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변 이웃에게 던진 친환경 소비 인식과 습관에 관한 질문
“친환경 소비는 미래 위한 선물 아닌 지금 당장의 이슈”
인식 있으나 문제는 실천 습관, 당신은 어떻게 지갑을 열겠습니까?

쌓여있는 에코백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실제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지' 물어보았다.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관심 있다'고 답했으나 실천에 대해서는 답이 엇갈렸다. 사진은 에코백 모습.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하지만 ‘친환경 소비를 정말로 하느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갈린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지갑을 열까? 그러니까 이건 세계를 누비는 환경운동가들 얘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먹고 마시는 이웃들 얘기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마구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바다 속 환경이 오염되거나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막연하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물건이나 음식을 구입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덜 미치는 방법을 실제 고민하고 실천하는지 여부다.

‘친환경 소비’라고 하면 무언가 거창하거나, 아니면 불편하거나 또는 돈이 든다는 인식이 있다. 또는 그저 습관적으로, 아니면 별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소비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친환경 소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불편하지만 숙제처럼 해낼까? 아니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소비활동을 할까? 3040세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에 정말 관심이 있고 실천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 “친환경 소비요? 당연히 관심은 있는데...”

기자의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한명도 빼놓지 않고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관심의 깊이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자신이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이 덜했음을 고백하면서 ‘부끄럽지만’이라는 단서를 단 사람도 있었다.

올해 39살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모씨는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인 실천은 거의 하지 못하는 이중적인 인간이다. 귀찮다기 보다는 어색하다.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 전문가 박모씨(36세)는 “당연히 관심이 있다. 요즘 세상에 ‘나는 환경 관련 이슈에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거다. 문제는 가격이나 편리함에 타협하려는 습관이다.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하려면 알아보아야 할 것도 많고 솔직히 비쌀 확률도 높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자영업을 준비중인 43살 김모씨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과학 서적에서 인상적으로 남은 장면이 있다. 인류가 멸종하고 난 이후, 총천연색 플라스틱으로 덮여있는 미래의 지구를 상상한 장면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학교 교사 나모씨(39)는 깊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나씨는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인간관계나 회사일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인데, 내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은 호주의 코알라”라고 답했다. 나씨는 “환경은 내일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 “미래 이슈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 건강상의 문제”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뭘까. 응답자들은 “미래 세대에게 지구를 물려주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사는 문제”라고 답했다. 거창한 이유나 인류애적 관점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가 좋은 환경, 깨끗한 환경에 놓이고 싶다는 이유다. “환경이 미래 문제라는 건 옛날 얘기”라는 답변도 있었다. 다만,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던 사람이 자녀를 낳고 인식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

포토그래퍼 하모씨(40세)는 “간단하게 말하면 요즘 내 주변이 너무 더럽고 날씨가 이상하고 공기가 거지 같다. 환경이 미래라는 건 옛날 얘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자영업자 이모씨(45세)는 “거창한 관심사가 아니라 결국 건강 문제”라고 말하면서 “건강하고 싶어서 깨끗한 환경과 좋은 음식을 찾으려는 마음이 커졌다. 어쩌면 웰빙 열풍이 불었던 그 시절부터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싹튼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지모씨(37세)는 “미래 세대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문제라는 인식도 있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동식물에게 너무 큰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환경 소비와 버려지는 쓰레기 줄이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지씨는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큰 위기가 올 것 같다는 염려가 내게는 있다. 앞으로 ‘특이점’이 오면 아무리 손을 써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거진 에디터이자 워킹맘 김모씨(38)씨도 “지구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고 당장 내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처럼 큰 눈 한번 제대로 안 오는 겨울이 걱정된다. 매일 쌓이는 택배박스와 포장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분리수거 하는 날이면 괜히 뭔가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요즘은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친환경 소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식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부터라고 했다. 아이와 대화하면서 그런 경향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나랑 남편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한테는 좀 불편해도 좋은 거 먹여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엄마 왜 겨울인데 눈이 안와’ 이런거 물어보면 정말 기후가 바뀌는건가. 이런 고민들이 급하게 든다”고 덧붙였다.

