엮은 책 <녹색상담소>에도 이 숫자가 소개된 바 있다.

인류가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은 모두 다르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은 모두 다르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고려할 변수 많지만...기차·버스는 비행기보다 탄소배출 유리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제일 많고 그 다음 SUV와 중형차, 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고속버스 순서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이나 유럽에 가려면 현실적으로 비행기가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탄소배출량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다만 우리나라 안에서 중거리 또는 장거리로 이동할 때는 위 기준을 활용해볼 수 있다.

그 기준에 따르면 고속버스 > 고속열차 > 중형차 > 비행기 순서다. 만일 서울에서 대전까지 약 165Km를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비행기는 23.1Kg 중형차는 21.45Kg 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3.2Kg 고속버스는 8.25Kg의 탄소를 배출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물론, 공항이나 역 또는 정류장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어떻게 이동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비슷한 조사가 과거에도 이뤄진 적이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교통정책심의회 환경분과 중간보고에 따르면 식재료 1톤을 1Km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이산화탄소 발생계수가 철도 21g, 선박 38g, 트럭 167g, 비행기 1510g을 기록했다. 조사 방법과 기준에 따라 수치의 차이가 있으나 기차와 비행기 사이에 적잖은 차이가 발생한다는 공통점은 발견된다.

위키트리도 과거 생태여행 관련 컬럼에서 ‘서울에서 창원까지 항공기로 왕복 이동하면 111.7㎏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만큼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면 1인당 1739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위키트리는 열차는 14.8㎏ 348원, 승용차는 156㎏이 발생해 2434원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205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넷 제로(탄소중립)’ 도시로의 변환을 선언하면서 ‘그린 모빌리티’(친환경 교통수단)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2022년까지 4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자전거 도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거리가 얼마인지, 몇 명이 타고 있는지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5명이 탄 승용차와 1명만 타고 있는 기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효율성’ 면에서는 오히려 승용차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특정 교통수단이 다른 수단에 비해 비환경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탄소배출 평균량이 적은 교통수단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이동간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제는 필요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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