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주위 BIPV
정부 제로에너지건축 정책과 함께 시장 전망 ‘밝음’
서울시, 내년도 BIPV 청사진 구상…민간보급 확대

BIPV가 적용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출처 쌍용건설)/그린포스트코리아
BIPV가 적용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출처 쌍용건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건물 사용 에너지와 생산 에너지 합을 0(Zero)으로 만드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하자 자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를 보다 확대하는 다양한 정책까지 합쳐져 가정용 태양광 발전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등 각 지자체의 태양광 발전 보급 정책이 증가하는 추세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그리고 전기요금까지 아낄 수 있는 이른바 ‘1석 3조’의 장점을 지닌 태양광 발전은 가정용(주택 또는 공동주택)의 경우 베란다나 지붕에, 빌딩 같은 건물은 옥상에 별도 구조물을 세우고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의 미관이나 일정한 부지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있다. 바로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이 그것이다. 특히 도심에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주거형태가 공동주택(아파트) 비중이 큰 국내 환경에서 새로운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 이름부터 생소한 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대체 무엇일까.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는 쉽게 말해 태양광 발전 전지가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즉, 건물 위 또는 넓은 평지가 아닌 건물 외벽면, 창호, 유리창에 태양광 발전 전지 모듈을 설치해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 BIPV는 대체 어디 설치돼 있나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BIPV란 단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설치된 건물의 외벽이나 유리가 태양광 발전 전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하면 떠오르는 검푸른 빛의 특정 건축물과 차이가 있다. 실제 BIPV가 설치된 건물을 자세히 보지 않고선 평범한 유리창과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국내에 BIPV가 적용된 건물들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랜드마크에도 BIPV가 적용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이다. 옥상과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면적이 5500㎡에 달하는 이곳은 총 3279개 태양광 패널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건물 내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전기는 건물 전체 전기 사용량의 4~7%를 책임지고 있다.

해당 건물은 유리로 된 외벽이 일자가 아닌 지그재그 형태로 생겼는데 하늘을 향한 면은 30도 각도로 설계돼 햇빛에 최대한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일사량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 발전상 하절기 전기 생산량은 크게 증가한다. 더울수록 에어컨 등 냉방장치 사용으로 건물 전체의 전기 소비량이 마냥 증가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구조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 자체 발전으로 소비하는 전력 소비량을 상쇄할 수 있다.

하루 20여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 역시 BIPV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제2교통센터 지붕 위쪽에는 총 400kW 정도의 규모로 BIPV가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는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외벽에 BIPV가 적용했고 서울 종로구 94빌딩과 송파구 가든파이브, 강동구청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곳들에 실제 적용된 경우가 많다.

◇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BIPV 전망 ‘맑음’

BIPV 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 태양광 발전 선진국에서는 BIPV를 설치한 건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주별로 관련법이 마련돼 있고 바덴뷰템베르크 주의 경우 2008년 1월부터 신축 및 증축시 에너지 수요량의 2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해 BIPV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대표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BIPV 산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BIPV 시장도 전망 역시 밝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세계 BIPV 시장은 2017년 550MW(10억달러)에서 2022년 2140MW(34억달러), 2026년에는 5587MW(7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도 2023년까지 521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의 경우 건물 부분이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이 의무화되는 등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 주목된다.

2025년부터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대상이 500㎡ 이상 공공건축물, 1000㎡ 민간건축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되고 2030년에는 연면적 500㎡ 이상 민간·공공 모든 신축 건축물로까지 시행되어 앞으로 국내 공공 및 민간 건축물에도 BIPV를 적용한 사례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외벽 수직형에 70%, 지붕 일체형에 50%의 설치비를 지원하고 올해는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보급사업 우선 선정의 혜택을 지원하고 신제품 KS 인증 비용을 80%까지 지원해 향후 보급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BIPV가 적용된 서울시 강동구청 (강동구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BIPV가 적용된 서울시 강동구청 (강동구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서울시, 지자체 최초 BIPV 보급 사업 추진…내년 민간부문에 확대

이처럼 각종 정책 효과로 BIP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보급 사업을 추진, 올해 8월까지 총 3곳에 시범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강남구 소재 ‘아리빌딩’, ‘알파빌딩’과 양천구 소재 ‘세신교회’ 등 3곳이 그곳이다.

3개 건물 외벽에 총 141㎾의 컬러형 태양광이 설치될 예정이다. 건물당 연간 1만4000~5만4000kWh 규모의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이를 통해 연간 114만원에서 700만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온실가스를 연간 53톤 감축하는 것으로 30년산 소나무 약 8000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건물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해 차세대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앞서 3월 서울시는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산정 지침’을 개정 고시해 보급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다. 종래에는 BIPV의 경우 발전효율로만 신재생 의무 이행 여부를 평가해왔다. 가령 발전효율이 높은 일반 결정형 BIPV 1장을 설치할 경우 디자인에 특화된 반면 발전효율이 낮은 BIPV는 3장을 설치해야만 했다. 그 결과, 발전효율이 높지만 투박한 외관의 일반 결정형 BIPV가 주로 설치돼 BIPV 선택폭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 고시로 면적에 따라 동일 실적으로 인정돼 건축주의 BIPV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다양한 지원과 사업을 토대로 내년부터 BIPV를 민간 보급 사업까지 확대·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민간 분야에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도 BIPV 민간 보급 사업을 위해 지원기준이나 시공기준 등 보다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기술용역을 발주해 놓고 계약 단계에 있다”며 “이달 중 착수에 들어가면 10월쯤 종료되어 내년도 관련 예산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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