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의 포구 원천봉쇄, 적법한 공무집행 아냐"

2018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모습(해군 제공)
2018년 10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열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모습(해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법원은 201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을 포구에서 에워 싼 경찰의 대응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6년만에 최종 판단했다.

강정마을 주민 6명은 당시 환경오염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카약을 타고 제주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출항하려는 카약을 원천봉쇄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강정주민 6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사건은 2012년 3월7일 제주해군기지 사업 부지 내 구럼비 발파를 열흘 앞둔 2월27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포구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2월 26일 구럼비 해안에서 평화활동가 등 16명이 연행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자, 이튿날 오전 7시부터 경력을 대거 투입해 강정포구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구럼비 해안 환경파괴를 감시하고 해안에 있는 평화활동가들에게 음식과 의약품을 건네주기 위해 포구로 향했고, 경찰은 주민들의 카약 이동을 전면 금지하며 강정포구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주민들이 실신하고 119구급차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안선 1.53㎞ 구간에 약 8000만원을 들여 2중으로 윤형철조망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일부 주민들이 경찰을 폭행했다며 조경철 전 강정마을회장과 여성 주민 김모씨 등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뒤인 2012년 4월 12일께 강정포구 앞바다는 '수상레저활동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6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쟁점은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했는지였다. 검찰은 경찰의 대응이 매우 긴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뤄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절박한 상황일 때만 적법하게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포구 앞 해역은 수상레저활동이 금지되기 전이었고 피고인들의 카약 사용이 수상레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경찰의 봉쇄조치가 적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황상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포구 봉쇄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닌 만큼 이에 기초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2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피고인들을 제지하지 않으면 곧 인명과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등 절박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