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 대표이사 맡자마자 실적 곤두박질
경영악화 시멘트업계서도 유독 도드라질 정도
인센티브삭감 등 그룹사전체에까지 영향 미쳐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되면 최악 위기 맞을수도
'풍납공장 이전' 싸고 벌이는 법적 공방도 부담

정도원(사진 왼쪽) 삼표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사장(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정 부사장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은 물론 삼표시멘트 홈페이지에도 그의 사진이 없다. 정 부사장 사진은 2000년 출간된 ‘선각자 정인욱’에 나온 정 회장 가족사진에서 자른 것이다. 고 정인욱은 삼표그룹 창업주이자 정 회장의 아버지다.
정도원(사진 왼쪽) 삼표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사장(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정 부사장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은 물론 삼표시멘트 홈페이지에도 그의 사진이 없다. 정 부사장 사진은 2000년 출간된 ‘선각자 정인욱’에 나온 정 회장 가족사진에서 자른 것이다. 고 정인욱은 삼표그룹 창업주이자 정 회장의 아버지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서창완 기자] 정대현(40) 삼표그룹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삼표시멘트의 경영 성적이 안 좋아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른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올해 초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영업부문장(CMO)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이뤄진 초고속 승진이었다.

2006년 ㈜삼표에 입사한 정 부사장은 심표기초소재 대표, 삼표레일웨이 대표, 삼표시멘트 영업부문장, 삼표시멘트 관리지원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장남인 정 부사장을 불과 12년 만에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앉힘으로써 후계 구도 밑그림을 그렸다.

정 부사장은 삼표그룹 사보 ‘삼표가 그린 세상’의 올해 신년호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업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나가겠다. 과거 레미콘사와 건설사에만 집중했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을 창출해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 영업을 확대하는 등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삼표그룹의 역량을 활용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영업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삼표시멘트 경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도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뒤부터 삼표시멘트 경영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삼표시멘트의 3분기 매출은 4063억원, 영업손실은 183억원, 당기순손실은 172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1036억원, 영업이익은 592억원, 당기순이익은 392억원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86.0%로 지난해 동기(81.3%)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시멘트업계엔 여러 악재가 겹쳤다. 건설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가 감소한 데다 판매가도 하락했다. 여기에 더해 삼표시멘트는 해상 운송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겪었다. 삼표시멘트 전신인 동양시멘트는 2012년부터 해상물류운송업체인 명성기공으로부터 벌크 운반선을 임대받아 해외 원자재 등을 수입했다. 하지만 삼표시멘트로 주인이 바뀌자 선박을 소유한 명성기공이 소송을 제기해 선박을 모두 반환받았다. 이후 삼표시멘트와의 선박 임차 협상이 결렬되자 명성기공은 반환 받은 선박으로 삼척항을 점거해 삼표시멘트의 원료 수급을 막았다. 이에 대해 명성기공은 돌려받은 선박이 원상회복이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있어 법원에 선박 상태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주요 시멘트업체에서 3분기 누적 적자를 낸 곳이 삼표시멘트뿐이란 점이다. 현재 한국의 시멘트 시장은 아세아시멘트의 한라시멘트 인수, 한일시멘트의 현대시멘트 인수로 5개사(한일시멘트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가 독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에서 유독 삼표시멘트의 경영실적이 안 좋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뛰었음에도 경영실적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삼표시멘트의 점유율은 전년(12.7%)보단 1.5%포인트 상승한 14.2%다. 당시 점유율 순위는 쌍용양회(19.2%)이어 2위다. 원가율과 물류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마진율보단 수요처 발굴에 주력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판로가 줄어 재고자산이 쌓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송선박 확보 차질로 인한 물류비 부담이 급증해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 반면 성신양회의 3분기 영업이익(119억원)은 전년 동기(9억원)보다 1222.2%나 수직상승했다. 유진기업도 전년 동기보다 86.9%나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삼표시멘트의 실적이 더없이 초라하게 보이는 이유다.

