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말 많던 CFVS, 결국 원안위서 중단 절차 밟나
원자력 안전 전문가 “한수원, 수천억 투자 실패 책임져야”

월성 원자력 발전소 1,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 원자력 발전소 1,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천억원이 투입된 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CFVS) 설치 백지화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지난 3월 CFVS 예산 낭비 문제를 보도(관련기사 한수원, 원전 설비업체 선정에 왜 ‘무리수’ 뒀나)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6일 국내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한수원은 당초 2020년까지 국내 모든 원전에 달기로 했던 CFVS 설치 사업 중단 제안을 원안위에 했다.

CFVS를 설치하지 말자는 제안은 지난달 30일 원안위 소속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하 킨스)이 CFVS를 설치해도 경수로 원전에 중대사고가 나면 방사선 피폭 기준(20밀리시버트)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알려진 뒤 나왔다.

CFVS는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부가 녹는 중대사고) 등 원전 중대사고(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설계기준을 초과한 사고) 발생시 원자로 파손을 막기 위한 감압설비다. 한수원은 지난 2013년 중수로인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CFVS 설치 로드맵을 세웠다. 현재 CFVS가 설치된 원전은 지난해 조기폐쇄된 월성 1호기뿐이다.

그동안 CFVS는 전문가들로부터 “막대한 돈만 낭비하는 쓸데없는 설비”라는 지적을 받는 등 효용성 논란이 있었다. 특히 유착비리 의혹(관련기사 한수원, CFVS 공급자 선정 무리수 아니라는데)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에 가서 의견 교환을 하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고 결정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CFVS 설치 중단’을 제안했으나 절차상 원안위가 받아들여 공식화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3년부터 원전 안전성 강화 목표로 추진된 CFVS 설치는 지난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뒤 대책으로 마련됐다. 격납건물내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 추정 예산이 1500억원으로 2013년 국내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연구과제비로 출연한 액수만 210억원에 이른다.

당초 한수원이 발주 수순에 들어갔던 CFVS 설치 규모는 440억원(표준형 10기)이다. 우선협상 업체는 비에이치아이(BHI)로 지난해 말 시민단체가 유착비리 의혹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모든 원전에 CFVS를 설치하면 설치 규모가 1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계획된 시공 비용도 800억원에 가까웠다. 한수원의 ‘2019년 물자수급계획’에 따르면 CFVS 설치 공사비는 △한울 1·2호기가 222억원 △고리 3·4호기가 191억원 △신월성 1·2호기가 129억원 △신고리 1·2호기가 120억원 △고리 2호기가 100억원으로 총 762억원이다.

한수원이 이번 CFVS 설치 백지화를 결정할 경우 6년 동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 안전 관련 전문가 A씨는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연구를 시작할 당시부터 CFVS를 달아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한수원은 지난해 연말에도 원안위의 CFVS의 효과 미흡 지적을 받았지만 그래도 달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한수원이 최근 입장을 바꿔 사실상 살수계통 2중위로 대체하겠다고 원안위와 협의를 한 것이 틀림없는 상황”이라며 “CFVS 선정과 연구과제 결정 등 모든 일을 주도해 온 한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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