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1
저자 마즈다 아들리·아날로그·400쪽·2018년 12월 30일 출간·1만5800원·인문교양 일반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침부터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옥철’을 타고, 밖으로 나오면 미세먼지로 뒤덮인 공기를 뚫고 걸으며, 끊임없는 소음을 지나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한다.

심각한 대기오염, 복잡한 교통, 거슬리는 소음에 우울·신경과민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왜 도시인구는 줄어들지 않는 걸까.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행복이나 편안함과 거리가 먼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 도시를 옮겨 다니며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이어왔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도시에 살고 있는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더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와 스트레스 그리고 행복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한다.

◇도시는 스트레스 유발원?

도시는 온갖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출·퇴근길 복잡한 교통에 가뜩이나 바쁜데 앞길을 막는 사람들, 일상이 된 대기오염·빛공해·소음공해,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도시인들은 이른바 ‘사회적 안테나’를 세우고 지나치게 많은 자극에 노출돼 예민해진다.

하지만 도시화는 점점 가속화돼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생겨나고 있다. 유엔 해비타트는 2050년이 되면 세계 도시인구의 약 70%가 도시권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람들은 대체 왜 이 모든 스트레스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시로 몰려드는 것일까. 도시 스트레스는 정확히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트레스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그는 모든 스트레스가 위험한 것은 아니며, 스트레스 그 자체보다 스트레스 앞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마즈다 아들리는 우울증 분야 전문 정신과 의사다. 그는 유년시절 이란 출신 외교관이자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 도시를 오가며 보냈다. 일곱 살까지 독일의 쾰른과 본에서 지내다 1976년 이란의 테헤란으로 돌아와 이듬해 이슬람혁명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 후엔 샌프란시스코, 빈, 파리 등 대도시로 옮겨 다니며 각 도시가 지닌 특유의 분위기, 냄새, 소리, 사람들의 정서 등을 익혔다.

전 세계 도시를 경험하며 '도시애호가'가 된 그는 각 도시의 매력과 여기서 어떻게 행복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다.

저자는 “도시 사람들이 소음, 교통, 대기오염 등에 따른 스트레스에 더 노출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 생활의 단점은 장점에 의해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도시에서만 얻을 수 있는 활기와 기회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도시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생활습관,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돼 있다. 사회적 문제, 가족 내의 문제, 학습장애, 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원도 대개 도시에서 더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저자는 도시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편견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어도 도시화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떻게 그곳을 유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에서 숨은 행복 찾는 법

도시가 아무리 우리를 피곤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정작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도시에서 행복을 구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모두에게 유익한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결국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곳을 유익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는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등 수 많은 질문을 품게 됐다.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우선 도시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베를린, 파리, 빈, 도쿄, 뭄바이 등 세계 곳곳의 도시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곳 사람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품고 살아가는지 연구했다.

정치·사회·건축·예술 등 각계 전문가를 인터뷰 해 이상적인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담았다.

약 300km의 자전거 도로를 건설해 보고타의 외관을 근본적으로 탈바꿈함으로써 도시를 친근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바꿔놓은 엔리케 페나로사 시장부터, 폐쇄되고 분리된 환경이 아니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열린 도시’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 세비야 중심가 광장에 ‘메트로폴 파라솔’을 건축해 죽어 있던 공간을 소통과 문화의 장으로 변모시킨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 상류층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오페라를 일반 대중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베를린 희극 오페라 총감독 베리 코스키의 의견까지 만나볼 수 있다.

‘혹시나 나도 도시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내가 사는 이 도시는 이상적인 도시 모습과 얼마나 가까운지’ 등이 궁금하다면 경험과 연구, 인터뷰를 모아 전 세계 도시의 이면을 들여다본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리는 “도시의 화려함과 수많은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으로 불만만 늘어놓는다면 버티는 삶이 될 것”이라며 “도시가 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찾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도시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유익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마즈다 아들리·아날로그·400쪽·2018년 12월 30일 출간·1만5800원·인문교양 일반)

 

◆ 신간소개

◇ 인공지능 거버넌스 인공지능 사회를 맞이한 인류는 인공지능의 혜택과 부작용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인공지능을 규제하는 방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윤리와 거버넌스를 논의해야 할 때다. 역사를 보면 인공지능이 도입된 초기부터 인류에게 이롭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인류에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범세계적 가이드라인이 최초로 발표됐다. 바로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범세계적 인공지능 윤리 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을 지향하고 모두 인공지능의 혜택을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공지능의 현황을 소개하고 거버넌스의 방향을 논의했다.(커뮤니케이션북스·9800원)

 

◇ 미장센 미장센은 영화의 표면이다. 여기에 영화의 모든 시각적 요소가 통제되어 있다. 영화의 서사는 1차적으로 이 표면에 담겨 있다. 모든 예술의 형식은 그만의 내용을 품고 있으며, 내용은 바로 그 형식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그 근저에는 미장센의 이해가 깔려 있다. 미장센의 이해가 곧 영화의 이해인 것이다. 하지만 미장센의 이해는 늘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다. 줄거리 중심의 영화 보기에 치중하는 관객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미장센의 이해에 구체적인 모습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열 개의 아이템을 간추렸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영화의 표면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커뮤니케이션북스·9800원)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