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계속되는 산불로 서울면적 10배의 아마존 훼손
'지구의 허파'가 화마에 무너지며 전세계인의 마음도 타들어가
메르켈, "전 지구적 문제,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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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kellansworld)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주선 기자]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심도 커가고 있다. 생태계의 보고이자 '지구의 허파'가 화마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세계인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화재 발생 지역은 브라질 북부와 북동부 지역으로 ‘아마조니아 레가우(Amazonia legal)’라고 불린다. 이 중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혼도니아, 호라이마, 마투그로수, 토칸칭스, 파라, 아크리 아마조나스 등 7개 주(州)로 28일 현재까지 서울 면적의 10배(95만 헥타르)가 훼손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15~17%에 달한다.

특히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 산불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방관하는 태도마저 보이자 G7 등 주요 국가들과 NGO, 셀럽(유명인사) 등은 브라질 정부를 비판하면서 화재진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마존 화재를 ‘전 지구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24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올려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24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아마존 화재가 논의됐다.(사진 G7 France)
24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아마존 화재가 논의됐다.(사진 G7 France)

◇국제사회의 노력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정상들은 26일 막을 내린 G7정상회의에서 아마존 화재 진화를 위해 2천만달러(24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CNN과 로이터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의 '설전'으로 인해 브라질이 이 지원금을 언제 받을지 불투명한 상태지만, 중남미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마존이 브라질의 영토이기는 하나, 지구 전체의 문제이며 지구의 허파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동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들이 모여 어떤 식으로 브라질을 도울 것인가에 대해 합의를 이끌었다면서 “기술적인 지원과 재정적인 지원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콜롬비아는 아마존을 끼고 있는 국가 간 보전 협약 체결을 원한다" 면서 "지구와 아마존의 보호는 곧 의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 복원과 산림자원 보호 등을 위해 약 15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화재 진화용 특수 항공기를 브라질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 #Pray for Amazonia

브라질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시민들은 ‘SOS 아마존’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28일 텔레수르(중남미 국가들이 공동설립한 방송매체)에 따르면 시민들은 브라질 정부를 비난하며, 아마존을 살리기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시위는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아마존을 지키기 위한 브라질 국민들의 열망은 ‘#Pray for Amazonia’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지난 23일(현지 시각)에는 포르투갈, 영국, 독일 등 각국의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아마존 화재진압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들은 아마존 산불에 대한 책임을 브라질 정부에 물었다.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마존 화재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자비 61억 원을 들여 아마존 포레스트 펀드(Amazon Forest Fund)를 설립했다.  (사진 Earth Allience)
2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아마존 보호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가 일어났다. (인스타그램 @barbara.r.cardoso)

◇ 셀럽(Celebrity)들의 기부행렬

세계 셀럽들도 아마존 살리기에 동참했다.

최근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아마존은 기후변화에 대한 ‘최선의 보호막’ 중 하나”라며 61억 원을 기부해 '아마존 포레스트 펀드(Amazon Forest Fund)'를 설립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영화배우 갤 가돗은 화재진압용 비행기 2대를 지원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60억 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 브라질의 의도적인 방관인가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는 화재진압에 미온적이다. G7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식민 시대의 사고방식”이라며 “브라질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NGO 단체가 고의적으로 화재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산불 발생 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우소나루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7%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야심 차게 추진한 경제·환경 정책이 실패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브라질 정부는 지난 25일 화재 발생 한 달 만에 “화재진압을 위해 4만여 명의 군 병력과 약 115억 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한다고 밝히며 뒤늦게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산불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대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국내외의 비난이 고조된 뒤에야 군 병력 투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보우소나루와 아마존의 악연

1월 보우소나루 정부의 출범 이후 브라질의 산불 발생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1~8월 사이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는 약 7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브라질 산불 발생 건수의 두 배에 해당하며 2013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관리를 담당하는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연구소(Ibama)도 INPE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올해 들어 산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어났지만 훼손에 대한 벌금은 오히려 작년보다 29.4%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정권은 지난해 대선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 아마존에 수력발전소, 고속도로, 다리 등을 건설하는 상업적 개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브라질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경 사범에 대한 단속을 축소하고 전문가들을 내모는 등 환경 훼손 행위를 방관한 결과"라면서 “환경보호보다 개발을 우선하는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화재, 정치적·지형적 문제가 얽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7일자 기사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정치적·지형적 문제에 막혀 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가 군 병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방대한 면적과 밀림 등 지형적 문제로 인해 진화 작업이 어려운 상태라는 것.

국제사회의 미묘한 '정치적 지형도' 역시 걸림돌이다. 브라질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아마존 화재를 ‘전 지구적 재앙’으로 규정하며 G7 정상회담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강한 적대감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식민주의 정신을 갖고 있다"며 비난했다. 또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해서 '내정 간섭'으로 치부하며 지원을 반대했다.
 
27일 AFP 통신은 브라질 정부가 G7의 지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오닉스 로렌조니 브라질 정무장관은 “제안은 고맙지만 그런 자금은 유럽에 나무를 다시 심는 데 쓰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라면서 파리 노트르담 성당 화재를 빗대어 “자신의 집과 식민지나 챙기라”고 비난해 당분간 아마존 화재를 둘러싼 브라질과 국제사회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eesu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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