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절차 없이 계약직 입사했다고 석연찮은 과정 거쳐 정규직 돼
정규직 후 5년동안 다니다 올해 초 채용비리 사회적 파문 때 퇴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딸이 KT그룹에 비정상적인 경로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한겨레가 20일자로 보도했다. 그는 KT 자회사인 KT링커스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매체는 김 의원의 딸 김모(31)씨가 2011년 4월 KT 경영지원실(GSS)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가 올해 2월 퇴사했으며, 김씨가 일했던 KT스포츠단은 2013년 4월 ㈜KT스포츠로 분사했다는 KT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KT 내부에선 김씨의 계약직 채용부터 정규직이 된 과정, 퇴사 시점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정상적 통로로 채용됐다고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KT스포츠단 사무국장인 ㄱ씨는 “윗선에서 (김씨) 이력서를 받아 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엔 김성태 의원의 딸이란 것도 몰랐다. 원래 계약직 채용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위에서 무조건 입사시키란 지시를 받아 부랴부랴 계약직 채용 기안을 올려 입사시켰다”고 밝혔다.

ㄱ 사무국장에게 이력서를 전달한 당시 KT스포츠단장 ㄴ씨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김 의원을 직접 만날 위치에 있지 않았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나보다) 더 윗선의 인사가 사무국장과 함께 불러 가보니 이력서를 주며 입사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ㄴ씨의 ‘윗선’으로 ㄴ씨에게 김 의원의 딸 이력서를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이는 당시 KT 홈고객부문 총괄사장인 서모씨다. 서씨에게 취재 내용을 알리며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 의원 딸이 정규직이 된 과정에도 의혹이 있다. KT는 “김씨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2012년도 하반기 KT 본사 공채 시험에 합격해, 2013년 1월 정규직으로 임용됐고 이후 ㈜KT스포츠 창립에 맞춰 2013년 4월 전출 처리됐다”고 공식 설명했지만, 당시 KT 인재개발실 간부인 ㄷ씨를 통해 확인한 내부 전산 기록을 보면 정규직 전환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ㄷ씨는 “김씨는 2011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2012년 12월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2013년 1월 정규직 공채로 임용됐다. 이후 신입사원 연수 교육을 받던 도중 1월말에 스스로 퇴사하고 4월 KT스포츠 분사에 맞춰 특채로 재입사했다”고 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김 의원의 딸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채로 합격한 뒤 한 달 만에 스스로 퇴사하고 두 달간 쉬다가 KT스포츠 분사를 계기로 특채로 재입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 ㄷ씨는 “무리하게 공채(전형 과정)에 태워 정규직으로 만들려다 보니 (전산 기록이) 엉망이 되어 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KT스포츠 분사와 함께 옮겨간 다른 직원들은 분사 시점인 2013년 4월1일자로 본사를 퇴사하고 재입사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김씨만 유일하게 같은 해 1월말 퇴사한 뒤 두 달가량 공백기를 가진 것으로 처리된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더욱이 김씨는 수습사원 연수 기간을 제외하고는 회사에 계속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산 기록상 정규직 채용 뒤 퇴사한 것으로 돼 있는 2013년 1월말 이후에도 회사에 정상 출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무국장 ㄱ씨는 한겨레에 “당시 김씨는 업무 공백 없이 계속 근무했다. 다만, 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정규직) 수습사원 연수를 다녀오겠다고 말해 그러라고 했을 뿐이다. 김 의원의 딸이다 보니 그러려니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KT스포츠단장 ㄴ씨는 김씨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정규직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증언했으며, ㄴ씨는 “2012년 10월 스포츠단 업무를 인수받았을 때 비정규직은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씨가 그때 이미 정규직으로 처리가 돼 있었던 것”이라며 “김씨가 정규직 공채에 붙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김씨가 정규직이 된 과정은 미스터리하고 한마디로 미러클하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 2월 최종 퇴사했다. 그런데 퇴사 시점을 놓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가 강원랜드 등 공기업 채용비리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때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회사를 그만두자 KT스포츠 내부에선 “채용비리 문제가 워낙 크게 불거지다 보니 조용히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의혹은 더 있다. 김씨가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된 시기가 김 의원이 KT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 김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2010~2012년) 소속일 때 딸이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환경노동위원회(2012~2014년) 위원일 때 딸은 정규직이 됐다고 신문은 밝혔다. 김 의원은 기지국 수사 협조 및 개인정보 유출(2011년)과 이석채 KT 회장 비리 및 부당 노동 행위(2012년) 등으로 이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뜨거운 이슈가 됐을 때 이 회장 증인 채택을 요구하던 민주당을 향해 “상식껏 도리껏 하라”며 KT 회장 증인 채택을 저지했다.

김 의원의 딸 김씨는 계약직 입사 경위에 대한 질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그는 한겨레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회사에 말하고 공채 시험을 준비했다. 특별히 퇴사한 것은 아니라 파견 계약직 2년을 채운 시점에 맞춰서 공채를 준비해서 시험을 다시 보고 들어온 것”이라며 “정규직이 정확히 언제 됐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당 정자동에서 시험을 치렀고, 여러 군데에서 몇차례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KT는 “헤드헌터 업체의 추천을 받아 채용하게 된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한겨레는 김씨 채용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KT가 “고용노동부 개인정보관리 지침에 따라 퇴사자의 경우 3년이 지나면 자료를 폐기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겨레에 따르면 복수의 인재개발실 관계자들은 “채용과 관련한 서류는 영구 보관해야 한다. 분당 정자동 KT 본사 지하 문서고에 모두 보관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응하지 않았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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