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부터 '초록색=생태' 상징하기 시작
그린피스·녹색당 등의 출범으로 인식 한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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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우주에서 봤을 때 확연히 눈에 띄는 색은 단연 초록색과 파란색이다. 그런데 왜 초록색만 친환경을 상징하는 색이 됐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지구를 우주에서 봤을 때 확연히 눈에 띄는 색은 단연 초록색과 파란색이다. 그런데 왜 초록색만 친환경을 상징하는 색이 됐을까.

프랑스 일간지 르떵(Le Temps)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초록색이 친환경을 상징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 4월 22일 첫 번째 지구의날 기념 시위가 열렸다. 정치 개혁을 통해 과도한 삼림벌채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배출을 막고, 맑은 공기를 되찾길 바라는 미국 학생 2000만 명이 몰려 나왔다.

시위하러 나온 학생들은 전부 파란색 뱃지를 차고 있었다. 미국 방송사 CBS가 소개했던 필라델피아의 지구의날 기념 뱃지도 파란색이었다. 뉴욕에서 사용한 뱃지엔 파란색과 초록색이 반씩 섞여 있었으나 대부분 파란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초록색이 자연주의를 상징하게 된 이유를 알려면 프랑스 역사학자 미쉘 파스투르가 말하는 ‘초록색의 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영상은 강조했다.

파스투르에 따르면 초록색은 중세에만 해도 자연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초록색을 악마의 색으로 인식했다. 사탄이나 마녀, 용의 색이기도 했다. 지옥에 있을 법한 모든 생물체는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초록색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출신 만화가 론 콥(Ron Cobb)은 초록색과 노란색, 파란색을 활용해 ‘생태’를 상징하는 로고를 만들었다. 이는 로스엔젤레스의 한 신문에 공개됐고, 초록색을 자연과 이어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1970년엔 캐나다 환경단체 ‘Don't Make a Wave Committee’(DMWC)의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배를 타고 미국 핵실험을 막으러 떠났고, 생태를 상징하는 초록과 평화를 뜻하는 영어단어를 조합해 배 이름을 그린피스(Greenpeace)로 명명했다.

몇 달 후 DMWC는 그린피스로 단체명을 바꿨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환경보호 단체가 됐다.

1980년 스위스에선 최초로 ‘생태 정당’이 출범했다. 스위스 보주 출신 생태학자 다니엘 브헬라는 “당시 사회당이 초록색을 정당 색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출범 당시 생태 정당은 파란색을 대표색으로 내걸었다”면서 “그러나 1993년 공식적으로 ‘녹색당’이 되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이후 초록색은 마케팅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상품에 녹색을 더하는 방식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

그 대표적 예가 맥도날드 로고다. 맥도날드의 초기 로고는 노란색과 빨간색 위주의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2009년 맥도날드는 빨간색이었던 배경색을 짙은 초록색으로 바꿨다. 맥도날드가 친환경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기업이나 정치인이 이미지 쇄신 혹은 이윤 획득을 위해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치는 걸 가리켜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라고 부른다. 

초록색을 남용하는 일이 잦아지자 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마케팅 기업 ‘알리오즈’가 로고의 색이 소비자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환경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인 색은 초록색보다 파란색이었다. 초록색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상술'이 많아지자 오히려 파란색에 담긴 '친환경' 이미지가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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