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서울시 정보공개 청구 자료 분석
54개 공여 기지 중 25개 주변 지역 오염 심각
"기지내부 조사 가로막는 한-미 SOFA 개정 해야"

지난해 11월 시민단체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방한에 맞춰 미 대통령에게 오염된 주한미군기지 정화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지난해 11월 시민단체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방한에 맞춰 미 대통령에게 오염된 주한미군기지 정화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기자] 반환이 예정된 용산기지 주변에 고농도 독성물질 오염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매우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20일 녹색연합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용산미군기지 주변 유류오염 지하수 정화현황’ 자료(2018년)에 따르면 용산기지와 맞닿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점에서 벤젠이 최대 17.557mg/L 검출됐다.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하수 정화기준(0.015 이하)의 약 1170.5배에 달한다. 

또 기름유출과 같은 환경사고로 발생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21.1mg/L로 기준치(1.5 이하)의 14.1배나 검출됐다. 들이마시거나 피부에 닿으면 위험한 독성물질 톨루엔은 기준치의 1.7배, 에틸벤젠은 3.1배, 크실렌은 5.4배에 달했다. 

캠프킴 지역에서는 검출된 TPH가 무려 439.2mg/L으로 기준치를 292.8배 넘었다. 

서울시는 매년 기지 외곽에서 오염지하수 모니터링과 정화작업을 하지만, 오염물질 수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2017년 용산기지 주변 지하수 오염 위해성 평가 결과 벤젠, 톨루엔 등 물질의 발암위해도가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하수를 사용하면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건강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녹색연합은 “2001년, 2006년 녹사평역 및 캠프킴 주변에 기름에 오염된 지하수가 확인됐다. 오염원인이 미군기지 내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반환된 기지는 조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처음 진행한 용산기지 지하수 위해성 평가는 기지 주변으로 한정했다. 오염원인은 기지 내부 활동에 따른 오염이 외부로 확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한국 정부에 내부 조사권이 보장되지 않아 정확한 오염원인 파악이 어렵다.

환경부가 진행한 환경기초조사에서도 여러 차례 기지 내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계속해서 SOFA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녹색연합은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측에 기지 내부 조사권이 사실상 없으니 기지 외부의 오염이 계속 반복된다”며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SOFA를 개정해 환경오염 정보공유와 기지 내부 조사, 오염자 정화 책임 등이 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인철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은 “기지 내부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SOFA와 비교할 때 한국과 미군의 관계가 매우 불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환경기초조사도 문제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환경기초조사는 5년마다 이뤄진다. 하지만 많은 기지 조사가 법에서 정한 조사 주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전 조사 후 5년이 지났어도 조사를 하지 않거나, 조사 주기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경북 왜관 캠프 캐롤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기초조사 주기를 5년 미만으로 조정해 지속적인 조사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했지만 2012년 조사 이후 6년만인 2018년에야 조사가 이뤄졌다. 

녹색연합은 “최소한 5년 법정주기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오염이 심각한 기지는 자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녹색연합이 2008~2017년 10년간 환경기초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재 미군 측에 공여 중인 53개(특별법에 포함되지 않는 용산기지는 제외) 기지 가운데 24개 주변지역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반적으로 TPH 오염이 가장 많았다. 

기지별로 가장 다양한 토양오염 물질이 나온 기지는 부평 캠프 마켓으로 토양에서 TPH, 구리, 납, 아연, 니켈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가장 다양한 지하수 오염 물질이 나온 기지는 왜관 캠프 캐롤이 꼽혔다. 왜관 캠프 캐롤은 2011년 고엽제 매립 의혹이 있었던 기지로 토양에서는 TPH오염이 확인됐다. 지하수에서는 세정제에 쓰이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의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삼염화에틸렌(TCE) 25.4배, 사염화에틸렌(PCE)는 89.5배, 납은 11.3배(먹는 물 기준으로는 113.4배)에 달했다. 

토양 TPH 농도는 평택 캠프 험프리즈가 38.5배 검출돼 기준치를 가장 많이 초과했다.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