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으로 생산된 고기 대체하며 시장에서 존재감 나타낼 듯

 
네덜란드 회사 모사미트는 배양육을 개발했다. (모사미트 페이스북 캡처) 2020.2.25/그린포스트코리아
네덜란드 회사 모사미트는 배양육을 개발했다. (모사미트 페이스북 캡처) 2020.2.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대체육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다른 한편에선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는 장점을 지닌 배양육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서는 배양육을 개발하려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근육 샘플을 확보한 뒤, 근육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내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2013년 네덜란드 업체 모사미트(Mosa Meat)가 처음으로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선보인 뒤 업계에서는 배양육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사 미트는 근육 조직 배양에 태아의 소혈청(Bovine Serum)이 필요해 소의 태아에게 고통을 줘야했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나 소혈청이 없이도, 산업적 규모로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상업적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모사미트가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를 만드는 데는 32만5000달러가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멤피스미트(Memphis Meat)는 4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양육을 활용한 미트볼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업체다. 지금은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배양육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첫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세계 곳곳에도 배양육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우마 발레티(Uma Valeti) 멤피스미트 CEO는 “동물을 기르고 동물을 먹는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체크리스트를 들고 고기를 고르고 있으며, 우리는 그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자리한 블루나루(BlueNalu)는 ‘세포 수분배양(Cellular Aquaculture)’란 방식으로 생선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남획, 해양 산성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양식이나 낚시를 통해 생선을 잡아 어육을 얻는 대신, 생선 세포를 이용해 해산물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업체 시옥미트(Shiok Meat)는 새우, 게, 랍스터 등 갑각류의 배양육을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카길, 타이슨푸드 등 세계 굴지의 식품 회사들이 투자에 나선 배양육 시장은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 두 회사는 멤피스미트 투자자 명단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컨설팅기업 마켓샌드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배양육 시장이 2025년 2억1400만 달러에서 2032년 5억9300만 달러로 확대되며 7년 동안 연평균 15.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컨설팅기업 키어니(Kearney)는 전체 고기 소비량 가운데 배양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 10%, 2035년 22%, 2040년 3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전통적인 고기 소비량은 2030년 72%, 2035년 55%, 2040년 40%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키어니는 “배양육과 고기 대체품 선호에 따라 전통적 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것”이라면서 “또한 생명공학기술은 우유, 계란, 젤라틴, 생선 등의 식품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물을 기르고 도축해서 고기를 얻는 방식보다 이렇게 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를 생산하는 쪽이 지구에 가하는 부담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배양육 기술은 축산업이 야기하는 여러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해 줄 방안으로 꼽힌다. 

모사미트는 배양육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선보였다. (모사미트 페이스북 캡처) 2020.2.25/그린포스트코리아
모사미트는 배양육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선보였다. (모사미트 페이스북 캡처) 2020.2.25/그린포스트코리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2016년 공개한 ‘2040 농림식품 미래기술 예측조사’에 에 따르면 지구 육지 표면의 30%가 가축 목초지에 사용되고 있으며,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65%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1만5500ℓ의 물이 필요하다. 또 1만3300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해당 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진은 “배양육은 세포공학기술을 이용해 가축의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사육을 하지 않고 고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며 동물애호가들의 염원이면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이성적인 식량생산을 위한 대체기술”이라면서 “(기존 사육 고기에 비해) 1%의 땅에 2%의 물만 사용하고 98% 이산화탄소 배출이 절감돼 친환경 대체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또 배양육은 윤리적이면서도 안전한 고기를 구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세계농업 2019년 3월호에 실린 ‘세계 대체육류 개발’에서 이현정, 조철훈으로 이뤄진 서울대학교 연구진은 “조직의 배양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생산공정 중 가축의 사육을 배제해 동물복지・윤리 및 환경문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부 오염이나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고 인수공통전염병, 식중독 등 여러 질병의 발생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어 보다 안전한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배양육 관련 기술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서울대와 세종대는 배양육 기술을 공동연구 중이고, 지난해 초 설립된 배양육 생산 기술 개발회사 셀미트(CellMEAT)는 최근 미국계 벤처캐피털 등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축산과학원은 배양육 기술에 관심을 나타낸 몇몇 기업들과 지난해 연말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양창범 축산과학원 원장은 지난해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양육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 배양을 통한 배양육 생산 방식이 안전성과 경제성은 지니고 있는지, 해외 업체와의 기술격차는 얼마나 벌어졌고 핵심기술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연구다.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중인 옥선아 박사는 “기본 기술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기초 단계의 연구”라면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배양육 생산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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