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사진=황교익 페이스북)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사진=황교익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아직 196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는 극우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익은 10일 페이스북에 “2018년에 1960년의 김수영을 불러온다. 세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였으니 나도 잠이 깰 수밖에”라는 글을 올리고 김수영의 시 ‘김일성 만세’를 소개했다. ‘김일성 만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이 시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지난 4일 KBS ‘오늘밤 김제동’이 김수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내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가자 KBS 간부중심 소수노조인 공영노조는 성명을 내고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가 김 위원장의 답방을 바라는 청와대와 교감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김수영 시인이 ‘김일성 만세’라는 작품을 쓴 까닭은 언론 자유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언론 자유의 척도로 ‘김일성 만세’를 제시했다. ‘김일성 만세’까지 용납해야, 즉 말하는 자유와 생각하는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진정한 언론자유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반공주의가 득세한 당시 상황을 무릅쓰고 거친 어투로 ‘김일성 만세’를 외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김수영 시인은 공산주의자였을까. 시와 산문을 읽을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김수영 시인은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 이 때문에 김수영 시인이 북한에 살았더라면 틀림없이 '이승만 만세'나 '박정희 만세'를 외쳤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문학인이 많다.

실제로 김수영 시인은 모든 것을 이념으로 재단하는 사회주의자를 비판하는 ‘연꽃’이라는 작품을 1961년 발표했다. 해당 작품에서 김수영 시인은 ‘종이를 짤라내듯/ 긴장하지 말라구요/ 긴장하지 말라구요/ 사회주의 동지들/ (중략) 버래와 같이/ 눈을 뜨고 보라구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긴장하지 말라구요/ 내가 겨우 보이는/ 긴장하지 말라구요’라면서 이념에서 벗어나면 변절자 낙인을 붙이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회주의자들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황교익은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올려서 생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극우세력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 김제동은 방송에서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호칭하기도 하고 팬클럽을 모집하는 모습이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분도 굉장히 많다”며 김 단장 발언을 비판했다. 또 출연자 중 누구도 김 단장 의견에 찬성하지 않아 김 위원장 찬양 방송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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