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공정여행'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착한여행 제공)
'공정여행'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착한여행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최근 환경오염을 원인으로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투명한 바다를 자랑하는 태국 시밀란군도는 지난 10월 자연환경 휴식기를 위해 관광객 입장이 전면 금지됐고, 피피섬 마야베이도 같은 이유로 무기한 폐쇄가 결정됐다.

여행에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여행객들은 낯선 장소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또 유명한 기념품을 구입하면서 어떤 동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하나둘씩 제기되면서 관광업계에는 '착한여행'이라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여행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주민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착한여행을 주제로 한 여행상품이 생겨났다.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의 나효우 대표가 선두주자다.

나 대표가 정의하는 착한여행은 '여행자와 여행지가 모두 즐거운 일'이다.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탄소를 저감하며, 현지를 이해하는 세 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는다.

나 대표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0여년 동안 변화한 국내 관광산업 트렌드를 짚으며 진정한 착한여행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유럽 중남부의 알프스를 감상하는 여행객의 모습. (착한여행 제공)
유럽 중남부의 알프스를 감상하는 여행객의 모습. (착한여행 제공)

◇자유여행 30년 역사...'여행자 중심'에서 '여행지 우선'으로

 

착한여행의 등장 계기를 이해하려면 대한민국의 관광 역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관광산업이 시작됐다. 당시 약 72만명에 불과했던 출국자수는 2005년 1000만명을 돌파, 현재는 매년 약 15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른다.

관광산업의 규모는 점차 커졌지만 출국자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사건사고도 발생했다.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사치를 즐긴다거나, 시민의식이 부족해 현지에 피해를 입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사실 그동안 여행은 움직이는 일에만 집중돼 있었고 여행 장소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거의 없었다. 돈을 냈으니까 마음껏 놀아도 된다는 의식만 강하고 환경이나 지역경제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라고 회상했다.

나 대표는 이어 "2009년쯤 국내 곳곳에서 환경운동이 벌어지고 국내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지 20년 만에 녹색관광, 그린투어 같은 개념이 퍼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우리에게 해외여행은 충분히 흔하고 익숙한 일이 됐다. 이제는 여행 문화가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거나 현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연에 피해까지 입히고 돌아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여행을 단순히 떠나는 것보다는 사람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으면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여행문화, 즉 착한여행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착한여행 제공)
라오스에서 '청소년 봉사여행'을 진행한 모습. (착한여행 제공)

◇'착한여행'은 개인의 취향을 천천히 변화시키는 것

나 대표는 착한여행의 실천사례로 '친환경 여행'을 들었다.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3S(Sea, Sand, Sun)관광이 아니라 숙소, 먹거리, 이동수단 등으로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숙소에서 수건을 여러 번 사용한다거나 세수할 때 물을 조금 덜 쓰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이용하는 일이 모이면 친환경 관광이 된다.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도보여행을 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 현지에서 나고 자란 로컬푸드를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개인의 취향을 무시하면서까지 모든 여행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나씩 변화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쇼핑을 할 때에도 대형몰보다는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호피나 상아 같은 반환경적인 기념품보다는 그 지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의미있는 물건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라고 말했다.

(착한여행 제공)
필리핀 보홀섬은 착한여행 프로젝트가 적용된 대표적 장소다. (착한여행 제공)

◇돌고래 사냥꾼에서 환경 파수꾼으로...'지역주민 주도 여행'

나 대표는 착한여행의 발굴 사례로 필리핀 보홀섬의 '돌고래 관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 보홀에서는 돌고래를 잡아서 파는 어부들이 많았다. 한 마리에 100달러 정도를 받는데, 생계수단이다보니 수많은 돌고래들이 죽었다"며 "그래서 환경단체와 함께 찾아가서 설득을 했다. 동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공정여행을 제안한 것이다. 현지 어부들에게 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돌고래를 죽이지 않아도 되고, 관광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들은 돌고래를 지키는 환경 파수꾼이면서 경제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비무장지대 철조망 앞에 핀 야생화. (국립수목원 제공)

◇미래의 관광산업도 '환경중심 기획' 필요해

나 대표는 향후 국내에서 북한의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최근 관광업계의 관심 중 하나가 북한의 자연환경이다. 우리가 북쪽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곳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즉 착한관광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동종업계인들이 모여 천천히 연구하고 토론하고 교류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비무장지대(DMZ) 생태관광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완전히 폐쇄하는 것이 맞느냐 전면 개장이 맞느냐 하는. 그런데 내 생각은 일부 구간을 개장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이 존재하며 이를 반드시 지켜나가야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가면 자연이 사람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점 같은 존재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연을 너무 지배하려고 든다. 거대한 산, 깊은 심연의 바다, 아무도 닿지 않는 섬을 생각하면 마음이 자유롭지 않은가. 여행을 사랑하고 현재 내 삶이 소중하다면, 그곳을 보전하려고 하는 태도와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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