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경주시 폐기물관리업체의 환경오염 책임공방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란 게 있다. ‘∩’자 모양으로 생긴 이 곡선은 국가가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면 환경이 갈수록 깨끗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오염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환경분쟁이 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환경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와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환경법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혹시 문제는 없는지, 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 구성은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형태로 각색했다.[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2016년 경북 경주시.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침출수를 유출시켰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 업체로 인해 지하수는 물론 일대 환경까지 오염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업체와 관계자들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피고인은 셋이었다. 각각 업체의 대표이사, 법인, 전무이사다. 이들 중 전무이사가 폐기물 매립장의 행정과 관리 및 운영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피고인들은 우선 주변 지역 환경에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령 피해가 있었더라도 각자의 책임 정도를 두고 의견을 달리했다.

2016년~2017년 경북 경주시의 폐기물관리업체가 침출수 유출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켜 검찰에 기소됐다.
2016년~2017년 경북 경주시의 폐기물관리업체가 침출수 유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폐기물업체

폐기물 매립장에서는 침출수가 토양이나 지하수로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차수시트' 라는 걸 설치합니다. 차수시트 아래에는 '지하수 배제정'을 설치해요. 이건 매립시설 주변으로 흐르는 지하수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데, 지하수가 매립시설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서 설치하죠. 저희 실수로 오염시킨 건 딱 '배제정'까지에요. 주변환경 오염이라뇨. 딱 그 정도인걸요.

 

검찰

무슨 소립니까. 사건 당시 매립장 내 바닥과 경사면에 대한 정비공사가 있었죠? 그때 정비대상 지역에 설치돼 있던 차수시트가 걷혀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매립물이 무너진 일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차수시트가 없는 지면을 통해 침출수가 유출됐어요. 유출된 침출수는 지하수와 함께 배제정으로 유입됐는데 기준치를 넘어섰어요. 이게 주변환경 오염이 아니면 뭐죠?

 

사건의 쟁점은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담당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주변환경 오염 여부였다.
사건의 쟁점은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담당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주변환경 오염 여부였다.

 

 

1심 재판부(2016년 10월)

검찰 수사결과를 보니 이렇네요. 매립장에는 3만㎡ 상당의 지정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이 석여 있었고요. 이를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원래는 다짐과 압축 등의 작업을 거쳐야 했어요. 하지만 안 했네요. 결국 매립물이 무너졌고, 폐기물 및 침출수가 유출됐어요. 그렇다면 여러 시설의 가동을 중지했어야 했는데, 계속 가동한 것은 물론 오히려 111톤의 폐기물을 추가 반입했네요.

 

배제정에 대한 수질검사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를 비롯한 여러 항목에서 기준치가 초과됐군요. 원래 배제정의 오염 여부를 통해 매립시설의 지하수와 토양 오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것 맞지요?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폐기물관리법 위반입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무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작업들이 두 분의 기획과 실행에 따라 벌어진 것이니까요. 물론 법인 역시 책임은 있습니다. 벌금 1500만원을 내도록 하세요.

 

2심 재판부(2017년 4월)

검찰과 피고인들 전부 1심 판결이 불만이었군요. 양형이 부당하단 거네요. 특히 피고인들은 주변 환경피해는 인정하지 않는 거지요? 또 전무이사가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운영자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거고요.
 

다 참고해서 들여다봤습니다. 피고인들 말대로 지하수 배제정을 제외한 다른 지하수 검사장은 오염되지 않았네요. 하지만 배제정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된 건 어쨌든 맞잖아요. 매립장 하부의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단 뜻인데, 이걸 갖고 ‘주변환경 오염까진 아니다’라고 말할 순 없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피고측의 입장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전무이사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자가 아니다? 피고측은 “업체가 설치 및 운영자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처리업자’와 ‘폐기물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는 자’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 비춰보면 전무이사가 실제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운영을 담당했으니 1심 판결에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입니다.
 

다만 피고인들 말대로 1심 재판부의 양형은 과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재판부는 대표이사와 법인에 벌금 1500만원, 전무이사에 벌금 1000만원을 내립니다.

 

대법원(2017년 11월)

주변환경 오염은 안 시켰다는 주장을 또 하셨네요. 앞서 두 번씩이나 들은 말이겠지만 또 말씀드릴게요. 지하수 배제정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됐으므로 주변환경 오염 맞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제66조 제13호에서 정한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전무이사가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자가 아니라는 점은 이렇습니다.

 

2심 재판부는 폐기물관리법 제33조 제1항을 참고해 전무이사를 해당 업무 담당자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양벌규정을 참고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제25조, 31조,33조, 66조, 67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습니다. 각 법의 취지와 함께요.

 

그 결과 전무이사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는 자라기 보다는 '행위자'로 보는 게 적합하단 결론이 나오더군요. 운영자는 법인이 되겠고요. 피고측이 줄곧 주장했던 게 옳았던 겁니다.

 

그렇지만 아쉽게 됐네요. 이는 '운영자'가 아닌 '행위자'로 죄책을 부담한다는 점에서만 차이를 보입니다. 유죄임은 마찬가지란 뜻입니다. 원심이 최종판결에 영향을 미칠 만큼 법령을 잘못 적용한 것은 아니므로, 본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피고측 상고를 기각합니다.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번 사례는 형사사건이군요!
 

만약 이번 사건이 민사사건이었다면 환경오염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대표이사가 졌을 거에요. 그러나 형사상 책임은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답니다. 위법행위로 인해 벌칙규정을 적용받을 때 ‘실제 행위를 한 자’가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죠.
 

다만 위반행위에 따라 이익 등을 얻고 있는 자는 그 법인 또는 사용주잖아요? 따라서 그들에게도 위반행위 방지 및 예방조치를 강구할 책임이 있겠죠. 이런 이유로 법인 또는 사용주에 대해서도 형을 과하는 양벌규정이란 게 있답니다.
 

이번 사건에서 1,2심은 이런 전제하에 불법행위를 실행에 옮긴 전무이사를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자로 봤어요. 그러면서 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을 면치 않은 것으로 결정했고요.
 

그런데 대법원은 조금 다르게 봤죠? 폐기물처리시설의 실치 및 운영자를 법인으로 봤잖아요. 이는 해당 범죄행위가 ‘일정한 자격을 보유’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폐기물처리 등 특정 자격을 갖춘 자만이 할 수 있는 범죄였다는 거지요.
 

대법원은 폐기물처리 등의 자격을 보유한 자는 전무이사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같은 판단은 폐기물관리법 67조 등의 입법취지를 살핀 결과랍니다. 이 법의 취지는 법인과 개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개인에 대한 처벌은 실제 담당 업무가 아닌 일을 함으로써 발생시킨 범죄를 벌주기 위함이거든요.
 

결국 대법원은 법인을 운영 및 책임자로 판단, 형사 책임을 귀속시키되 전무이사에는 양벌규정을 적용해 그도 처벌 대상에 포함한 것입니다.
 

이런 대법원의 판단을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서도 환경오염의 원인자를 실제 행위자가 아닌 법인으로 보거든요. 민사상 책임과 유사한 구조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맞춘 것이지요.
 

◇이승태 변호사는 제40회 사법시험 합격(1998년), 현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2015.2~2017.2),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14.11~현재), 한국환경법학회 정회원(2015.7~현재), 환경부 고문변호사(2018.4~현재),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2014.1~현재)로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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