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해녀들, 제주도의회 찾아 '바다 살려내라' 제주도정 성토

 

[그린포스트코리아 제주=고현준 기자] “월정 앞바다는 국민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썩어버렸다. 월정바다를 살려내라. 해녀 생존을 보장하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이 14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정 앞바다는 냄새와 백화현상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해녀들이 살 길을 잃었다”면서 “바다에 의지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깨끗한 바다를 돌려달라”고 성토했다.

월정리 해녀들은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돼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80~90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바다로 들어가면 소라를 잡아도 거의 죽은 상태고 감태는 아예 살지도 않는다”며 “미역은 이상하게 더 많이 생기고 있지만 냄새가 나 먹을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해녀들은 이날 “생존권을 보장하라” “죽은 바다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종말처리장이 하수처리장으로 바뀐 후부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생존권 차원에서 바다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엔 없었던 일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동부 하수처리장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정애 제주해녀문화보존회 이사장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오늘 도의회가 열리니 도청으로 가서 기자회견을 갖자”고 권유해 버스를 타고 제주도의회로 이동했다.

해녀들은 이날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 이사장은 “월정리 해녀들이 바다가 썩어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해녀들은 도의회 예산안 통과 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지만 원 지사는 이들을 외면하고 도의회를 빠져 나갔다.

이날 집회신고를 하지 못한 탓에 구호조차 외치지 못한 해녀들은 “정식 집회신고를 하고 오는 17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다시 갖겠다”고 밝히고 해산했다.

장 이사장은 “월정 하수종말처리장이 처리한 민물을 바다로 방류한 탓에 바닷물이 묽어져 소라들이 썩어서 죽어간다”면서 “해녀들의 요구조건은 월정바다를 살리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이어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량을 조절해야 한다"면서 "지금 수준으로 방류하면 이 동네뿐만 아니라 주변 바다가 모두 죽게 된다”고 말했다.

 

 

강복국 동부하수처리장 하수운영과장은 “해녀들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보다 해산물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이는 도내 전 지역의 문제다. 제주 바다를 전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수처리 규모를 2021년까지 현재 1만2000톤에서 2만4000톤으로 증설할 계획이지만 아직 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보상 문제는 내년 말까지 전문가 집단에 맡겨 용역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며 "2020년엔 해녀들과 보상 협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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