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⑤탈핵 선언 1년, 독일은 친환경 전기를 팔고 있다

[편집자주]사망 1만5천850명, 실종 3천287명, 전파 혹은 반파된 가구수 37만 세대, 피난민 약 4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은 잦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단결로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왔지만 이번만은 양상이 다르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과 그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동일본 대지진이 미친 영향들을 살펴보고 한국의 원전 진흥 정책과 대안,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 보려 한다.

①방사능 공포, 일본인 변화시켰다
②한국 정부가 바라 본 대지진, 그 후 1년
③환경단체들 "한국도 탈원전 시대로 가야"
④줄이는 일본과 늘리는 한국
⑤탈핵 선언 1년, 독일은 친환경 전기를 팔고 있다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이 대외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것은 지난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이지만 사실 독일의 탈원전 선언의 주춧돌은 40년 전부터 세워졌다.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BUND, 이하 분트) 대표인 후베르트 바이거(65) 의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을 찾아 현재 탈 원전을 주창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빠른 속도로 일궈가고 있는 독일의 현 상황을 알렸다.

총 19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던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노후 원전 8기를 즉각 운용 중단하고 1년이 지난 지금은 11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 마저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량 폐기한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대다수 국가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갑작스러운 원전 폐기 및 에너지 정책의 전환은 성패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견지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40년 역사의 지속적인 환경 운동과 이를 통해 축적해 온 정책적 기반, 즉 국가 주도의 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으로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보이는 1년간의 '포스트 탈 원전'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후베르트 바이거 의장은 "분트 활동을 통해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지시켰다"면서 "독일은 1986년 이후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있으며 핵재처리시설 건설 또한 1988년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바이거 의장이 속한 독일의 환경단체 '분트'는 1975년 창립된 단체로 현재 회원 및 후원자만 50만 명에 달한다. 이 단체는 1970년대부터 원전을 넘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이같은 활동들은 단순히 시민운동을 넘어서 정당 정치의 영역까지 확대돼왔다.

바이거 의장은 "독일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이 원전 대국인 프랑스로 수출된다"면서 "지난 한 해에만 원전 3기 분의 전력이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이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에서도 원전 3기 분에 해당하는 전력을 프랑스로 수출할 수 있었던 기반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은 제도적인 지원이다. 2000년부터 시행된 재생에너지법을 통한 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이다. 한국에서도 시행됐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유사한 이 법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공급이 의무화 돼 있으며 같은 전력이라도 재생에너지 사용에 우선권이 부가된다. 또한 20년간 발전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시장이 형성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필요 재원 조달이 원활해야 하는데, 독일의 경우 현실적인 기준에 맞는 전기세를 책정하고 그 금액을 재생에너지의 발전차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기세는 올라갔지만 이는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절전 생활화를 유도했다. 국민들이 원한 제도 자체가 생활 방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 및 지역 사회가 주도한 에너지 전환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독일 국민들은 원전에서 생성된 전기를 포기하려는 자구책으로 시민 이니셔티브를 통해 1994년 쇠나우 전기회사를 설립했다. 쇠나우 전기회사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공급 및 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회사로, 현재 독일의 4대 생태전기공급회사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분트에 따르면 쇠나우 사는 연매출 3천800만 유로(한화 약 570억원)를 내고 있다.

지역 사회의 역할도 컸다. 주민 수 2천500명 가량의 작은 마을인 독일 빌트폴드스리드 에너지 마을은 세 개의 작은 수력발전소와 990㎡ 부지에 설치된 2천759kWp 급의 태양광 발전시설, 5개의 풍력발전기 그리고 바이오 매스 등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마을공동난방 시스템 구축으로 마을 전력 수요의 250%를 생산하고 있다. 남는 전력은 외부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 마을은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사례로 회자된다.

독일 이외에도 스위스가 2034년까지 단계적 원전 폐기를 결정했고 베네수엘라, 필리핀, 태국 등은 원전 포기를 선언했다. 또한 최근 이탈리아는 신규 원전 도입 국민투표에서 94%라는 압도적인 반대 여론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반면 한국은 21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5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59%를 원전에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달 22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 회견한 이명박 대통령은 일문일답에서 "프랑스가 (에너지)자급율이 105%다. 옛날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의 모든 자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같은데도 50%가 된다. 그런 나라도 전력의 80% 이상을 원자력발전소에 의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독일이 원전을 폐기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가 다르다.EU와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독일 국영에 가까운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그냥 갖다 쓰면 된다"며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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