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서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주제로 토론회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6개월의 준비단 과정을 거쳐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립적 인사들로 꾸린 위원회가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재한데다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돼 있어 ‘요식행위’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영광, 울진, 경주 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산업부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위원회는 지난 5월 29일 논란 속에 출범했다. 당시 위원회가 꾸려진 서울 강남구 위워크타워 앞에는 경주·부산·영광 등 원전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출범 1시간여 전부터 집회를 열고 이해당사자가 배제된 위원회 출범을 비판했다.

위원회의 출범은 지난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지역주민,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해 5~11월 재검토준비단을 꾸려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위원회를 성토하는 의견의 핵심은 ‘이해당사자 배제' 문제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준비단 위원 15명 중 지역대표 5인과 시민·환경단체 3인이 이해당사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안을 제시해 20차 회의에서 가합의까지 이뤘지만, 21차 회의에서 산업부가 이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출범하기 전 6개월 동안 운영된 준비단은 재검토 10개 항목에 27개 의제를 합의 도출했다. 기본방향부터 원전부지 내 관리, 법제도와 기술개발 등 고준위 핵폐기물의 당면 과제들을 포함한 의제들이다.

준비단에서는 재공론화를 위한 1단계 의견수렴 과정을 전국공론화, 2단계 의견수렴 과정을 지역공론화로 명명했다. 이 국장은 전국공론화를 먼저 진행해야 하는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국공론화에서 중간저장시설의 설치 여부와 설치 시 형태(집중 또는 분산형), 영구처분시설의 형태 및 설치 시점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소위 중립적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출범으로 준비단의 합의 정신이 크게 훼손된 뒤 지역공론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등 준비단 정책건의서를 부정하는 시도가 커지고 있다”면서 “산업부는 준비단의 정책건의서를 충실히 이행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정부가 지난 2016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작성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계획안은 12년동안 핵폐기물 처리 부지를 확보하고, 연구개발에 24년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연구개발은 중간저장시설(7년)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실증연구를 동시 추진하고, 이후 인허가용 URL에 연구처분시설을 10년에 걸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계획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당시 현재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 해당 지역 사용후핵연료 시설 설치 반대였음에도 이를 무시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이해당사자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것이다.

부지선정(12년)과 연구개발(24년) 기간으로 36년을 책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현재 기존 임시저장시설의 수명과 포화 정도 등만 고려됐을 뿐 구체적인 계획 마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산업계 내부에서조차 해당 계획이 나온 배경을 궁금해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향후 재검토 논의에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한 최종처분장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임시저장고 포화 시점에 맞춰 역산한 일정이 아닌 기술적 가능성과 지질 안전성 검토 등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수로 습식 임시저장고는 안전성 문제가 있음에도 핵발전소를 설계수명까지 가동하기 위해 증설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핵폐기물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건식저장고 증설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장에서는 산적한 의제가 27개나 있는만큼 오랫동안 원전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온 인사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원전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중립 위원들이 제대로 된 처리 방안을 도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원회의 정정화 위원장(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역시 위원회 구성 위원들의 전체적인 이해도와 사안에 대한 몰입도가 낮은 점을 우려했다.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시민들이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공론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이룰 것을 약속했다.

정 위원장은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공론화를 역사에서 실현하는 게 학자로서의 제 마지막 소명이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는 건 제 사전에 없고,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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