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개발한 김소희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MD

김소희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MD (김형수 기자) 2019.12.19/그린포스트코리아
김소희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MD (김형수 기자) 2019.12.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윤리적 소비문화가 대두되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육식 대신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비욘드미트, 이탈리아 라이트라이프 등 해외 브랜드는 물론, 국내에서는 롯데푸드 등이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식품을 내놨다. 

사람들이 간편하게 요기를 하러 들르는 편의점 업계도 비건 시장에 주목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달 초 대체육 상품을 재료로 사용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베지테리언 외에도 건강, 환경보호 등을 목적으로 채식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소희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MD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약 15만명에서 지난해 약 150만명으로 늘어나며 10배 이상 성장했다”며 “아직 소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건 시장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CU는 채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관련 상품의 공급은 모자라는 불일치에서 비건 간편식의 가능성을 엿봤다. CU에 따르면 비건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국내에 350여곳에 불과해 채식주의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3종의 가격은 3000원 안팎으로 경제적 부담을 낮췄다.

김소희 MD는“국내 오프라인 비건 관련 상품의 공급이 채식주의자들의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지금까지 판매하는 간편식과 비슷한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상품으로 비건 먹거리의 접근성을 낮추고자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CU는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의 핵심으로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대체육을 꼽았다.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식물성 고기가 들어갔다. 쫄깃한 식감은 물론 풍부한 감칠맛과 육즙 등 실제 고기를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는 100% 순식물성 단백질 패티를 사용한 버거, 햄 대신 순식물성 고기와 유부를 토핑한 김밥, 오일 파스타와 단호박찜으로 구성된 도시락 등 3종으로 이뤄졌다. 버거와 김밥이 익숙한 편의점에서 흔히 봤던 상품이라면 파스타는 다소 낯선 메뉴다.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의 타깃 고객층이라 할 수 있는 비건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선보인 메뉴다. 

김소희 MD는 “여성 소비자들이 지닌 비건이나 채식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높기 때문에 파스타 도시락을 생각했다”면서 “햄버거와 김밥, 파스타 도시락까지 모두 고객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예전에는 ‘콩으로 만든 가짜 고기’ 정도로 여겨졌던 대체육 상품은 최근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콩으로 만든 대체육, 밀을 재료로 사용한 대체육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CU도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개발하며 여러 종류의 대체육을 사용했다. 
김소희 MD는 “원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맛과 식감이 모두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파스타에는 콩고기를, 버거에는 밀고기를 재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비건 소비자들의 특성까지 고려해 출시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는 출시된 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포켓CU 도시락 예약구매 서비스 대상 상품 중 채식주의 도시락은 2위를 기록하며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김소희 MD는 “채식주의 도시락은 애초 예약구매 서비스 품목이 아니었지만 고객들의 요청에 힘입어 출시 5일 만에 서비스 대상 상품으로 지정됐다”며 “실제 예약구매 서비스 시작 후 해당 상품의 매출은 30% 가까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이며 채식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CU는 향후 비건 간편식품에서 나아가 다른 먹거리 소수자들을 위한 식품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채식주의자 만큼이나 국내에서는 마음 편히 한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무슬림들도 그 대상 가운데 하나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데다 다른 고기도 이슬람식 도축방법인 다비하(Dhabuhah)에 따라 도축한 고기만 먹을 수 있어 국내에서는 적합한 먹거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8년 방한 무슬림 관광 실태조사’를 보면 무슬림 여행객들이 한국을 여행하며 꼽은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음식이었다.

할랄 메뉴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가면 할랄 음식점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다른 식당보다 높은 할랄 레스토랑의 식사 가격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CU는 1만300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촘촘한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김소희 MD는 “고객 반응에 따라 비건 먹거리 상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할랄도 요즘 뜨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관심있게 보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할랄 인증을 받은 라면을 해외직소싱으로 선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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