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공동체 '세종절전소'가 지난해 1월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1월 9곳이 추가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세종시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에너지 절약 공동체 '세종절전소'가 지난해 1월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1월 9곳이 추가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세종시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요즈음 신재생에너지란 말을 주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온실가스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 에너지원들은 최근 석탄화력발전 중심의 발전체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발전회사 역시 석탄화력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발전 설비로 전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펼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발전체계는 석탄화력 비중이 2018년 기준 52.5%에 달한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발전소가 아닌 절전소(節電所)를 짓는 것이다. 사실 짓는다는 말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말 그대로 에너지의 주 사용자인 국민들이 일상에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막는다면 그만큼 발전소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아껴야 잘산다”라는 과거의 구호처럼 무조건 절약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생활 습관과 연관된 작은 부분에서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알고 이를 실천한다면 생각 외로 많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역발상에서 시작된 ‘세종절전소’는 그 간단한 노하우로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시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절전 공동체 ‘세종절전소’

세종시는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자급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 주도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 공동체인 ‘세종절전소’ 사업을 지난해 1월 추진했다. 시민 주도적 에너지 절전 공동체인 만큼 주로 아파트 단지가 참여했으며 일상에서 절전을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2018년 10월 주민설명회를 열고 모집공고를 거쳐 사업대상지 4곳으로 새뜸마을 10단지, 가재마을 4단지, 범지기마을 9단지, 호려울마을 6단지가 선정됐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아파트단지 4곳은 에너지 절약활동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전문기관과 함께 절전소 운영 및 절전 교육을 지원받았다.

세종절전소 사업은 구체적으로 △단지 내 공용부분 절전활동 △입주민 대상 절전 교육 실시 △세대별 온실가스 컨설팅 △세대별 전기 소비 형태 진단 △승강기 내 월별 절감률 게시 △절전 분위기 확산을 위한 절전소 캠페인과 페스티벌 개최 △절전소 홍보물 제작 및 배부 등으로 추진됐다.

절전소 시범단지로 선정된 아파트단지는 전년도 대비 5% 내외 전력사용량 절감 등 에너지 절약목표를 수립한 뒤, 입주민 홍보를 거쳐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 절약활동을 자발적으로 시행했다.

그리고 목표와 같이 사업의 내용도 시민들이 모여 손쉽게 할 수 있는 실천방법이 주류를 이뤘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컨설팅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생활에 적용했다. △에어컨 필터 청소 △냉장고 적정온도 유지 △청소기 필터 청소 △멀티탭 사용 △비데 절전모드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지만 실천하기는 간단한 에너지절약 팁을 통해 '새는' 에너지를 막았다. 그리고 실제 사용전력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체감했다.

에너지절약은 공용 공간에도 적용됐다. 주민의 동의를 구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나 계단의 등을 보안과 안전이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선별적으로 소등하거나 고효율 LED 전구로 교체했다.

혹서기에는 가정 내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 물놀이장을 개장하거나 ‘무더위 쉼터’가 제공됐다. 매달 절전소별 날짜를 정해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10분 소등’ 캠페인을 벌여 전기 절약을 쉽게 실천할 수 있게 지원했다.

세종절전소 운영체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종절전소 운영체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주민들의 작은 실천…얼마나 많은 전기가 절약됐을까?

사업 추진 뒤 지난해 4월, 즉 4개월 동안만 보면 전력 사용량이 최대 6.5%까지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애초 목표인 5% 내외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결과, 시범 아파트단지 4곳의 공용 전력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전체 절감한 에너지는 30만kWh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로 전기세로 환산하면 약 4200만원에 해당한다. 시범사업에서 이 정도 성과를 거뒀다면 향후 제도가 정비되고 지원이 늘어나면 그 결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한여름 절전이나 절전퀴즈대회 등 함께하는 에너지 절약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만큼 전력사용량 감소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주민 참여형 사업이라는 특성의 효과다.

세종절전소는 실제 발전소나 플랜트를 세워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의의가 있다. 에너지 생산설비를 건설하기 어려운 곳이라도 에너지 자급률을 높임으로써 에너지전환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종시는 올해에도 세종절전소를 종전보다 확대해 추진했다. 1월 16일 시청 세종실에서 신규 ‘세종절전소’ 아파트단지 9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시범단지 4곳에 9곳이 추가된 총 13곳으로 늘었다.

신규 참여단지는 새뜸1단지, 새뜸4단지, 새뜸6단지, 새뜸11단지, 범지기1단지, 범지기8단지, 새샘6단지, 조치원자이아파트, 죽림신동아파밀리에 등이다.

시는 신규 아파트단지와 지난해 사업추진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아파트단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절전 실천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당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범지기 9단지 아파트 김운경 관리소장은 “해당 주민 주도적 절전 공동체 세종절전소에 참여하면서 공용부문과 전용부문의 절약활동을 통해 아파트 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며 “개인의 절약이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더 많은 세종 시민들이 참여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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