영국 해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의 지구는 정말로 총천연색 폐플라스틱으로만 뒤덮일까?'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진은 영국 해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 “머리로 생각은 하는데, 실천 습관은 타의에 의해 주로 생긴다”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공통적이지만 실천에 대한 얘기는 각자 달랐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안 따른다는 답이 많았다. 습관의 문제다. 사람들은 ‘습관을 바꾸려면 스스로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속해있는 곳의 분위기와 주변 사람들의 성향, 제도적인 정책과 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주도에 사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모씨(40세)는 스스로에 대해 ‘환경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 습관은 없는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실천에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처음 출시했을 때, 오래 담가두면 찢어지고 식감도 이상하고 심지어 커피맛도 왠지 다르게 느껴져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벅에 가면 당연히 종이빨대를 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제도적인 규정이나 규제가 마련되면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에 조금 더 익숙해질 것 같다. 처음에는 불편해도 적응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IT개발자 신모씨(43)는 “(친환경 소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급한 문제들이 더 많다. 당장 오늘 할 일이 많고 피곤하다보면 당장 구입하는 물건의 포장재나 생산 과정 같은 것들에는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는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이모씨(43)도 “친환경적 소비가 옳다는 생각은 하는데 실천 했던 경험들은 대체로 타의에 의해서였다”고 말한다. 이 씨는 “카페에서 마시고 갈 때는 머그잔에 준다든지, 마트에서 비닐을 안 주니까 장바구니를 들면서 강제적으로 습관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과거 쓰레기종량제를 처음 시작할때도 그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에 이끌려 그런 습관이 들었다고 말한 사람은 또 있다. 숙박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37세)는 “카페를 가더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가는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늘 텀블러를 챙겨다니지는 않는다. 사람이 가방에 넣을 게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사무실에서는 일회용 컵을 안 쓴다. 속한 곳의 분위기도 중요한 것 같다. 이직해보니 종이컵이 없고 탕비실에 개인 텀블러를 놔두는 분위기여서 나도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 “악순환 고리는 지금 스스로 끊어야”

매우 적극적으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환경 문제가 당장의 큰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랬다.

앞서 ‘동식물에 대한 피해’ 얘기를 했던 지씨는 주기적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그곳에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생활 모습을 보고 환경소비에 대한 인식을 더욱 굳혔다. 지씨는 “그곳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훨씬 덜하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중요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사는게 우선이다보니 환경에 신경쓸 여력이 없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병에 걸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씨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생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소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기가 거지 같다’고 말했던 하씨는 “친환경 인증 받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한다. 직업상 가끔 페인트를 사용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친환경 페인트를 쓴다. 세제를 구입할때도 그렇다”고 말했다.

지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한다는 사람도 있다. 주부 안모씨(40)는 “지구가 소중하다거나 인류의 환경 같은 거창한 문제 보다는 사실 내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적인 소비에 신경쓴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구는 결국 내가 사는 곳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리정돈을 잘 안하거나 청소를 게을리 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집안에 곰팡이가 쓰는 것을 방치하거나 안방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안 되잖나. 개인적인 소비도 그런 관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 가치에 관심 많은 후배들, 더 많이 동참할 것”

시간이 흐를수록 친환경 소비에 관한 인식과 현실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질문에 답한 사람 중 가장 선배격인 주부 유모씨(49세)는 “우리 부모 세대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건 봉투값이 아까워서 였을 수 있지만 이제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인식 때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후배 세대일수록 사회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친환경 소비를 자주 권한다는 자영업자 이모씨(42세)도 같은 얘기를 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세대들이 친환경 소비에 관한 주위의 권유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이다.

이씨는 “바닷속 생물 얘기나 극지대 빙하 얘기를 하면서 친환경 소비 얘기에 열을 올리면 처음에는 다들 ‘뭔 소리야’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권유를 듣고 행동을 바꾸는 사람도 많다. 특히 10대나 20대들은 우리 또래에 비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아서 귀를 더 많이 기울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깨끗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것 조차 이제는 과거의 이슈라고 말한다. 물건을 살 때도 우리 곁을 생각해야 하는 것을 인식한다고 한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위의 눈만 의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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