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구출 이번이 처음…네티즌 3639명 캠페인 참여

2018.12.7/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온라인 모금을 통해 사육 농가의 곰을 매입, 철창에 갇힌 사육곰 세 마리를 구출했다.2018.1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신호탄이 쏴졌다. 네티즌들이 철창 속 사육곰 세 마리를 구했다.

녹색연합은 온라인 모금을 통해 사육 농가의 곰을 매입, 철창에 갇힌 사육곰 세 마리를 구출했다고 7일 밝혔다. 구출된 곰들은 시멘트 바닥에 의한 발바닥 출혈을 제외하곤 다행히 모두 건강한 상태다.

국내에서 사육곰이 구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색연합이 세계동물보호(WAP)와 사육곰 정책 폐지 캠페인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이번에 구출된 사육곰은 반달가슴곰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I에 속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며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다.

이번 사육곰 구출은 많은 시민의 관심과 관련 부처 및 시설이 협력해 이뤄낸 성과다. 지난 9월 27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진행된 모금 캠페인에 3639명의 시민이 참여해 4000만원을 모았다. 녹색연합과 환경부, 청주와 전주의 동물원들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녹색연합은 현장에서 직접 곰을 이송하는 일을 도왔으며 동물원은 구출된 곰들을 위한 임시 거처를 내어줬다. 환경부는 각 동물원에 곰사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비를 지원했다.

이들 곰은 출생신고 기준으로 모두 2014년 1월 10일생이며 강원도의 한 사육농가에서 태어났다. 태어나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온 사육곰들은 각각 '반이' '달이' '곰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녹색연합은 지난달 6~12일 시민들에게 이름을 추천받아 3일간 투표를 진행했다.

구조된 곰 가운데 숫놈인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에 보내졌고, 암놈인 곰이는 전주동물원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이들은 한 달간 합사 훈련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 후 다른 곰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사육곰은 1980년대 농가 수익을 위해 재수출 목적으로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수입됐다. 이후 한국이 CITES에 가입해 판로가 막혔고, 방치된 곰들은 웅담채취용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에서 웅담채취용 곰을 합법으로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현행법상 10년 이상의 곰을 도축해 웅담을 적출할 수 있다. 국내에선 웅담 거래도 합법이다. 전국 32개 농가에 총 54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중 5세 이하는 41마리다.

녹색연합은 “이번 성과는 정부와 시민 그리고 환경단체가 힘을 합해 이뤄낸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사육곰을 위한 보호시설(생츄어리)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동물을 위한 생츄어리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트남과 중국에선 정부와 시민단체가 역할 분담한다. 정부가 생츄어리 부지와 초기 시설을 지원하면 시민단체가 곰 매입과 시설 운영을 맡는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도 사육곰 산업 종식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육곰 구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청주·전주동물원은 반이, 달이, 곰이의 영구적 보금자리가 아니다. 구출된 세 마리는 이후 정부가 운영하는 영구보호시설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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