삼표시멘트 실적은 공교롭게도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부터 안 좋아졌다. 1분기 매출액이 1327억6756만원으로 전년 동기(1598억1232만원)보다 16.9%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이 업계에서 가장 컸다. 2분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삼표시멘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2.3% 감소한 1426억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폭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86.7%나 하락했다. 쌍용양회가 4.8%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삼표시멘트 장사가 얼마나 신통찮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 부사장 직전의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최병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정치개혁소위 위원장)이다. 은행인 출신인 최 위원은 2010년 삼표그룹 재무전략 사장으로 영입돼 2015년엔 동양시멘트 인수를 주도했다. 이후 하청근로자 문제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영권 간섭 움직임을 무난하게 해결해 높은 평판을 얻었다. 자유한국당이 그를 영입한 것도 그의 경영능력을 높이 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삼표시멘트 경영상황이 그룹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센티브 액수가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삼표그룹은 매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엔 S등급 직원들에게 기본급 3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줬다. 하지만 삼표그룹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S등급 직원이 받는 인센티브는 기본급 200%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A등급을 비롯한 나머지 직원의 인센티브 지급액도 대폭 삭감된다.

경영 사정이 안 좋다 보니 고용보장 약속은 파기된 지 오래다. 삼표그룹은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양해각서에 5년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조항을 삽입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차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인력 구조조정으로 59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고용보장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삼표시멘트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시멘트업계 전반적으로 향후 경영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시멘트업계는 안 그래도 외부 경영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화물차 안전운임제 부담을 안아야 한다. 현재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비용으로 연간 약 23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하반기부턴 연간 수백억원가량의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을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부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면 매년 3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내게 된다.

특히 ‘시멘트세’로 불리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시멘트업계에 '공포' 그 자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업종에 시멘트업종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인 지방세법 개정안을 심의해 내년 4월로 논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석회석에 이미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만큼 원재료에 가까운 시멘트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업계 저항이 있긴 하지만, 시멘트업계 주소지를 둔 국회의원들이 부족한 지방재정을 충당할 목적으로 처리에 적극적이어서 통과 가능성이 있다. 시멘트 1톤당 1000원을 부과하면 업계는 연간 530억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담해야 한다.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악화가 가중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다중고를 짊어진 정 부사장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이나 직원 채용을 줄이고 기존 채용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해법인 데다 모두 큰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 부사장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자신이 경영에 관여하는 삼표산업이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삼표산업 풍납공장의 이전을 싸고 송파구와 벌이는 법적 공방도 정 부사장으로선 골칫거리다.

송파구는 올림픽대로 하부 풍납토성나들목 인근에서 그동안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풍납토성 서성벽을 발견했다. 그런데 추가로 확인한 성벽이 지난해부터 발굴 중인 삼표 사옥부지 발굴구간 성벽과 연장선상에 위치해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구는 서성벽이 관통할 가능성이 높은 풍납공장 부지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노동자 취업과 기업 재산권 등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송파구는 2003년 삼표와 ‘공장용지 협의 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합의한 뒤 2013년까지 2만1076㎡의 공장부지 중 64%인 1만3566㎡를 435억원을 들여 매입해왔다. 그런데 삼표산업이 2014년 돌연 보상 협의를 중단했다. 송파구청과 삼표산업의 법적 다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삼표 측이 협의에 불응하자 서울시와 송파구는 사유재산 사용허가 취소와 행정대집행으로 공장용지를 확보하려 했고, 삼표 측은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삼표는 송파구로부터 공장부지 사용허가를 받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송파구는 나머지 36% 부지를 매입하는 데 85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진 토지만 보상했지만 앞으론 토지 구축물이나 영업권 등까지 모두 보상해야 해 액수가 커졌다.

삼표 측은 △낮은 보상가 △다른 공장부지 마련 △노동자 취업 문제 등을 내세워 공장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삼표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에 “대체 부지를 구하려면 목돈이 필요함에도 보상을 조금씩 해주니 이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런 이유만으론 10년간 70%에 가까운 공장부지를 송파구 측에 이전했다가 갑작스럽게 태도 변화를 보인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

일각에선 삼표그룹이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위해 풍납공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사장이 안정적으로 승계를 완수하려면 그가 최대주주인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의 성장이 필요하다. 골재(모래·자갈 등) 생산 업체인 삼표기초소재와 철스크랩(폐철) 수집·가공 업체인 네비엔은 삼표산업 산업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도 넘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탈세 혐의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기까지 했을 정도다.

서성벽 존재가 확인된 데다 상당수 주민이 풍납공장에서 나오는 비산 먼지와 덤프트럭 소음을 호소하는 만큼 법적 다툼에서 송파구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 그래도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정 부사장으로선 승계구도 완정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돈줄인 풍납공장을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정 부사장에게 ‘진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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