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유리천장 지수에서 29개 회원국 중, 29위로 한국이 6년째 연속 꼴찌 차지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지수에 따르면 사내 여성비율, 육아휴직 등과 같은 성별 평등에 관련된 10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런 지수에서 6년째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은 한국여성 기업이 위에 있는 유리천장이 높고 두껍다는 뜻이다. 결국 여성들이 속해 있는 대·중·소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남녀 성별 차이에 대해서는 녹록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CEO들이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2017년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CEO를 조사했다. 이중 여성 CEO는 21명이었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자수성가, 오너가 출신, 전문경영인 출신의 대한민국 여성 CEO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두번째 주인공 #우아한 #삼성 #이건희회장 #리틀이건희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사장 이다. 그녀들이 이끄는 기업의 방향성과, 경영방식, 앞으로의 전략, 행보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이부진 사장
이부진 사장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Most Powerful Women) 순위에 한국 여성으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87위로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다.

포브스 수석부사장은 "2019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위 리스트는 여성에 의해 이뤄진 거대한 발걸음을 되새기게 한다"라고 말한바 있다. 또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호감가는 여성CEO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34%로 여유있게 1위를 차지 했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다. 또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오너가 출신의 여성 CEO다.

재계에 따르면 이사장은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카리스마로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  실제로 자식들 중에 경영 수완과 실적이 가장 좋아서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 호텔, 면세사업...과감한 결단력 매출에서 드러나

앞서 이사장의 경영에 대한 과감한 결단력은 면세점과 호텔사업의 성과에서 면밀히 드러난다.

이사장은 호텔신라에는 2001년 기획부 부장으로 입사해 2011년 호텔신라 CEO로 취임했다. 이후 2011년부터 신라호텔과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2013년에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까지 선보였다. 2013년 11월 신라스테이 동탄점을 열고 2014년에 신라스테이를 100% 자회사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라스테이는 출범 3년 만인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호텔신라 호텔부문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면세사업에서는 2010년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 시키면서 화제가 됐다.

루이비통의 아르노 회장은 브랜드 이미지 실축을 우려해 공항 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결국 루이비통을 입점시켰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타 면세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도 재계에서는 높이 평가한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한 것. 이에 결국 특허권을 내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이부진의 전략이 현대에 통했다. 이후 용호상박의 두 기업은 결국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후 이사장의 면세와 호텔사업의 매출은 상승 곡선을 탄다. 호텔신라는 2019년 매출 34%, 영업이익 186%가 늘었고 면세사업은 매출 1조원을 내는 등의 쾌거를 이뤘다.

◇ 코로나 19, 이부진 승부사 기질로 잘 넘어갈까

이 사장이 경영사업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사업다각화다. 면세점 등 신규사업의 글로벌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의 경우 코로나19와 사드 등의 사회적인 이슈 로 중국 및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고전하고 있어 앞으로 이 사장이 어떻게 흑자로 돌려놓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번 고비만 잘 넘어가면 흑자 기조에 금방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 사업은 지난해까지 순항했지만 이번 코로나사태 확산으로 큰 피해를 봤다. 신라호텔은 이 사장의 기획부터 출점까지 이 사장의 손이 하나도 안간 데가 없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 각별한 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사태로 각 사업들의 성패가 재계에 큰 관심거리다. 이부진 사장의 주머니에 어떤 카드로 이번 고비를 잘 넘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 주주총회서 "코로나19, 변화에 능동적 대응...경쟁력 강화 할 것"

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인 지난 3월 19일 이 사장은 차분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로 제 47회정기 주주총회를 직접이끌었다. 그는 9년 연속 주주총회 의장을 맡아 직접 의사봉을 잡고 있다.

이 사장은 "연초부터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통·관광산업이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대내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면세 사업에서 사업모델, 지역, 채널, 상품을 다변화하고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기회를 발굴해 제한된 사업구조와 한정된 사업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호텔 부문은 상품력과 품질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위탁운영 방식을 통해 3대 브랜드의 국내외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호텔신라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와 호텔사업 모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면세와 호텔 사업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5조7173억원, 영업이익 295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018년보다 21.3%, 41.5% 증가한 수치다.

이 사장은 지난해 경영 성과에 대해서는 "면세사업 부문은 경영효율, 구매력 확대를 통해 국내 사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한편 세계 3위 면세점 사업자로 올라서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며 "호텔 부문은 상품력, 서비스, 품질 등 기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을 개선했다"고 했다.

 ◇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그의 미담, 적중해

이사장의 경영 미담은 많다. 과감한 직진경영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견고한 철학이지만, 그 안에 고객들의 안전을 위하는 마음과 융통성까지 존재하는 사례가 많아 인간미까지 넘친다는 후문이다. 이는 심지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사장은 대표 취임 첫해 신라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한복입은 손님을 거부 했다는 논란이 일자 당사자였던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2014년에는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출입문을 차로 들이받아 수억원대의 피해 변상금을 물어낼 위기에 처했는데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를 면제해줬다. 이부진은 당시 부사장에게 ‘고의로 일으킨 사고가 아닌 것 같으니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택시 기사의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변상을 취소했다.

또 2015년 메르스 사태에 환자가 제주신라호텔에 묵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접 제주로 찾아가 투숙객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숙박료 전액 환불에 항공료 보상 조치를 내린 다음 하루 3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호텔 폐쇄 결정을 내렸다.

2016년 제주도에 폭설이 내리자 신라스테이제주는 180여 명의 고객에게 객실을 열어주기도 했다.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는데 당시 이부진이 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 업계, 코로나19 사태 잘 넘기면...하반기 실적 기대해도 좋을 것

이사장은 최근 호텔 사업의 사업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코로나19로 부진해지자 호텔에 집중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해외 호텔사업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것인지, 국내에만 머무를 것인지는 이 사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호텔신라 인력과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평가’와, ‘호텔 증축 및 추가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감안하면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증권가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2017년 사드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2016~19년) 연평균 25% 성장했다"며 "호텔의 수익성을 개선한다면 코로나19사태가 지나가고 나서의 신뢰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사업의 성장은 면세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라며 "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업계는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면세점과 호텔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가져가던 이 사장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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