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부화 전 병아리 성별 파악하는 기술 특허 출원
수컷 도살없이 선별된 암탉으로 생산한 '무살생 계란'

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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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무살생 계란’이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최초로 판매를 시작했다. ‘무살생 계란’은 알이 부화하기 전에 성별을 알아내 수평아리를 도살하지 않고 생산하는 달걀을 말한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의 ‘레베’그룹이 ‘해치테크‘와 손잡고 합자회사 ‘셀레그트’를 세워 달걀 상태에서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술을 적용해 선별된 ‘무살생 계란’은 지난 11월부터 '존경받는계란(respeggt)'이라는 마크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기술은 수평아리를 산 채로 그라인더에 갈아 동물성 사료로 사용해온 농가의 ‘살상 시스템’을 변화시키고자 개발됐다. 그동안 농가는 알을 낳지 못하고 성장이 느린 수평아리를 채산성을 맞춘다는 이유로 무차별 도살해왔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알이 부화하기 전 미리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어 이미 부화한 수평아리를 잔인하게 도태시키지 않아도 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기술은 달걀 내부에서 뽑아낸 유기물의 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별을 밝혀낸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연구진이 만든 화학 검사 시료로 호르몬 검사를 하면 유기물에 색상 변화가 일어나는데 암컷은 흰색으로, 수컷은 파란색으로 변한다.

유기물은 달걀껍질에 레이저로 0.3mm의 구멍을 내고 압력을 가하면 뽑아낼 수 있다. 테스트는 수정 후 9일이 지나면 가능하며, 정확도는 98.5%에 이른다.

셀레그트 관리책임자인 루저 브렐로 박사는 이 기술의 원리가 임신 테스트기와 비슷한 원리라면서 암컷의 달걀 유기물에서 특정 호르몬 양이 많이 검출된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화전에 병아리 성별을 알아내는 기술을 통해 수평아리를 도살하는 관습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며 “매년 40~60억마리의 수평아리가 경제적 이유로 도살된다”고 지적했다.

셀레그트는 2020년부터 부화장에 이 기술을 보급할 예정이며 '존경받는 계란'이라는 마크를 붙인 계란에 대해 추가 1센트를 슈퍼마켓에 요구할 방침이다. '무살생 계란'의 판매시장도 확대한다. 레베그룹은 내년엔 독일 전역에서 이 계란을 판매할 예정이며 추후 유럽 전역으로 판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농식품부 장관은 “이 기술로 독일은 선구자가 된 셈”이라며 “일단 이 기술이 부화장에 보급되고 일상화된다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살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평아리 도살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2015년 이스라엘의 한 동물권보호활동가가 농가의 수평아리 절단기를 중단시켜 이를 재가동하려는 경찰에 대항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화제가 됐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국내에선 농장동물의 경우 매년 약 10억마리가 농가에서 도살되는데 이중 닭이 약 80%를 차지한다. 특히 수평아리는 알을 부화하지 못하고 성장속도도 느려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부화한 지 한 시간이 안 돼 기계에 갈리고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인다.

김현지 카라 정책팀장은 "유럽에서 수평아리 도살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2년 전부터 들었는데 마침내 상용화됐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유럽의 상황을 국내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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