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 주력

올해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향후 임상 공개 등 다양한 이벤트 예상

산업을 이끄는 여러 업종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특색을 가지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K-POP이 문화컨텐츠를 주도하고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남다른 점유율을 보이는 요즘, 또 다른 ‘한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이들은 ‘보건안보 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국가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K-바이오 시대다. 해당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역사와 최근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더십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펜잘
종근당의 대표 장수의약품인 펜잘큐 (종근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약업보국을 실천하며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대화를 이끈 기업이 있다. 바로 두통약 ‘펜잘’로 잘 알려진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해외 제품에 의존하던 국내 진통제 시장에서 제품의 주권 확보를 위해 1984년 자체 개발로 펜잘 정을 출시했다. 펜잘이라는 이름은 통증이라는 뜻의 영문 ‘PAIN’과 한글 ‘잘’의 합성어다. ‘통증에 잘 듣는 효과 빠른 진통제’라는 의미다.

종근당은 펜잘을 출시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정제 크기, 모양, 포장 형태 등을 개선해 나간다. 지난 2008년 12월에는 위해성 논란이 제기됐던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 대신 에텐자미드 성분을 추가해 안전성을 강화한 ‘펜잘큐’로 리뉴얼 했다. 리뉴얼 제품 출시와 동시에 기존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였다.

펜잘은 두통약 ‘펜잘큐’, 통증 완화 지속시간이 길어진 해열진통제 ‘펜잘이알서방정’, 생리통에 효과적인 ‘펜잘 더블유’ 등으로 나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펜잘은 해열 및 감기에 의한 통증, 두통, 치통, 근육통 등 각종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고 위장 출혈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다.

‘우수 의약품을 개발해 인류건강을 지키며 복지사회 구현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이념에 맞게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의약의 국산화를 실현한 종근당. 이제는 ‘바이오의약품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종근당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제약 생산 현장을 일일이 점검하는 고 이종근 종근당 회장
제약 생산 현장을 일일이 점검하는 종근당 창업주 故 이종근 명예회장 (종근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종근당의 창업주 故 이종근 회장은 1941년 서울 아현동에 종근당의 전신인 4평짜리 약국 ‘궁본약방(宮本藥房)’을 개업했다. 이후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한 어려운 시절에도 가공장을 짓고 진해거담제 ‘염산에페드린정’, 구충제 ‘산토닌정’ 등의 의약품을 생산했다.

‘세상에 없던 신약’과 ‘미충족 수요 의약품’으로 난치병과 불치병, 희귀질환을 정복해 국민의 건강 증진은 물론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경영철학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후 1956년에는 회사 이름을 ‘종근당 제약사’로 바꿨다. 창업주의 자신의 이름을 딴 이 제약사는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갖게 된다.

종근당은 1968년 국내 최초로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통해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다. 클로람페니콜은 일본, 미국 등에 수출돼 한국 제약산업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 또 1972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자체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금까지도 종근당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내며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신약과 개량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종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한 “종근당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라는 광고카피는 상업적인 면을 넘어 지금까지도 제약 산업 역사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창업주 아들 경영 이어가며 지난해 제약사 ‘1조 클럽’ 가입

종근당그룹 이장한 회장 (종근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종근당그룹 이장한 회장 (종근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종근당은 2013년 11월 2일을 기점으로 투자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존속법인 ‘종근당홀딩스’와 의약품 사업 부문 신설법인 ‘종근당’으로 인적 분할했다. 같은 해 12월 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되고 201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종근당그룹은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를 중심으로 13개의 국내 계열사와 4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그룹 내 상장기업은 종근당홀딩스,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이다.

종근당 그룹의 이장한 회장은 지주사 최대 주주로서 그룹 전체를 지휘하고 있다.

이장한 회장은 1976년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로슈 상무이사, 한국롱프랑로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부친 타계 이후인 1994년부터는 종근당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를 이끌어오며 현재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종근당 중앙연구소를 1995년 종합연구소, 2011년 효종연구소로 개편했고, 항암제 신약 ‘캄토벨’과 당뇨 신약 ‘듀비에’ 개발에 성공했다. 이 성과로 종근당은 200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신약개발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매출 첫 1조원을 돌파하며 제약사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이 높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근당은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로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과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

영업실적
종근당 영업실적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종근당은 연결기준으로 2019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9% 증가한 1조79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6% 증가한 5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777억원, 2018년 757억원, 2019년 745억원으로 각각 8.83%, 8.16%, 7.13%를 차지하고 있다. 자칫 제자리걸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종근당의 영업이익이 크게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개발비에 상당 부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 연구개발비 추이
종근당 연구개발비 추이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종근당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에 1370억원을 투자해 매출액 대비 12.7%를 지출했다.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20% 넘게 급증했다.

종근당은 이처럼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며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약품과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종근당
종근당 파이프라인 현황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종근당은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빈혈치료제 ‘네스벨’을 국내와 일본에 출시하며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네스벨은 2세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로,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네스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조 8000억원이며, 일본에만 5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혁신 신약후보 물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은 전임상과 임상 1상을 통해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이 최근 종료됐다. 올 상반기에는 CKD-506의 유럽 임상2a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08는 현재 비임상을 완료하고 상반기 내에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콜레스테롤 CETP의 작용을 저해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기전의 신약후보 물질이다.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CKD-701은 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25개 기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IND 승인을 받은 종근당의 첫 바이오신약인 항암 이중항체 CKD-702도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하며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힘쓸 방침이다.

 

코로나19 수혜로 ‘어닝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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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미생물 배양을 위한 접종 실험을 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로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종근당은 꾸준한 연구개발로 1분기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 2928억원,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56% 상승했다. 실적 상승이 예상되긴 했지만 코로나19 수혜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결과를 나타냈다.

종근당의 이 같은 실적 상승은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이 견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폐렴 백신 ‘프리베나’가 전년 대비 6배인 504% 증가한 147억원의 처방실적을 나타내면서 성장을 주도했다. 

‘프롤리아주’도 매출액 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5% 상승해 성장을 이끌었다.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는 급여 확대 이후 매출이 급성장하며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자리 잡았다. 위식도역류질환제 ‘케이캡’의 코프로모션에 따른 매출도 1분기에만 130억 원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케이캡은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중단 이후 성장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기존 제품인 당뇨약 지누비아, 고지혈증치료제 아토젯,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도 힘을 보탰다. 여기에 신규 도입한 비만약 ‘큐시미아’, 야간뇨 ‘미니린’, 피임약 ‘머시론’ 등도 빠르게 성장해 나가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주요제품의 꾸준한 성장과 신제품 및 코프로모션 매출 신장으로 외형성장을 기록했으며 꾸준한 R&D 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기인한 판관비 감소로 1분기 견조한 실적을 냈다”며 “R&D 모멘텀이 다소 아쉽지만, 하반기에는 CKD506의 임상 데이터 공개 등의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재경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종근당이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종근당의 올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조 1900억 원, 영업이익은 7% 늘어난 8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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