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 속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달성
2대 걸친 ‘뚝심 경영’…코로나19 속 성과의 원천
세계시장 악재 속 투자는 지속·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뉴 비전 선포 LG화학,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할까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일곱 번째 순서는 마침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LG화학입니다. [편집자 주]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70년 이상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실력을 키워왔습니다. 이번 위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생존을 넘어 우리의 능력을 더 알리고 성장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때입니다”

지난달 6일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강조하며 했던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휘청이던 1998년 IMF를 비롯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등 국내 기업들은 수많은 난관을 겪어 왔다. 그리고 2020년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는 물론 사회,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해외 및 국내 생산 공장이 멈추고 국가 간 이동이 금지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 것.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굴지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누구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흑자를 본 기업을 손에 꼽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세상은 이번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침울한 상황만은 아니다. 앞서 신학철 부회장의 말처럼 다소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꿋꿋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코로나19 이후 성장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LG화학이다.

◇ 코로나 펜데믹 속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LG화학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전지사업 적자 폭이 축소되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1157억원과 영업이익 2365억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9%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해서 해당 실적이 저조하다고 평가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시장 전망치인 1424억원보다 약 66% 높아 업계에서는 ‘깜짝 실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518억을 기록해 전년 동기 1479억원 대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실적 방어와 함께 LG화학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더욱 주목 받는 점은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침체, 유럽 시장 성장세가 둔화 등 외부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27.1%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점유율 10.7%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세계 점유율 1위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에 일본 파나소닉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점유율에서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2대에 걸친 전기차 배터리 ‘뚝심’…코로나 사태에서 빛 발휘

업종, 분야에 상관없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생존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LG화학의 이러한 성과는 단시간에 나온 것이 아니다. 2대에 걸친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대한 ‘뚝심’이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대 역할을 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故 구본무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2차 전지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故 구 회장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2차 전지를 낙점했다. 1992년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2차 전지를 처음 접하고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서 이를 연구하게 했다.

당시 이러한 故 구 회장의 사업 투자에 의구심을 갖는 의견도 있었다. 수년간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故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러한 뚝심은 현재 LG그룹의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구 회장 역시 전기차 배터리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8월 구 회장은 대전시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아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3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미래 성장 동력 관련 기술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코로나 사태 불구 미래 성장동력 위한 투자 지속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포드·크라이슬러(미국 공장),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포르쉐(폴란드 공장)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세계를 주름잡는 자동차 회사들. 이곳에 LG 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러한 공급을 위해 LG화학은 총 7개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16년 말 폴란드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으며 2018년 1분기 가동을 시작했다. 유럽시장을 겨냥하기 위함이다.

폴란드 즉, 브로츠와프의 공장 가동으로 ‘오창(韓)-홀랜드(美)-남경(中)-브로츠와프(歐)’ 으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순수 전기차 연간 117만대(7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다.

LG화학은 당초 연간 15GWh 규모의 폴란드 공장 생산규모를 70GWh 증설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라는 매서운 바람은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하였다. 코로나19는 외화 조달 여건도 경색시켰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LG화학은 금융권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앞서 계획한 폴란드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는 쾌거를 올렸다.

LG화학은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5.5억유로(한화 약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 계약식을 갖고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에 드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올해 배터리 분야 시설 투자에 약 3조원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완성하게 됐다. 이에 앞서 폴란드 공장 인근 부지 등을 314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하는 등 LG 화학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출 줄 모른다.

언제 사그라지지 모르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종결 후, 폴란드 공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코로나19 이후 준비…다양한 포트폴리오 확보와 신소재 집중 공략

LG 화학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섰다. 최근 럭셔리 전기차 업체로 주목 받는 미국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와 본격 손을 잡고 올해 하반기부부터 2023년까지 ‘루시드 에어(Lucid Air)’ 표준형 모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

이미 LG화학은 기존 대형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위 20개 중 폭스바겐 GM 등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종래 루시드 모터스 등이 주도하던 원통형 배터리까지 손을 뻗치며 전기차 분야에서 배터리 타입과 관계없이 공급체계를 구축,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진한다.

LG화학이 단순히 공급체계에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소재 부문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신소재 생산능력(캐파)도 확대한다. 특히 주목되는 소재는 탄소나노튜브(CNT)다. LG화학은 전남 여수공장에 CNT 1200톤을 증설하는데 작업이 완료되면 총 캐파는 1700톤으로 1위 업체 1000톤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어 제품의 효율성이 상승한다. 기존 카본블랙 대비 약 10% 이상 높은 전도도를 구현하는 CNT를 통해 도전재 사용량을 약 30% 줄이고 그 줄어든 공간에 필요한 양극재를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생산한 CNT 대다수를 자체 배터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미래 투자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 잘 나타난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화학을 뛰어넘는 ‘뉴 비전’ 발표…코로나19 종결 후 LG화학의 변화

최근 LG화학은 회사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뉴 비전(New Vision)'을 선포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취임 2년 차, 새로운 비전을 내놓은 2006년 이후 14년만이다.

LG화학은 과거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현재는 석유화학을 포함해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부문을 성장축으로 하는 회사다. 올해 1분기 LG화학 실적을 보면 총 매출 7조1157억원 중 전지 부문과 첨단소재 부문, 생명과학 부문 등 비석유화학 부문이 48%에 달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게 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는 물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흐름 속에서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화학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에 따라 사업 분야별로 변화를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장동력이었던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각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체질 개선인 셈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이산화탄소 저감,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여기에 전지 부문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공동연구를 확대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e-모빌리티 혁신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첨단소재부문은 양극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배터리 소재 사업 발굴을 위해 글로벌 소재 업체와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생명과학부문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타겟 발굴 및 알고리즘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암세포 변이 예측 프로그램 보유 기업과 협업해 항암 치료 백신 개발 중이다.

사업 전반에 걸친 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선다. 특히 이번 혁신의 포인트는 바로 ‘시너지 창출’이다. ‘과학과의 연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분야끼리 적응 융합해 그 효과를 낼 셈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가 실제 조직 운영과 연계될 수 있도록 리더십 육성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채용과 평가를 비롯한 인사제도에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전 구성원이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다양한 활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성과를 가시화하고 새로운 비전 전략을 구성한 LG화학. 이번 사태 종결 후 어떤 모습으로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신학철 부회장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신학철 부회장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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