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운 교수 등 원전전문가, 원자력안전연구회 설립
"신뢰성 없는 방사능폐기물 처리는 명백한 불법 투기"

원자력안전연구회가 25일 설립취지를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박종운 동국대 교수,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노조 지부장,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박소희 기자)2019.02.25/그린포스트코리아
원자력안전연구회가 25일 설립취지를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박종운 동국대 교수,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노조 지부장,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박소희 기자)2019.02.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 안전보다 사업자 이익을 우선하는 ‘보여주기식 규제’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안전기준을 수립해 사고 발생 시 국민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규제 대안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연구회는 25일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설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의 안전이 용역기관 먹여 살리는 하나의 사업으로 전락했다”며 “방사능 재난 대책과 방재에 대한 정부 조직을 국민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운 동국대학교 교수,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원 노조 지부장,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이상 3명의 대표위원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원자력안전 전담기구 역할을 대행하고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이날 발족됐다. 

이들은 이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원자력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안위는 지단달 23일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력사업자가 무제한 배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무계획 안에는 △사각지대 없는 사고ㆍ재난관리체계 구축 △선제적 규제시스템 개선 △현장 중심 규제역량 집중 △주민·종사자 등 보호 최우선 △생활 방사선 안전관리 강화 △맞춤형 소통강화 △안전규제 혁신역량 강화 등 7대 주요과제가 담겼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처리 비용은 200조원에서 700조원까지 발표 단체에 따라 추정치는 다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맞다. 더구나 한국에서 일본과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추정치는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492조원이다. 

박종운 교수는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사고 발생 시 사고 비용을 지불할 현실적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했다. 수백 혹은 수천조에 달하는 사고 비용을 한수원이 지불할 능력이 없는데도 원안위는 원자력 사업자의 배상책임을 무제한으로 하겠다는 허무맹랑한 '포퓰리즘 안전규제'를 내놨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민 안전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 결국 국민 세금으로 배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전의 주기적 안전성평가제도(PSR)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보유국들에 권장하는 PSR은 운영허가를 받은 날부터 10년 주기로 14개의 안전 인자를 평가하는 제도다.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으로 “PSR을 강화하겠다”며 최신기술기준 적용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최신기술기준 적용이 안전을 위한 능사는 아니다. 나사마다 맞는 구멍이 다르듯 노후화된 원전에 유효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운 교수는 “최신기술기준은 PSR이 아닌 수명연장 시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대표적 규제 사례로 꼬집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이날 기술근거도 없이 처분되는 방사성핵폐기물 문제를 지적했다. 

각 원전 부지에 저장된 방사성폐기물은 2000년 기준 약 6만 드럼으로 현재 경주 방폐물 처분장으로 일정량씩 이송하고 있다. 한 소장의 말에 따르면 경주의 원자력환경공단의 지하처분장에는 약 15000드럼이 처분됐다. 

한 소장은 “경주로 이송된 폐기물의 핵종·농도 분석 오류 등 원자력연구원이 내놓은 방사능 폐기물 관리를 위한 척도 인자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일단 처분부터 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 투기”라고 규정했다. 

현장주재, 즉 원전 시설에 대한 일상검사의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안위 사무처는 과거 원자력안전법 제98조 제2항이 일상검사의 법적근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규제 법무를 담당하는 장군현 노조 지부장에 따르면 원전운영단계에서 검사의 종류는 원안법에서 대통령령(시행령)으로 규정하는데, 시행령에는 현장 주재 검사에 관한 사항이 언급되지 않았다. 

원전 현장에는 원전의 안전 가동 여부를 감시하는 현장 규제관이 있다. 규제실은 원안위에서 파견한 규제관과 KINS 주재원들로 구성되는데 적게는 6~7명 많게는 10명을 웃돈다. 그런데 실제 할 일이 없다. 현장 규제에 필요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장군현 지부장은 “내부에서도 필요성을 계속 제기했고, 2010년부터는 공론화가 됐지만, 아직도 일상검사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다”며 “원안위는 현장 중심의 규제역량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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