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온 가장 높았지만 오히려 '백화현상' 줄어
극한 사건 빈도·강도에 따라 생태계에 스스로 반응

2018.12.12/그린포스트코리아
2018.12.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산호초가 ‘생태기억’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적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2016년 백화현상으로부터 살아남은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초가 ‘생태기억’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높은 저항성을 보였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가 실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백화현상으로 산호초가 받은 피해 범위를 강조하면서 2017년 산호초가 ‘생태기억’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적응했다고 밝혔다.

백화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급격히 변하면서 산호가 하얗게 탈색되는 현상이다. 산호초는 상승했던 수온이 다시 내려가면 원래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지만, 수온 상승 기간이 길어지면 집단 폐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생태기억’이란 과거 기상이변의 반복 경험을 통해서 현재 생태계 변화에 반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산호초가 1998년과 2002년, 2016년, 2017년 등 총 4번의 큰 백화현상을 겪으면서 ‘생태기억’을 얻었고, 이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상승한 수온에 저항력을 갖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2016년 백화현상을 극복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초가 이듬해 있었던 백화현상에 더 높은 저항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8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61% 산호가 해양 열파(수온상승)로 인해 하얗게 변색됐으며 오직 7%만 살아남았다. 2016년에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상승해 대부분의 산호초가 사라졌다.

하지만 수온이 가장 많이 올랐던 지난해에는 오히려 백화현상이 줄었다.

호주 국립 산호초 백화대책위원장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테리 휴즈는 “이 같은 결과는 산호들이 1년 전에 이미 같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며 “산호들이 반복된 사건을 통해 백화현상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존력이 약한 산호들은 폐사하고 강한 환경 적응력을 가진 산호들은 생태기억을 통해 지구온난화로부터 살아남았다“면서 ”생태계의 반응이 극한 사건의 빈도·강도 등 역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몽드는 ”인류가 야기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생태계가 어떻게 신속히 대응·변화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과학자들은 반복하는 기후변화가 취약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휴즈는 ”산호초가 생태기억을 통해 지난해 백화현상을 극복했다고는 하더라도 생태계 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종으로 꼽히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앤드류 휴이는 ”또 다른 큰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일은 시간문제“라면서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남반구 산호가 가까운 미래에 모두 폐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8.12.1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수온상승이 2016년에 비해 더욱 심해졌지만 백화현상을 보이는 산호초 비율은 줄어들었다.2018.12.12/그린포스트코리아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