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 제공) 2019.04.15/그린포스트코리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 제공) 2019.04.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이사회를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발전과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위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 33.47%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 협상대상자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힘도 상당해 금호그룹이 받는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캐시카우’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매출액은 9조7329억원으로 이중 아시아나항공의 비중은 6조2012억원(63.7%)에 달했다. 반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매출은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에 그쳤다. 

자산 규모에서도 두드러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 자산 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이번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가 빠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은 4조원 대로 급감하게 된다. 이는 재계 6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하는 수치다. 한때 재계 7위였던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것이 결정타다. 당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무리한 확장’이라는 우려를 샀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박 전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무리수’까지 썼으나 결국 실패했다. 지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기내식 공급부족 사태’는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경영난은 더욱 가중됐다. 지난달 22일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범위제한 ‘한정’ 판정을 내놓았다. 주식 거래가 중지되자, 아시아나항공은 부랴부랴 재무제표를 전면 재작성해 나흘 뒤인 같은 달 26일 ‘적정’ 의견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손실은 연결기준 1958억원으로 ‘한정’ 당시 105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한정’ 당시(886억원)의 4분의1에 지나지 않는 28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649%로 폭증했다. 이는 결국 박 전 회장의 사퇴까지 이어졌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다양한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부문의 사업 확장이 가능한데다 국내 2위 항공사라는 이미지가 갖는 위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로 손꼽힌 SK그룹, 항공기 엔진 부품 생산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갖고 있는 한화그룹,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물류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는 CJ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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