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시그널'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시그널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시그널·벤저민 리버만, 엘리자베스 고든 저·은종환 역·진성북스·432쪽·자연과학

 

이 책의 한 단락 : 인간은 따뜻해진 세상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그들은 주변의 다양한 식물과 많은 동물들에 발생한 변화를 체감했다. 온난화는 빙하를 녹였고 녹은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해안선이 이동했고 육지 다리가 좁아졌다. 해수면이 상승했고 한때 거주지와 이동 경로로 이용되던 지역이 물에 잠겼다. 익숙한 풍경이 사라지고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인류 정착의 패턴은 빠르게 변화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인류 문명의 '황금기'를 몰고 온 기후변화가 이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고 있다.

2018년 여름은 극심한 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기온,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8월은 월평균 기온 기준으로 111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됐다. 가을철엔 일본이 잇따른 초대형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영국 환경운동가이자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인 데이비드 애튼버러(92)는 폴란드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4)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가 창조한 문명이 자연 세계와 함께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인류는 어떤 미래에서 살아갈 것인지 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의 일방적인 영향 아래 있었던 인류가 이제 기후변화의 주요 인자가 됐기 때문이다.

한 명의 기후학자와 한 명의 역사학자가 펴낸 신간 '시그널'은 그 선택의 기로 앞에 선 인류에게 기후변화를 어떻게 인지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 근거를 들어 방향성을 제시한다. 

1장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 속 인류 조상의 생존을 다루고, 2장에서는 안정적인 기후에 접어들면서 농업을 시작한 인류에 대해 살펴본다. 3장에서는 로마제국, 중국의 한나라 등의 문명의 부흥과 몰락을 기후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4장에서는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기후에 대해서 살펴본다. 

5장에서는 마지막 최대빙하기 이후 찾아온 소빙하기가 여러 국가들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6장에서는 인간이 기후변화의 주체가 되기 시작한 산업화시대의 기후변화에 대해 들여다본다. 7장과 마지막장에서는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곳곳의 현상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논란과 대안에 대해 논의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란도 다뤘다.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정치적 시각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저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논란은 기후과학에 대한 오해로 비롯되거나 정치·경제적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실제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매일 그 전날보다 따뜻해질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한파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온난화 추세는 사실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시그널'의 두 저자는 "지구상에 계속 추가되는 에너지 상당 부분이 대기가 아니라 바다에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후가 인류 역사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기후가 역사를 결정했다고 보는 기후역사학자들이 있는 반면, 이런 시각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학자들이 있다. 기후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대부분 과학자가 인류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인정하지만 이를 부정하고 지구 기후는 자연적인 현상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시그널’은 호모 사피엔스부터 현대 인류, 빙하기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인류의 흥망성쇠를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기후의 내밀한 속성과 배경을 설명하고 결코 간단하지 않은, 현대인이 심각하게 다뤄야 할 주제를 인문학적, 과학적 시각으로 흥미롭게 다룬다. 특히 이 책의 두 저자가 역사학자와 지구과학자인 만큼 기후변화와 인류 역사가 갖는 관계를 짜임새 있게 조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류의 역사와 기후의 역사 어느 한 측면에 치중하지 않고,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후의 역할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폭넓게 서술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와 관련된 폭넓은 지식이 요구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를 삶의 중요한 변수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는 지금, 우리는 과거 기후역사를 통해 미래 모습을 내다보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시그널·벤저민 리버만, 엘리자베스 고든 저·은종환 역·진성북스·432쪽·자연과학)

◆신간소개

'홍루몽' 남주인공 가보옥을 중심으로 임대옥과 설보채라는 세 젊은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과 슬픈 이별의 이야기, 그리고 젊은 아씨마님 왕희봉의 전횡을 중심으로 하는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80회본과 120회본이 전할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전형에서 벗어난 독특한 캐릭터, 수미쌍관형의 치밀한 구성, 청대 권문세족의 화려한 생활 등 곳곳에 읽는 재미가 숨어 있다. 방대한 전문을 완역본으로 출간한 필자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발췌본이다. 원서의 약 3%를 발췌해 옮겼다.  (지식을만드는지식·9800원)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역사: 기술, 문화, 사회(개정6판)' 커뮤니케이션학,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저명한 석학들이 인류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이용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사고와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도록 안내한다. 개정 6판에는 리사 지텔먼, 헨리 젱킨스, 마누엘 카스텔 등이 새롭게 참여해 소리의 기록, 축음기 제작, 라디오의 공공성, 네크워크 시대의 TV,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를 다룬다. (커뮤니케이션북스·1,2권세트 8만5000원)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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