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그린포스트코리아
영수증/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깝고 쉽게 접하는 영수증은 대부분 특수 종이인 감열지를 이용한다. 감열지는 종이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해 열을 가하면 색깔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잉크없이 글자를 새길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트, 편의점들은 이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 감열지에 색을 나타나게 하는 화학물질이 바로 비스페놀 A(BPA)이다. 그 외에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환경호르몬은 프탈레이트(phthalate), 노닐페놀(NP) 등 이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영수증 드릴까요'라고 하면 '네'라고 하면서 무심코 받은 한 장의 영수증이 피부를 통해서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영수증이 환경 호르몬 덩어리라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많이 없을 터. 몰라서 쓰는건 어쩔 수 없지만, 알고는 쓰지 말라는 취지에서 그린포스트 코리아가 영수증의 호르몬이 인체와 환경에 주는 피해에 대해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비스페놀A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피부를 통해서도 침투가 가능하고 미국, 프랑스,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비스페놀A에 대한 연구 결과, 유방암 발생률 증가, 정자 수 감소, 비만, 기형아 출산 등 우리 인체에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음을 밝혀냈다.

미국 환경단체 EWG에 따르면, 영수증 한 장에 들어 있는 BPA의 양은 캔 음료나 젖병에서 나오는 양보다 수백 배 많다.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열지를 5초만 만져도 피부를 통해 0.2~0.6ug(마이크로그램)의 BPA가 흡수된다. 또 먹었을 때와 만졌을 때 몸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다르다. BPA가 섞여 있는 과자를 섭취한 경우 섭취 후 5시간 뒤 소변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BPA가 검출됐고, 24시간 뒤에는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BPA가 묻어 있는 물건을 5분간 만진 후 소변에서 BPA를 측정한 결과 48시간까지 소변에서의 BPA 농도가 점점 증가했다. 실험 대상자 중 절반은 5일 후에도 BPA가 검출됐고, 나머지 절반은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BPA가 검출됐다. 이는 BPA는 먹을 때보다 피부를 통해 더 많이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를 입증하는 것.

앞서 201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은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의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조사를 통해 발표했다. 마트에서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졌을 경우 소변 중 비스페놀A의 농도가 근무 전 0.45㎍(마이크로그램)에서 근무 후 0.92㎍으로 약 2배 가량 높아졌다.

미국 미주리 대학(University of Missour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핸드크림을 바른 손으로 영수증을 만졌을 때에는 비스페놀A 수치가 2초만에 23㎍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갑에 영수증과 지폐를 함께 보관하면 지폐에도 비스페놀A가 오염될 수 있다는 결과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BPA를 음식물로 섭취한 경우보다 피부를 통해 흡수됐을 때 더 오랫동안 체내에 잔류한다"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훨씬 더 피부를 통한 BPA 흡수가 잘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습크림 등으로 손에 적정 습기와 유분이 유지돼 BPA가 흡수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BPA/최진모 그래픽 기자
BPA/최진모 그래픽 기자

◇ 정자수 감소, 불임, 성 조숙증까지 유발하는 BPA의 최후

환경호르몬은 생식능력을 떨어뜨린다. 현대 남성의 정자 수는 현저히 줄고 있으며, 여성은 생리불순, 생리통, 난소 증후군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 질환이 증가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9만 명이던 불임 환자 수는 5년 후인 2016년엔 22만 명으로 증가했다.

BPA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로 돼 있어 특히, 여성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생식 능력 저하, 성조숙증, 발달장애, 대사장애, 고혈압,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여아에게서 내분비계 교란을 통해 성호르몬을 조기에 상승시키고,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되어 뼈의 성장이 멈추고 키가 덜 자란다. 또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시기가 길어지며 성인이 된 후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400여 명이던 성조숙증은 2016년 8만6000여 명으로 늘었다.

계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만성적인 BPA 노출은 프로게스테론(생식주기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에 의한 착상과 초기 임신을 교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습관성 유산을 하는 임신부의 소변에서 BPA와 프탈레이트 등의 농도가 정상인보다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환경호르몬 노출의 제일 무서운 점은 배아 발달 기간에 노출이 되더라도 성숙할 때까지 뚜렷한 발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환경호르몬의 노출에 따른 위험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파란영수증 친환경? '절대 아니다'

과거 영수증 환경 호르몬 유발 이슈로 인해 파란 영수증을 쓰는 곳은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라는 거짓된 정보가 돌았었다. 하지만 영수증의 글자색과 친환경 여부는 전혀 상관없다. 파란색 영수증이 등장한 진짜 이유는 감열지에 들어가는 염료 생산 업체의 영업 중단으로 검은색 염료의 생산량이 부족해졌기 때문.

염료생산업체의 영업 중단의 이유로는, 감열지에 들어가는 염료 80%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 진다. 우리나라는 염료 10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0월 부터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 정책을 강화해 많은 염료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염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해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염료생산에 따라 발생하는 폐기물은 수질오염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까지 연결된다. 이에 우리나라는 일본 등에서 염료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파란색 글자가 찍힌 영수증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환경 문제에 치명을 입히는 영수증 때문에 현재 미국 일부 지역과 일본에서는 비스페놀A 영수증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비스페놀A에 대한 안전기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떠한 정책을 내놓지도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영수증 환경 호르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이슈였다. 하지만 미국, 일본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전히 영수증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다"며 "하루 빨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국내 영수증을 취급하는 기업들을 모두 중단 시키고 철수 시켜 국민들의 생활에서 빼야 한다.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영수증을 찾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 기업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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