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삼표산업 풍납공장을 운영 중인 삼표그룹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지게 됐다. 풍납토성 서성벽 외벽이 처음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서울 풍납동 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내 유적 발굴조사에서 외벽 구간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적 제11호인 풍납토성은 초기 백제(기원전 18∼475년) 시대의 왕성이다. 서쪽으로 한강을 끼고 충적대지상에 구축한 순수 평지토성으로 약간 동쪽으로 치우친 남북 장타원형을 띠고 있다. 현재 약 2.1㎞ 정도가 남아 있는데, 전체 길이 3.5㎞에 달하는 거대한 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연한 서벽을 제외하고 북벽, 동벽, 남벽만 남아 있었다.

서울 풍납동 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내 유적 발굴 전경. (문화재청 제공) 2018.12.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풍납동 토성 서성벽 복원지구 내 유적 발굴 전경. (문화재청 제공) 2018.12.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런데 지난 10월 올림픽대로 하부 풍납토성나들목 인근에서 그동안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서성벽이 발견된 데 이어 최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을축년(1925년) 대홍수 때 유실된 서성벽의 외벽 구간을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성벽 잔존 폭이 31m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다. 동성벽 폭이 43m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한강이 있는 성 바깥쪽으로 하부조사를 더 진행하면 전체 성벽 길이도 3.5㎞보다 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풍납토성은 초기 백제 왕성의 전체 형태와 구조를 알려주는 사료로 가치가 높다. 실제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서성벽 내벽 첫 절개조사에서 깬돌과 강돌을 번갈아 쌓아 올리는 석축 방식을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는 서성벽 내·외벽 확인, 서문지 규모와 구조, 성벽과 문지 연결관계 등을 고고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라면서 "이번 성과를 토대로 중장기적 학술조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서성벽에 이어 최근 서성벽 외벽 구간까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삼표산업 풍납공장을 운영 중인 삼표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월 9일 서울 송파구 현대 리버빌 1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삼표 공장과 서성벽 발굴 현장. (서창완 기자) 2018.11.09/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1월 9일 서울 송파구 현대 리버빌 1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삼표 공장과 서성벽 발굴 현장. (서창완 기자) 2018.11.09/그린포스트코리아

송파구는 2003년 삼표와 ‘공장용지 협의 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합의한 뒤 2013년까지 2만1076㎡의 공장부지 중 64%인 1만3566㎡에 대해 435억원을 들여 매입해왔다. 풍납토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발굴 및 복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삼표가 2014년 돌연 보상 협의를 중단하며 사업인정 고시(특정 사업이 토지 등을 수용을 할 수 있는 공익사업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것)를 취소하고 협의 취득해 넘어간 토지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삼표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사유재산 사용허가 취소와 행정대집행으로 공장용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고, 삼표는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승기는 송파구가 쥐고 있다. 서성벽에 이어 서성벽 외벽까지 발견된 데다 상당수 주민이 분진과 소음 등으로 레미콘공장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풍납토성의 역사적 가치와 함께 주민 생활권을 배려한 판단을 통해 사업인정 고시를 인정하면 송파구는 풍납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70% 가까운 공장 부지를 송파구에 넘긴 삼표가 △낮은 보상가 △다른 공장부지 마련 △노동자 취업 문제 등을 이유로 공장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표그룹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큰아들인 정대현(40) 삼표그룹 부사장에게 무리하게 그룹을 승계하려는 바람에 회사 사정이 크게 어려워졌다. 실제로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인센티브 액수가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그룹으로선 회사 안정을 위해서라도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레미콘 공장으로 주변의 재건축 수요 등을 충족할 수 있는 최적지에 위치한 풍납공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토지 구축물이나 영업권 등까지 모두 보상해야 하는 까닭에 토지 매입비용이 갈수록 커져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하는 데다, 주민 상당수가 비산 먼지로 인한 고통을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서성벽에 이어 서성벽 외벽 구간까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삼표그룹이 끝까지 버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표 관계자는 "회사가 대법원 판결까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장과 관련한 민원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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