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관련 사회공헌 외 근본적인 CO2 저감 노력은 없어
친환경·대체 시멘트 생산해 현장 보급하려면 정부 지원 필수
오재은 교수 "업계저항 만만찮아… 신기술 위한 장비 지원을"

(서창완 기자)2018.12.20/그린포스트코리아
삼표시멘트는 폐열회수를 통한 폐열발전설비를 운영하고 유연탄 대체 연료 사용 확대를 진행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시멘트 생산을 통해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시멘트 산업이 온실가스 주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진 서창완 기자)2018.12.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정부와 업계가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는 노력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 준수를 위해서라도 친환경 시멘트를 권장하거나 대체 시멘트를 쪽으로 정부와 업계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멘트 산업은 CO2를 다량 배출한다. 클링커를 이용하는 제조 방식 때문이다. 클링커는 석회석이나 점토 등의 시멘트 원료를 반용융 상태로 구울 때 생기는 덩어리다. 이 클링커를 생산할 때 화학작용이 일어나 CO2가 발생한다.

최근 영국 BBC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CO2는 연간 22억t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클링커 생산과정에서 나온다. 더욱이 클링커를 만들 땐 다량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이런 식으로 시멘트가 배출하는 CO2의 90%가 클링커와 관련돼 있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CO2는 전체 배출량의 8%나 된다. 세계 시멘트 산업을 국가로 치면 중국(27%), 미국(15%) 다음으로 많은 CO2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시멘트 생산량은 1950년대 이후 30배 이상 증가했고, 1990년대 이후로는 약 40배 늘어났다. 집중 성장을 거듭한 중국의 경우 2011~2013년 미국이 20세기를 통틀어 사용한 양보다 훨씬 많은 시멘트를 사용했다.

이처럼 시멘트가 CO2를 배출하는 주요산업으로 지목됨에 따라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16% 이상 줄이도록 규정했다. 최근 세계 시멘트업계 관계자들이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 참석해 CO2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CO2 배출 문제가 심각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 시멘트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시멘트 생산량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1991년 한국 시멘트 생산량은 3833만5000t이었으나 2016년엔 5674만2000t으로 늘었다. CO2 배출 주범인 클링커 생산량도 1991년 3499만9000t에서 2016년 4914만8000t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tCO2eq)도 1991년 152억200만tCO2eq에서 2016년 255억4300만tCO2eq로 늘어났다.

이처럼 시멘트 탄소발자국의 규모가 늘어나자 저탄소 시멘트나 탄소 제로인 ‘그린 시멘트’ 등 대체 시멘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이런 친환경 시멘트를 실제 건축현장에서 사용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 시멘트를 생산·보급하려는 정부와 시멘트업계의 노력은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부문에 대한 감축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시멘트업체들에 최대 배출할 수 있는 CO2 할당량을 주고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감축 탄력성을 주고 있다”면서도 “대체 시멘트 생산을 지원하는 제도는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CO2 저감 노력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폐열회수를 통한 폐열발전설비를 도입하고 유연탄 대체 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기후변화센터와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사업을 진행하는 등 전 지구적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쿡스토브는 미얀마 저소득층 가구에서 사용하는 스토브다. 화로 대비 연료 비용은 최대 66%, 조리시간은 최대 50%를 감축할 수 있다.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저감하고 저개발 낙후지역에 탄소배출 저감관련 사회공헌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과적으로 시멘트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1년부터 2016년까지 67% 이상(152억200만tCO2eq→255억4300만tCO2eq)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멘트산업의 CO2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및 대체 시멘트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고성능 시멘트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지난 10월 한 대학원생이 환경오염을 줄이고 강도를 5배까지 높인 시멘트 대체 결합재를 개발해 기술 이전까지 완료해 화제를 모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대학원생인 전동호(26)씨는 세계에서 연 7억5000만t 이상 발생해 절반 이상이 매립되는 플라이애시에 활성화제를 첨가해 ‘고강도 무시멘트 결합재’를 만들었다. 플라이애시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산업 부산물이다. 시멘트 없이 플라이애시와 수산화칼슘을 활용해 고강도 결합재를 제조할 수 있는 까닭에 시멘트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씨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하우이씨엠은 콘크리트 2차 제품인 블록과 경량골재 시범 생산에 성공해 전문 설비를 갖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클링커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박테리아를 이용해 친환경 벽돌을 만들어낸 진저 크레이그 도시에 비오마손(bioMason) 공동창립자는 BBC 인터뷰에서 “기존의 화학물질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것보다 실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대체 시멘트가 건축현장에서 실제로 이용되려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지원하듯이 친환경 시멘트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고성능 시멘트 개발은 업계 저항이 만만찮다. 전씨의 지도를 담당하며 대체 시멘트를 연구하는 오재은 UNIST 도시환경과 교수는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일이다 보니 업계 저항이 문제가 된다”면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뤄놓은 기존의 큰 업체들은 사실상 대체 시멘트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했다. 오 교수는 “대체 시멘트 분야는 대기업보단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더 많다”면서 “자금 사정이 안 좋은 중소기업으로선 새 장비를 들여오는 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신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장비를 회사 요구에 맞춰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비가 없는 까닭에 회사가 이미 갖고 있는 장비에 맞춘 기술만 개발하거나 기존 기술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는 형편”이라며 “친환경·고성능 시멘트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신기술 장비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멘트업계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친환경 시멘트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시멘트 구조로의 전환이 장기적으론 업계에도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CO2 배출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까닭에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화물차 안전운임제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세’로 불리는 지역자원시설세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역자원시설세 부담까지 짊어지면 이런 저런 부담금으로만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전체 업계의 연간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이 같은 구조적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CO2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시멘트를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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