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중학교 환경 과목 담당 신경준 교사
입시교육에 밀려 과목 채택률 점점 떨어져
"요람에서 무덤까지 환경 중요성 배워야죠"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교과서는 결국 현실을 못 따라가는 걸까. 함께 친환경 사회를 만들자며 제자들과 수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 사회는 미세먼지·폭염·유해물질 검출·영광핵발전소 갈등으로 뒤덮였다. 마치 세상이 “아직 멀었다”고 콧방귀를 뀌는 듯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악은 아니었다. 많은 제자가 반환경적 현실을 마주하며 ‘환경문제는 곧 나와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업을 듣고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고 가게에 직접 가서 먹는 제자도 늘었다.

한국 교단에서 ‘Ⅰ급 멸종위기’라는 ‘환경교사’ 신경준 선생님이 들려준 말이다. 그는 13년째 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쳐왔다. 현직 환경과목 교사 50%가량이 소속된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으로도 일한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는 13년째 학생들에게 환경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 대한 환경 교육 필요성을 줄곧 주창한다.(신경준 교사 SNS캡처)2018.12.21/그린포스트코리아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는 13년째 학생들에게 환경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 대한 환경 교육 필요성을 줄곧 주창한다.(신경준 교사 SNS캡처)2018.12.22/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교사는 왠지 낯설다. 그렇지만 국내 환경교사는 벌써 한 세대를 넘어선 2세대다. '환경'이 처음 정규과목으로 계획된 때가 1992년. 환경교사가 교단에 선 지 어느덧 19년째다.

1세대 환경교사 대부분은 교련 교사들이었다. 교련 수업이 사라지고 환경 과목이 생기자 이들의 몫이 됐다. 자연히 전문성이 미흡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 탓이 크지만 환경 과목은 이 같은 이유로도 변방에 밀렸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서 환경교육은 전문성을 갖췄다. 환경 과목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된 4년 후인 1996년 일부 사범대학에 환경교육과가 만들어졌는데, 그 1세대가 2세대 환경교사로 투입됐다. 이들이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에서 환경을 가르치는 신 교사도 2세대 환경교사다. 원래 건축학을 공부한 그는 IMF외환위기를 맞아 교직에 눈을 돌렸다. 건축을 배울 때도 생태건축, 태양광건축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환경교육과에 진학해 2006년부터 교편을 잡았다.

어려운 시기 쫓긴 선택이었지만 학교에 온 건 행운이었다. 신 교사는 13년 간 환경을 가르치며 후회한 적이 없다. 제자들이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환경교육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1년 3월. 학기 초에 했던 수업이 생생히 기억나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다음 날이었어요. 학생들이 ‘선생님,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요’라고 묻는 거에요. 저도 당황했죠. ‘아, 지속가능한 사회가 이렇게 힘든 길이구나’라는 생각에 참담하기까지 했어요.”

신 교사는 여전히 제자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심각한 환경문제는 인간·생태계를 한꺼번에, 게다가 순식간에 위협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가 이미 마주한 현실이다. 이를 절실하게 전하고 싶어서다.

신 교사는 환경 감성을 길러주는 것으로 교육의 첫발을 뗀다. 이 때는 주로 생물종 다양성을 알아본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지 보면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최종단계까지 4계단을 더 올라야 한다. 각각 ‘지식(자원과 에너지)’ ‘시스템사고(기후변화)’ ‘환경정의(지속가능성)’ ‘행동과실천(환경프로젝트)’순이다. 이런 순서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감수성 체험 때 꽃이랑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끼다가, 그것들 지켜야 한다고 갑자기 ‘아마존 가자!’ 하면 이상하잖아요(웃음). 꽃과 함께 꿀벌을 관찰했으면 ‘꿀벌은 왜 사라질까?’ 등에 호기심을 갖도록 하고, 자원과 에너지 및 기후변화 문제를 들여다보는 거죠.”

신경준 교사는 환경부가 시행하는 꿈꾸는 환경학교 대상 학교인 숭문중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환경 수업을 들은 아이들의 교육 효과에 비춰 더 많은 학생들에 대한 환경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주현웅 기자)2018.12.22/그린포스트코리아
신경준 교사는 환경부가 시행하는 꿈꾸는 환경학교 대상 학교인 숭문중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환경 수업을 들은 아이들의 교육 효과에 비춰 더 많은 학생들에 대한 환경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주현웅 기자)2018.12.22/그린포스트코리아

실제로 2학년쯤만 돼도 제자들은 달라졌다. 환경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지식과 시스템 사고 등을 갖춘 학생들은 곧 실천을 시도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친환경적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제 소소한 삶을 얘기할 때가 있어요. 예컨대 겨울철 난방텐트 사용 후기 등이죠. 그게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한 학생은 명절 때 모은 돈으로 샀다는 거에요. 또 어떤 학생은 집에 태양광을 달았대요. 에코마일리지 상품권을 가득 받은 학생도 있고요.”

숭문중은 환경과목을 정식 채택했으나 시험을 보지 않는다. 환경에 점수를 매겨 학생을 줄 세울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보다는 학생들이 친환경적 가치의 소중함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닫도록 돕는다.

신 교사 역시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의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환경문제는 암기해야하는 단순지식이 아니다"라며 "미래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이 현실에서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 필요성을 직접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을 채점할 수는 없잖아요. 환경은 곧 우리의 삶이에요. 미세먼지를 시험 문제로 내서, 답을 맞추면 뭘 하겠어요. 미세먼지는 결국 내년이면 우리 곁에 또 오는걸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과 사회는 무엇을 '실천'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죠.”

신 교사는 꿈이 있다. 미래세대를 이끌 제자들이 더 앞장서 친환경을 추구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비단 맑은 물과 공기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환경문제에 관한 UN 등 국제사회의 여러 약속들을 보면 내용이 참 다양해요. 인간과 동물·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문제가 연계됐어요. 심지어 인권과 평화, 노동 등의 분야와도 무관치 않아요. 즉 환경문제를 떠올리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신경준 교사는 썩 밝지만은 않은 환경교육의 미래를 걱정했다.(주현웅 기자)2018.12.22/그린포스트코리아
신경준 교사는 썩 밝지만은 않은 환경교육의 미래를 걱정했다.(주현웅 기자)2018.12.22/그린포스트코리아

고민도 있다. 환경교육의 미래가 썩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전국 상당수 학교에 자유학년제가 도입되면, 환경과목 채택률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르치는 환경교사가 정작 지속가능하지 않은 '멸종위기'에 처한 셈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중·고교의 환경과목 채택률은 매년 떨어졌다. 2007년 20.6%(1077개교)에서 2016년 8.9%(496개교)까지 줄었다.

신 교사는 “환경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입시 위주 풍토에서는 환경 과목이 맥을 못춘다”고 토로했다.

“자유학년제가 도입되면 수업 시수가 줄어요. 그러면 입시 과목 위주로 수업이 편성될 수 있죠. 환경 과목을 채택하려면 교사가 나서서 여러 선생님들께 건의를 해야 하는데, 젊은 후배 교사들에겐 무척 어려운 일이죠.”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 공교육은 일찍이 환경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했다. 다른 과목과 비교해 중요도 또한 높다. 미국은 1970년 환경교육법을 마련해 교육기관에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핀란드는 모든 과목에 환경 관련 내용을 담는다.

신 교사는 “환경문제는 요람부터 무덤까지 우리와 함께 한다"며 "환경교육은 사람과 사회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미래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일찍이 환경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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