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투르크 지배받은 발칸반도 국가들 손씻기 비율 높아
제대로 손씻은 한국인 비율 고작 2%

손을 씻는 모습 (픽사베이 제공)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손을 씻는 모습 (픽사베이 제공)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TV를 틀어도, 라디오를 켜도 손을 잘 씻으라는 공익광고가 흘러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위한 예방수칙으로 마스크 착용과 함께 손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떄문이다. 사회 진보를 이야기할 때마다 걸핏하면 거론되는 선진국일수록 손을 잘 씻는 문화도 잘 자리잡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다. 

지난해 연말 발칸반도 서쪽에 자리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지역 언론 사라예보타임즈에는 “보스니아 사람들이 마침내 유럽에서 1등을 차지했다!(Bosnians finally First in Europe!)”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보스니아 사람들이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손씻기 습관을 지녔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에는 ‘세계 손씻기의 날(10/15)’을 맞아 갤럽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람들 가운데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과 비누로 손을 꼭 씻으십니까’란 질문에 ‘네’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96%에 달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터키(94%), 그리스・코소보(85%), 루마니아(84%), 세르비아(83%), 북마케도니아(82%) 등 발칸반도에 자리한 다른 나라들의 손씻기 비율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선진국이 즐비한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꼭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발칸반도 국가들에 비해 낮았다. 서유럽에서 손씻기 비율이 80%를 넘긴 곳은 포르투갈(85%)이 유일하다. 독일・스웨덴(78%), 핀란드(76%), 영국(75%), 스위스(73%)는 70%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오스트리아(65%), 프랑스(62%), 스페인(61%)은 60%선을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57%를 기록했다. 

국가별 손씻기 비율 1인당GDP 비교 (최진모 기자)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국가별 손씻기 비율・1인당GDP 비교 (최진모 기자)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네덜란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절반에 가까운 50%를 기록했다. IMF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1인당GDP는 5만3870달러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6010달러)의 9배에 가깝다. 손씻기 비율이 높은 북마케도니아(6410달러), 세르비아(7990달러), 터키(9680달러), 루마니아(1만3410달러), 그리스(2만850달러) 등의 1인당GDP도 네덜란드에 크게 못 미친다.  

부유한 선진국이라고 해서 손씻기라는 기본적 위생 문화가 잘 정착되지는 않은 모양새다. 사라예보타임즈는 기도를 드리기 전에 입, 콧구멍, 손, 머리, 발 등을 씻는 정화 의식을 거치는 이슬람 전통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오스만 투르크는 19세기까지 발칸 반도에 지배력을 행사했다. 

한국 사람들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진 손을 잘 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지난해 10월 공중화장실에서 1039명의 손씻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32.5%(338명)은 전혀 손을 씻지 않았다. 손을 물로만 씻은 사람은 447명(43.0%), 비누를 사용했지만 30초 이상 손을 씻지 않은 사람은 233명(22.4%)로 조사됐다. 물과 비누를 모두 이용해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을 씻은 사람은 21명(2.0%)에 불과했다. 

질병관리본부 (최진모 기자)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공중화장실 손씻기 실태조사 결과 (최진모 기자) 2020.3.10/그린포스트코리아

조사결과에 명시된 특이사항을 보면 '아이가 꼼꼼히 씻으려는 데도 대충 씻고 가자는 보호자가 존재’했고 ‘식당 유니폼을 입고서도 물로만 씻는 경우’도 있었다. 씻지 않은 손으로 머리단장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 비누로 꼼꼼히 씻는 경우가 다수’라고 기록됐다.

질본이 실시한 화장실 이용 후 손씻기 방법에 따른 손의 오염도 비교 실험에서는 비누와 물을 이용해 제대로 손을 씻은 경우와 물로만 씻은 경우의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피실험자A의 손은 손을 씻기 전 가장 깨끗했으나 물로만 손을 씻은 후에는 가장 많은 세균이 남아있었다. 반면 피실험자 C의 손은 손을 씻기 전에 가장 더러웠지만, 30초 이상 꼼꼼하게 물과 비누를 이용해서 손을 씻은 뒤에는 세균이 가장 적게 배양됐다. 

김밥 및 샌드위치를 만들고 먹는 상황을 재연한 실험에서는 손을 씻지 않고 만지거나 조리한 음식물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만진 음식보다 약 56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손씻기 여부에 따라 음식물의 오염도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고재영 질본 위기소통담당관은 “올바른 손씻기는 A형간염, 세균성이질,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평소 손을 잘 씻는 습관은 본인 건강은 물론 타인의 안전을 지키는 ‘스스로 하는 예방접종’”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역 당국은 요즘 손씻기를 비롯한 위생 관리에 신경써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9일 “개인위생수칙에 대한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주실 것을 당부를 드린다”면서 “손씻기 그리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그리고 생활 공간에서 자주 노출되는 그런 표면을 깨끗하게 닦기 등의 실천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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