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사료서 검출… 항생제내성 갖춰 건강 위협
프랑스·폴란드 등 사료 수입한 20개국 초비상상태
한국 사료도 문제 가능성 높지만 당국 “첨 듣는다”

2018.12.5/그린포스트코리아
비타민 주재료인 GMO 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이 있어 동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2018.1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프랑스의 일부 사료업체가 항생제 내성을 갖춘 유전자변형생물(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을 사료 원료로 사용해 충격을 주고 있다. GMO는 기존 생물체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기존 생물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한 생물체를 뜻한다. 한국에도 같은 원료가 수입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GMO 박테리아가 문제가 됐다는 건 처음 접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중국에서 생산된 가축 사료 150톤에 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이 첨가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비타민 주재료인 GMO 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이 있어 동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 비타민B2는 돼지, 가금류, 소 등 모든 동물 종에게 급여하는 사료에 사용됐다. 르몽드는 독일의 한 연구소가 2015년 사료에 쓰인 비타민B2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GMO 박테리아를 원료로 사용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GMO 박테리아로 오염된 식품의 시장 유통을 막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프랑스 공정거래국(DGCCRF)에 따르면 12명의 사육업자와 3명의 제조업자가 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을 함유한 사료를 사용했다. 프랑스 당국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환기하며 “유럽위원회가 하루빨리 우럽연합 기준과 부합하는 대응 조치를 (문제의 사료를 수입한 나라에) 전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의 사료가 시장에 유통돼 이미 소비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많다. 유럽의회 식품안전공중보건환경위원회 소속인 기욤 발라는 “유럽위원회의 GMO에 대한 관용주의는 농산가공물 로비를 처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대로 방치해 (GMO 식품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위원회는 예방 원칙을 준수하지 않을뿐더러 유럽시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지도 못했다. 동물을 독살하고 공동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며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데 대해 죄책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이 든 사료가 문제가 된 나라는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유럽 전체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핀란드에선 지난 6월부터 2600톤의 사료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10월 가축 사료에 함유된 비타민B에서 GMO 박테리아를 검출했다. 이 비타민B는 중국에서 생산돼 네덜란드에 본거지를 둔 단체에 의해 유럽 전역에 판매됐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뿐 아니라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불가리 등 20개국이 GMO 비타민이 든 사료를 사용했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해당 비타민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이 사용하는 가축 사료나 사료 원료 중 일부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이 첨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에 GMO 박테리아가 유럽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단 사실을 처음 듣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GMO 승인 품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산 사료에서 GMO 박테리아가 나왔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는 “문제의 비타민이 첨가됐더라도 단백질 성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검출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축사료는 GMO 콩이나 옥수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GMO를 사용할 경우 포장지에 이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GMO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최종 제품에 대해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GMO 박테리아를 사용해 만든 비타민에 GMO 표시를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8.12.5/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의 일부 사료업체가 항생제 내성을 갖춘 유전자변형생물(GMO) 박테리아로 만든 비타민을 사료 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2018.12.5/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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