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57] 양심 버리고 가버린 두 사람

거리에 함부로 버려진 일회용컵의 모습

2021-06-03     이한 기자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57번째 사진은 길 위에 양심을 내놓고 가버린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쓰레기 꼭꼭 눌러담아 곱게(?)버려두고 간 일회용컵 두잔의 모습. (이한 기자 2021.5.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일회용컵 두 개가 줄 맞춰 나란히 길 위에 서 있다.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게 아니고 신경 써서 잘 놓아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저기에 놔뒀을까?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종이와 플라스틱을 분리하지도 않고, 심지어 먹다 남은 음료에 담배꽁초까지 섞어서.

분리배출 가이드를 너무 많이 어겼고, 버리지 말아야 할 곳에 버린 것도 문제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그랬다는 게 더 충격이다. 한 사람이 저기에 쓰레기를 놓아 두는데 같이 있던 사람이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뜻이니까. 유유상종인가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건 유치원 때도 배운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최소한의 사회적인 교육도 받지 않았거나, 아니면 남들이야 어떻게 되들 말든 나만 편하게 된다는 마음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이거나. 거리에 양심을 버리지 말자. 하긴,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애초에 저렇게 버리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