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감염된 볼바키아 미생물, 곤충 발생 조절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서 26종 볼바키아 감염 확인

볼바키아의 형광현미경 사진. 숙주 세포 핵(파랑색)과 세포질에 있는 볼바키아(연두색).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볼바키아 형광현미경 사진. 숙주 세포 핵(파랑색)과 세포질에 있는 볼바키아(연두색).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에서 곤충에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볼바키아(Wolbachia) 미생물 감염 실태를 조사하고 친환경 해충 방제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국가장기생태연구 하나로 농촌진흥청에서 201종 딱정벌레 유전자를 제공받아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볼바키아 미생물의 감염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딱정벌레 201종 유전자 중 12.8%인 26종이 볼바키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볼바키아 감염이 확인된 26종 중 산림 해충은 꼬마긴다리범하늘소 외 6종,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 해충은 오이잎벌레 외 2종이다. 볼바키아는 곤충류와 선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내 공생미생물로 세포질 불합치 등 4가지 종류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비교란을 일으켜 곤충 발생을 줄이기 때문에 현재 친환경 해충 방제에 활용되고 있다. 가령 세포질 불합치의 경우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암컷이 낳은 알이 모두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미국, 호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서는 볼바키아 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세포질 불합치)을 이용한 해충 방제로 곤충 매개 질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뎅기열 자연감염사례를 거의 0%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고 미국에서도 볼바키아에 감염된 숫모기를 살포해 방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빌게이츠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볼바키아 감염에 의한 성비교란작용을 이용한 모기 방제를 위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1억8500만 호주달러(한화 약 15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지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류 특정 종이 돌발적으로 대규모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 방제는 돌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곤충이 돌발적으로 대량 발생해 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향후 진화적으로 안정화되고 친환경적인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곤충에서 볼바키아 감염실태를 확대 조사할 계획이며 성비교란 작용, 그리고 생태계 내 상호작용과 응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친환경적인 해충 방제 방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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