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사진=황교익 페이스북)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사진=황교익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언론의 왜곡 보도 행태에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부 언론이 악플러가 ‘짤’을 만들듯이 기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수요미식회는 맛집 선정 방송이 아닙니다. 식당은 음식 이야기를 풍성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수요미식회 초창기에 진행자와 내가 이 말을 수시로 하였다. 녹화 끝에 진행자가 “어디가 맛있었어요?” 하고 물으면 “우리 동네 식당.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동네 식당이 제일 맛있지요”라는 말도 자주 하였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시청자는 수요미식회를 맛집 선정 방송으로 소비할 뿐이었다. 나중엔 포기하고 “맛집 선정 방송이 아닙니다”는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 외식업의 큰 문제는 ‘동네 식당’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전국구의 맛집으로 몰려다닌다. 이런 식당은 한번 가서 인증 샷만 누르고 오면 된다. 주인과 손님 간의 정 쌓기는 없다. 공간에 대한 애착도 없다. 삭막한 이 세상의 수많은 전국구 맛집의 하나로 소비될 뿐이다. 이런 전국구 맛집 선정은 방송이 주도한다. 수요미식회에서만은 그런 부작용을 피하고 싶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동네 식당’이 사라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정서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식당 문제는 아니다. 동네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으면서 뭔 동네 식당을 바라겠는가. 그러니 방송이 전국구 맛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요미식회에서 “맛집 선정 방송 아닙니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던 이유이다.

기사를 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결국 전국구 맛집 선정 방송이 되었다. 이 방송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결국은 어떻게 하면 바깥의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역의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공급’은 넘치기 때문이다. 풍선을 눌러 한쪽이 부풀어오르면 한쪽은 쪼그라들게 되어 있다. 지역 공동체가 깨진 마당에 어차피 모두들 자기 동네 식당은 관심도 없을 것이고, 우리 모두 풍선 누르기 놀이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다 알고 있으나 당장에 그 어떤 해답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이다.

식당은 많고 이를 전부 살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글이다. 자기가 출연한 tvN ‘수요미식회’는 물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조차도 아무리 좋은 의도로 방송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한 글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황교익 “골목식당’ 결국 맛집 선정 방송 돼… 비극이다”> <황교익 비극 발언, 출연하던 방송까지 싸잡아 비난?> 등의 제목으로 황교익의 글을 소개하는 바람에 ‘수요미식회’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비극처럼 비쳐지는 일이 벌어졌다.

황교익은 “한국 언론의 문제는 말을 아무렇게나 잘라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왜곡한다는 것”이라며 “악플러가 짤 만드는 방식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황교익은 “‘수요미식회’는 맛집 방송이 아니다”란 말은 프로그램 진행자와 자기의 입을 통해 나간 발언이지만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제작진의 의지’라면서 제작진이 ‘맛집 방송’이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했다. 그는 기획 자체가 ‘알고 먹자’이고, 그 앎에 집중하도록 노력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달랐다고 했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것. 그는 “방송이란 원래 그렇다. 의도와 달리 소비되는 일이 흔하다”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골목 상권 살리기가 목적이었고, 시청자는 ‘맛집 방송’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행사에서 관광산업과 관련되는 일을 하는 청송 분들을 뵀는데 ‘수요미식회’에서 달기약수닭을 소개해줘 고맙다고 했다”면서 그들로부터 “그런데 ‘수요미식회’에 나온 그 식당에만 줄을 선다. 쏠림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난 이런 문제가 있음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청송 분들에게 ‘그러게요. 제작진도 잘 알아요. 부작용이지요. 시청자도 차츰 알게 되겠지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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