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있는 곳은 무조건 개발제한구역? “No!”
개발제한 구역 둘러싼 의견차 “환경 보호 vs 도시 성장”
꼼꼼한 관리, 두 마리 토끼 잡는 지혜 필요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입니다. [편집자 주]

 
개발되지 않은 녹지 지역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개발제한구역들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정해지고,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진은 개발되지 않은 녹지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6월 1일부터 12일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무허가 건축, 불법 용도·형질 변경 등 불법행위를 집중 수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최근 3년 간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가 2017년 2016건에서 2018년에는 2316건, 그리고 지난해에는 3629건으로 계속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기도 특사경은 무허가 건축물을 짓거나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 동식물관련 시설이나 농수산물보관시설 등을 물류창고 또는 공장 등으로 불법 용도변경하는 행위, 주차장을 불법으로 만들거나 허가받지 않은 물건을 불법으로 쌓아두는 행위 등도 수사할 예정이다.

쉽게 정리하면, 규정상 개발제한구역인데도 불법으로 개발을 진행한 사례가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런 구역들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정해지고,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자연이 있는 곳은 무조건 개발제한구역? “No!”

국토는 쉽게 말하면 ‘땅’으로 이뤄져 있다. 산도 있고 논도 있고 숲도 있고 도로도 있지만 큰 틀에서 모두 땅이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땅을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우선 용도지역에 따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으로 나뉜다. 도시지역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되어 있고 체계적인 개발과 관리 등이 필요한 지역이다.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자연환경이나 생태계 및 문화재의 보전과 수산자원의 보호, 육성 등을 위해 필요한 지역이다.

용도지구라는 기준도 있다. 경관지구, 보호지구, 개발진흥지구, 특정용도제한지구 등으로 나누는 기준이다. 경관지구는 경치가 좋아 자연경관의 보전이나 관리가 필요한 곳을 뜻한다. 보호지구는 문화재나 중요시설물이 있어서 보존가치가 큰 곳, 개발진흥기구는 주거기능이나 상업기능, 관광기능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자연환경보전지역이나 보호지구가 그린벨트를 뜻할까. 그건 아니다. 이럴 때는 개발제한구역은 또 다른 기준인 ‘용도구역’으로 판단해야 한다. 용도구역은 개발제한구역과 시가화조정구역, 수산자원보호구역, 도시자연공원구역 등으로 다시 나뉜다.

용도지역은 토지마다 반드시 지정된다. 어떤 땅이든 그곳이 무슨 지역인지는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용도지구와 용도구역은 필요에 따라서만 지정한다. 용도지역이 토지 구분의 상위개념이고, 그 아래 필요에 따라 용도지구나 용도구역이 지정되는데, 개발제한구역은 용도구역에 따른 분류다.

해당 지역의 용도가 바뀌는 등의 변화는 쉽지 않으므로 주택이나 토지에 관한 정보를 살펴볼 때는 관련 내용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해당 내용은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홈페이지 첫 화면. 용도지역과 용도지구, 용도구역 등에 관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홈페이지 첫 화면. 용도지역과 용도지구, 용도구역 등에 관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그린벨트 왜 만들었나? “환경 보호와 군사적 고려”

시사상식사전과 두산백과 등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정된 곳을 말한다. 흔히 ‘그린벨트’라고도 부르며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법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그린벨트라면 무조건 환경과의 관련성을 떠올리겠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은 또 다른 고려도 있다. 군사적인 고려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 3조에 따르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거나, 국방부장관의 요청으로 보안상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발제한구역 지정이나 해제를 결정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관련 논의는 주로 환경적인 부분에 집중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약을 분석해 환경 파괴 우려가 있는 공약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상수원보호구역 및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완화 공약이 36건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녹지로 남겨놓기로 계획된 곳”이라고 전제하면서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지정한 곳이 이미 훼손되었으니 보호구역을 해제하자는 것인데, 일부 당선자들은 소명자료를 통해 해제되는 면적만큼 대체 숲을 조성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체 숲 조성이 부지 선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해제를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5월에도 "정부의 제3기 신도시계획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훼손하고 수도권 집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계획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 개발제한 구역 둘러싼 의견차 “환경 보호 vs 도시 성장”

환경단체 등의 주장과 다른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니라 개발금지구역이며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편집해가는 ‘나무위키’ 사이트에도 해당 주장이 게재돼어 있다. 

그린벨트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ubc울산방송은 “울산은 그린벨트가 도심을 둘러싸고 있어 도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도했다. 울산 전체 면적의 25.4%가 그린벨트인데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에서는 “그린벨트가 설정되던 시절에 비해 인구가 늘어 도시 확장의 필요성이 커지지만 그린벨트 면적은 그대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발제한구역이라고 영원히 개발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제한구역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8년 5월에 이르기까지 총 46차례에 걸쳐 규제완화를 실시하여 개발제한구역 내 개발 허용범위를 확대해 왔다.

그 기간 동안 주민생활 편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토지이용 및 건축물 신·증축의 규제완화, 공공 및 공익시설의 허용범위 확대, 그리고 체육·여가시설의 설치허용 등을 시행했다. 규제완화는 도시계획법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건축물·공작물의 종류 및 규모, 토지형질변경의 범위, 건축물의 최소 대지면적 등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녹지가 조성된 모습. (서울시 제공)
환경을 보호하면서 토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책적 숙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시하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녹지가 조성된 모습을 설명한 조감도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꼼꼼한 관리, 환경과 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 지혜 필요

최근에도 관련 변화가 있었다. 지난 2월에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다. 해당지역 내 주민 불편해소 등 규제 개선 관련 내용을 담았다.

과거에는 지역조합에만 허용하던 개발제한구역 내 농산물 판매 등을 위한 공판장을 모든 조합으로 확대해 품목조합도 해당지역에 공판장을 설치할 수 있다. 도심내에 택배화물 분류시설이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도시철도 차량기지 내 유유부지에도 택배화물 분류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보급이나 미세먼지 감축 등을 위해 자동차 전기공급시설, 수소연료공급시설을 개발제한구역 내 주유소 및 액화석유가스 충전소의 부대 시설로 설치하는 것도 허용된다. 실외체육시설이 시·군·구별 설치허용 물량보다 부족하면 2022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한편에서는 그린벨트의 제대로 된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녹지로 지정해놓고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아 마치 버려진 공간처럼 여겨진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는 과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환경포럼에서 “그린벨트 지역 소유자들은 거주보다 투기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주정하면서 “개발조건이 완화되어도 외지인이 주인이어서 투자가 안 되고, 지정 이후 훼손되거나 원래 목적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단순히 녹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습지 등 환경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요소들도 많다. 그 이면에는 대도시 위주로 인구가 집중되는 사회적 현상과 그에 따르는 개발 문제가 얽혀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토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교집합을 꾸준히 찾아내는게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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