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가 설립한 예술학교 '핀토라리움'을 재현한 모습. (황인솔 기자)
훈데르트바서가 설립한 예술학교 '핀토라리움'을 재현한 모습. (황인솔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자연을 사랑한 예술가' 훈데르트바서가 평생을 바쳐 작업한 친환경 미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확고한 주제 아래 회화, 건축,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을 지킬 수 있는 환경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특히 생전 하인버그 원자력발전소 반대 운동에 참여해 공사를 중단시켰고, 이를 기념해 뉴질랜드와 미국 워싱턴에서는 '훈데르트바서 환경주간'을, 샌프란시스코는 '훈데르트바서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또 식물을 단계적으로 이용한 자연정수시스템을 개발하고 부식토 변기를 만들어 사용해 유럽 각국에서 환경보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열리고 있는 '훈데르트바서 서울특별전- the 5 skins'은 그의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환경을 다섯개의 피부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첫번째 피부는 사람의 살갗이고 의복, 집, 정체성, 지구가 나머지 부분이다. 이번 서울특별전은 그의 철학에 따라 총 5개 주제로 전시관이 나눠져 있다.

'첫번째, 다섯번째 피부: 나와 지구환경 전시관'에는 훈데르트바서가 1959년 설립한 예술학교 '핀토라리움'이 재현됐다. 핀토라리움은 미술뿐만 아니라 생각과 삶을 함께 연구하던 곳으로 건축, 철학, 시, 영화, 음악 등 모든 창의적 활동을 진행했다.

전시관은 물감, 붓, 파스텔 등 미술 재료가 늘어져 있어 언뜻 보면 일반 작업실과 비슷하지만 자연과 미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연출됐다. 전시관 안에는 훈데르트바서의 '노아의 방주 2000- 당신은 자연에 들린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고래를 살리자', '바다를 살리자' 포스터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낙엽 쌓인 카펫과 초록 식물들 사이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혐오시설로 구분되는 소각장에 디자인을 입혀 관광명소로 만들어냈다. (훈데르트바서 재단 제공)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혐오시설로 구분되는 소각장에 디자인을 입혀 관광명소로 만들어냈다. (훈데르트바서 재단 제공)

'세번째 피부: 집' 전시관에서는 훈데르트바서의 건축 영상, 사진, 드로잉 작품을 볼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화가로 등단했지만 1950년대부터는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완성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훈데르트바서의 대표 건축물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이다. 그는 환경 오염을 우려해 도심에 소각장을 설치하는 데 반대했지만 대도시에 소각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헬무트 질크 시장으로부터 첨단기계를 설치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작업에 착수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신의 색채를 입혀 건물을 완성했다. 쓰레기 소각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 중 하나이지만 슈피텔라우의 소각장은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빈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또 매년 수많은 정부기관, 환경단체가 이곳을 탐방한다.

'네번째 피부: 정체성' 전시관에서는 그가 작업한 포스터, 우표, 판화 등 회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물감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것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프리카 사막에서 담아온 흙이나 프랑스 해변에서 주워온 작은 돌로 색을 만들어 쓰는 등 여행지에서 얻은 자연 재료를 주로 사용했다.

작가의 그림은 항상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한다. 실제로 훈데르트바서는 그림이 완성되면 정원에 나가 나무나 꽃 옆에 세워두고 어우러지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또 훈데르트바서의 그림에서는 직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직선은 신의 부재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직선은 인위적인 인간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연스러운 선 긋는 것을 고집했다.

'두번째 피부: 옷'에서는 창조적 디자인 권리를 주장한 훈데르트바서의 패션에 대한 사진이 전시되며 작가에게 영감을 받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인스퍼레이션 오브 훈데르트바서', '훈데르트바서 미디어전', 체험관 '살아있는 미술: 나선의 미학' 등도 마련돼 있다.

훈데르트바서 서울특별전은 오는 2월 24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훈데르트바서의 '내일의 세상을 상상하라'(Imagine tomorrow's world). 세계보호연합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며 판매 수익은 환경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황인솔 기자)
훈데르트바서의 '내일의 세상을 상상하라'(Imagine tomorrow's world). 세계보호연합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며 판매 수익은 환경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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