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인천시 서구 거월로 61(백석동)에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발생되는 대부분의 폐기물을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가 있다. 폐기물 매립량이 2007년 508만톤을 정점으로 찍은 후 2012년에 320만톤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 2018년에 374만톤이 매립됐다.

문제는 이 쓰레기 매립장이 2025년 12월이면 문을 닫게 되어 새로운 대체매립지를 확보해야 하는 점이다.

2026년 1월부터 쓰레기 매립이 개시되려면 신규 매립 후보지의 선정, 주민공론화 절차 이행, 환경영향평가 및 환경오염 절감 계획의 수립, 매립시설 설계 및 시공 등 최소한 7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따지면 대체매립지 건설을 위한 골든타임은 지난 상황이다.

대체매립지를 확보해 적정한 절차를 진행시켜야 할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 등 4자 협의체는 아직까지 후보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실무국장급회의에서 이견만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미세먼지 대책은 대통령 공약과 관심으로 범정부적 미세먼지대책기구가 설치되고 미세먼지특별법 등 관련 8개 법령이 제·개정되어 추경예산까지 확보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매립지 확보는 국가적 과제는커녕 3개 시도지사의 주요 현안사항도 아닌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간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 것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되는 수도권의 생활쓰레기뿐만 아니라 사업장생활계폐기물, 건설폐기물 등 생활 및 산업 활동에 따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이다.

매립지와 관련된 사안들을 보자. 일차적으로는 폐기물 처리 책임기관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다. 그러나 매립부지 확보 및 입지 허가, 전용도로 건설은 국토교통부 소관 업무이다. 매립지 부지 구입과 매립시설 건설을 위한 재원의 확보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오염을 최소화한 위생매립시설 설치 허가는 환경부,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의 설치 등 후보지 주민들의 갈등구조 해결은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관련되는 사항들이다.

지역주민들의 폐기물 매립지 선정반대운동을 배출 지역 대다수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매립지 건설 지역 소수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라고 강 건너 불 보듯이 치부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입법부의 지대한 관심 속에 국무총리를 비롯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광역시장이 맞대어 긴급사항으로 해결책을 구해야 할 국가대책사업이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문제는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NIMBY, Not In My Back Yard)뿐만 아니라 민선자치단체장도 허가를 꺼리는 사업(NIMTO, Not In My Term of Office)이다. 최근에는 환경 NGO들이 전국 어디에 설치해도 반대에 앞장서는 사업(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갈등 사례를 보면 예정 부지 주변지역 주민들의 원천적인 반대로는 주민들의 찬반 의견 대립, 과다한 보상 요구, 인접 지자체간 갈등이 원인이었다.

반대 사유는 주민 의견수렴 부족 등 행정에 대한 불신감 팽배,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요구 증가, 잠재적 위험시설에 대한 공포감 확대, 혐오시설 입지에 따른 토지가 하락 등 경제적 손실 우려, 부적절한 입지 선정과 시설 설치계획 수립 시 지역주민 참여 보장 미흡 등을 꼽았다. 그중에도 주민들이 가장 큰 관심사는 재산가치 1호인 주택가격의 하락 여부다. 폐기물 매립지가 없는 서울 도심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지방의 후보지역 아파트 가격은 고정되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 그 누구도 폐기물 처리시설의 입지를 찬성할 지방 주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금년 6월 박원순 서울시장·박남춘 인천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정책건의문을 환경부에 보냈다. 입지 대상지에 전체 사업비 20% 수준의 특별지원금으로 2500억원 규모를 제공하고, 절반 이상을 국고로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들의 건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 9월 착수한 대체매립지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매립지 후보군 8개소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공개도 못하고 수정 보완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당장 서울시와 경기도가 대체 후보지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고, 환경부도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등을 거부했다.

이에 인천시는 수도권 쓰레기매립지가 1992년 인천시 서구에 문을 연 뒤 지금까지 27년 동안 서울과 경기 지역 쓰레기까지 처리해 왔다면서 주민들의 환경 피해를 고려할 때 인천이 더 이상 다른 지역 쓰레기까지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2025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쓰레기를 받지 않고, 인천시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매립할 자체매립장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체매립지 후보지 8개소는 서울시 지역에 없으니, 대체매립지가 확보가 안 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매립지의 잔여부지 106만 평방미터의 추가 사용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인천시를 압박하고 있다.

대체매립지 후보 지역이 많은 경기도도 최종 후보지 선정에는 관심 없고 잔여부지의 추가 사용만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폐기물 선별·분리시설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쓰레기매립지에 설치하는 사업을 재추진기 위해 올해 10월 건설·생활폐기물 분리·선별시설 설치사업 기본계획 보완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천경실련은 7월 24일 입장문에서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매립지공사 사장은 즉시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동상이몽이다. 현재 수도권매립장에는 시설 설계 당시 하루 처리량 1만2000톤보다 많은 1만 3000톤이 반입된다고 한다. 만약 쓰레기대란이 일어나 열흘 정도 각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찔하다.

필자는 2019년 3월 29일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다방에 ‘수도권 대체매립지 설치 서둘러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대체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쓰레기 배출 주민, 환경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반대 사유들을 두루 살펴 환경개선방안과 투명한 행정절차 등을 함께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추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매립지 후보지역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정부적  대체매립지건설추진단을 만들고 국회의 협조 아래 ‘수도권대체매립지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을 만들어 최종 후보지를 조속히 선정하고 최첨단 위생매립지의 건설을 착수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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