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첫 외국어영화 작품상 수상
한국영화사 쾌거, 92년 오스카 역사상 첫 번째 기록 수립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 영화 '기생충'.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영화스틸컷)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영화사의 첫 쾌거이자 92년 오스카 역사상 첫 기록까지 세웠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고, 한 영화가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함께 수상한 것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 영화는 지난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으나 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가 가진 ‘자막의 한계’를 극복하고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기생충은 여러 기록을 새로 썼다.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최초다.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 동시 수상도 당연히 첫 번째 사례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도 1956년 이후 64년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세 번째 무대에 올라 마틴 스콜세지 등 거장 감독들에게 존경을 표한 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전기톱으로 잘라 오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끌어냈다.

이날 작품상 수상 후 무대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올라 소감을 전했다. CJ 자회사 CJ ENM이 '기생충'의 투자 제작을 맡은 인연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마지막 발언에서 “봉준호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놀라운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 봉준호는 자기 자신을 놀리지만, 절대 심각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소감 직후, 네티즌들은 '재계 인사의 마지막 인사가 영화의 주제의식과 묘하게 연결된다'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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