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첫 협업...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협업과 경쟁 이어가는 사업적 동반자 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한다. (양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회동' 이후 보름여가 지났다. 양사가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그림을 그려갈 것인지에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양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깜짝 회동 후 보름여가 지났다. 양사 행보가 국내 산업과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병철·구인회 이후 국내 재계 최강의 듀오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제기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가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 숫자가 큰 의미를 가질 때도 많다.

나이가 비슷하다는 건 동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뜻이다. 같은 사회분회기에서 자랐고 똑같은 교육과정으로 학교를 다녔으며 사회를 뒤덮었던 큰 이슈를 비슷한 나이대에 경험하면서 성장했다는 의미다.

영어의 ‘Friend’와 한국어 ‘친구’의 어감 차이는 바로 그 나이에서 나온다. 한국에서의 친구는 대개 ‘같거나 비슷한 학년 출신’을 뜻한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나이 차이가 적을수록 심리적인 거리 역시 더 가까워질 확률이 높다.

이재용(68년생) 부회장과 정의선(70년생) 수석부회장은 이런 기준으로 보면 국내 주요 재계 인사 중에서 가장 비슷한 또래다. 이들은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과 각각 8~10세 차이고 롯데 신동빈 회장과는 나이 차이가 더 많다.

물론 두 기업인의 깜짝 회동과 협업 논의가 단순히 ‘서로 비슷한 또래여서’ 이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자는 국내 제조산업 핵심분야고, 완성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이며 업종·산업간 폭넓은 협업과 합종연횡은 최근 산업계의 큰 트렌드 중 하나이므로 양사의 만남 역시 이런 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

다만 양사가 국내 산업의 대표주자라는 점, 두 기업 CEO가 정부나 재계 행사 등이 아닌 단독 만남을 통해 사업관련 논의를 한 것이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라는 점, 그리고 이재용과 정의선 두 사람이 서로 비슷한 또래라는 점이 모두 얽혀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 협업과 경쟁 이어가는 사업적 동반자 될까?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재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오간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삼성의 배터리와 전장부품, 자동차용 반도체 등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어울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적극적인 현대차와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가 협업하면 양사 모두 시장에서의 지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다.

경영자 개인의 행보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과거 국내 재계를 이끌었던 이병철 삼성 창업자와 구인회 금성사 창업자 이후 국내 재계 최강의 듀오가 될거라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은 나이는 다르지만 1921년 같은 반 동급생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절친한 관계로 발전해 사돈까지 맺었다. 이병철 회장 차녀 이숙희씨 남편이 구인회 회장 삼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다.

1968년 삼성이 전자산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당시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이던 금성사와의 관계가 다소 서먹해졌고 이후 양사는 전자시장에서 지금까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내 산업을 이끌었던 1세대 기업인 시절의 이병철·구인회는 국내 재계 ‘투톱’이자 친구였으나 이후 치열한 경쟁자가 된 묘한 관계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 기업을 앞서 이끌게 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사업적인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양사가 이른 시일 내에 눈에 보이는 협업 성과를 발표하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두 사람은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났고, 당시 삼성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현대차에 소개했으며 현대차 경영진이 삼성SDI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는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앞으로도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이른 시일 내 탑재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주요 전기차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중이다. 이 가운데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작년 말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현대차는 주요 전기차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중이다.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는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바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삼성전자·현대차 첫 협업...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장기적인 전망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오간다. 일부 언론 등에서는 단순한 부품 탑재 등을 넘어 양사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폭넓은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자동차와 미래 모빌리티 확산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배터리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장비나 IT기술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다. 이런 경향속에 자동차 기업들은 국경과 산업을 넘나들며 다양한 기술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역시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 대표 기업이지만 관련 산업에서의 공식적인 협업은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업 논의 목적으로 단 둘이 만난 것도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재계 총수 모임 등에 함께 참석한 경우는 있으나 양사만 따로 만나는 자리는 없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전례도 없다. 이런 배경과 국내 재계에서 두 사람이 갖는 무게감 등을 감안하면 양사의 만남이 단순한 환담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우세하다.

양사는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 다만 회동 자체에 대해 현대차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각각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제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 대표주자인 현대차 CEO의 ‘깜짝 만남’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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