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실천 필요한 때...우리 삶과 행동 변화시켜야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여러분은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금의 아이들 세대가 중장년이 되어서야 마주할 미래의 숙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중요성은 잘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려니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뒤로 미뤄두고 있나요?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의 날을 맞아 인류의 숙제를 짚어봅니다.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점검하고 그동안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수많은 경고를 돌아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1년에 하루만 날 잡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들입니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처음으로 UN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이날은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 첫 번째 국제회의였다. 회의에서는 인간환경선언을 발표하고 UN 산하에 환경 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그로부터 2년 후, 1974년 5월 4일 ‘단 하나의 지구’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최초로 ‘환경’을 주제로 한 박람회가 열렸다. 미국 워싱턴의 스포케인 강에서 열린 박람회에는 전세계 560만명이 참석해 산업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이후 1987년 6월 5일 유엔환경계획에서 114개국의 정부 대표가 모여서 환경파괴에 대해서 처음으로 회의를 연 날인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하고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유엔환경계획에서는 세계 환경의 날 해마다 환경보호에 관련된 슬로건을 선정해 발표하고, 전 세계를 돌면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세계 환경의 날을 법적 기념일로 정하고 다음 해 ‘온 누리의 생명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으로 서울에서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올해 환경의 날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주제로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에 대해 논의한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세기 동안 이어져 왔고, 실천을 위한 다짐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48년 전 스웨덴 그 후, 세계 곳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코로나19 혼란 틈타...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속수무책

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 (사진 그린피스 빅터 모리야마)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둔화한 틈을 타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삼림 벌채에는 속도가 붙었다. 사진은 화재로 인해 불타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그린피스 빅터 모리야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세계 경제가 둔화한 틈을 타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삼림 벌채에는 속도가 붙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원 INPE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인 아마존의 산림은 올해 들어 4월까지 무려 서울시 2배 면적이 불법 벌채로 파괴됐다.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속도다. 산림손실은 전년 동월 대비 1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의 파괴는 왜 더 빨라졌을까? 삼림벌채의 증가는 지난해 1월 자이르 보우소나로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특히 두드러졌다. 보우소나로는 환경규제를 철회하고, 불법 삼림벌채에 대한 벌금 면제, 환경법 진행예산 삭감, 정부 내 과학자들의 역할을 축소했고, 환경 NGO 단체들을 비난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브라질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는 ‘개발’을 우선시하겠다고 했다. 히카르두 살레스 환경부 장관은 “언론이 코로나19 보도에 집중하는 동안 문화유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무단 벌채를 감시하는 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인 이바마(IBAMA)라는 환경감시국마저 문을 닫았다. 이바마의 현장 직원 대부분이 취약 감염층인 노인이라는 이유다. 직원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위성으로 벌채를 감시하면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10월부터 무단 벌채 행위에 대해 벌금이 부과돼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령 정부의 잘못된 환경정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바마가 지난해 10월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을 포함한 브라질 전국의 삼림 지역에서 수천 건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실제로 집행된 것은 5건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 제품 쓰면 ‘그린슈머’ 된다고? 친환경 제품의 이면

올해의 플라스틱 최다 배출 기업에 코카콜라,네슬레, 펩시코, 마즈, 유니레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료 Break Free From Plastic)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플라스틱 최다 배출 기업에 코카콜라,네슬레, 펩시코, 마즈, 유니레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료 Break Free From Plastic)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떨까? 1980년대 사상 최대 기름 유출 사고인 엑손 발디즈호 사건 이후로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후 소비자들은 구매 시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고려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제품에 ‘지속 가능한’, ‘환경친화적’ 혹은 ‘책임감 있는’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실제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1999년에는 ‘그린 워싱’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됐다.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면서도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처럼 위장하는 대기업들의 태도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출시된 ‘친환경 제품’의 46.4%가 허위·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친환경 위장제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우리가 믿고 쓰던 친환경 제품들의 절반은 기업들의 광고 수단에 불과했다. 제품의 친환경적인 ‘일부’에만 초점을 맞추게 하고, 결국 이를 생산하는 환경 등에 미치는 전체적인 여파는 숨긴 것이다.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의 예를 들어보자. 코카콜라는 전 세계 환경단체들의 네트워크인 ‘플라스틱 추방 연대 (Break Free From Plastic)’가 지난해 51개국에서 진행한 쓰레기 수거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1만 1732개의 제품이 4대륙 37개의 나라에 걸쳐 발견됐는데,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3개 기업의 양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카콜라는 “오는 2025년까지 제품 포장의 100%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 캔과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일환으로 코카콜라는 ‘종이병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종이 포장 재료 개발자인 빌레루드코스나스(BillerudKorsn s)와 용기 제조업체 알파(ALPHA), 재생가능한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네덜란드 회사 아반티움(Avantium)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용기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종이병’은 외부엔 단단한 카드보드(cardboard) 층이 감싸고, 내부는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내용물을 보호한다. 내부는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화석 연료 대신 식물성 설탕을 이용한다. 일반적인 표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데 수년이 걸리지만 종이병은 1년이면 자연적으로 썩는다.

단순히 이 이야기만 보면 코카콜라가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종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삼림 벌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벌목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특정 부분만을 비추는 것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계산말고 진짜 행동 나서라”

(출처 그레타툰베리 인스타그램 @gretathunberg)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연설하고 있는 모습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gretathunberg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계산 말고 진짜 행동 나서라”라고 꾸짖었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 연설에서 “진짜 위험은 정치인과 기업 대표들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면서 “영리한 계산과 창의적인 PR 외에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툰베리의 말처럼 이제는 굳은 다짐이나 마케팅적인 언급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다. 기업과 정치인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든 아니든 한 번만 쓰고 버려지는 모든 물건은 지구에 부담을 준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일회용품을 가급적 쓰지 않고, 기업은 대안은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회는 텀블러, 장바구니 등 작은 실천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실제 아시아 지역은 ‘폐기물 제로 도시(Zero Waste City Solution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5개국에서 참여해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재사용을 통한 모든 자원의 보존, 그리고 제품과 포장, 타지 않는 소재의 회수 등을 실천했다. 말 그대로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참여 도시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400개 이상의 도시와 유럽의 지방 자치단체들이 폐기물 제로 도시를 선언하거나 할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지구는 이제 없다. 아낌없이 주던 지구는 줄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인류는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인간이 인간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세상의 생명체를 사랑하고 존중할 때 지구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지구를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환경의 날,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에 대해 ‘계산 말고 진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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