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일 기관인데 전화 연결에도 하세월
일손 달려 상담원 1명이 연 2000여건 처리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1. 윗집과 몇 달째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온 A씨는 정부 운영기관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의조차 실패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대기자가 많다며 전화 연결도 안 됐기 때문이다. 이 기관이 실제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2. B씨는 두달을 기다린 끝에 정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관리기관의 현장 진단을 받게 됐다. 하지만 결과가 황당했다. 현장을 진단하러 온 직원은 윗집을 만나보지도 않고 돌아갔다. 직원은 “윗집이 상담을 거부하며 문을 안 열어줘서 어쩔 수 없다”고 B씨에게 말했다.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센터는 정부가 운영하는 유일의 층간소음 갈등 중재기관이다. 그러나 상담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수요를 감당할 여력도 없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하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픽사베이 제공)2018.12.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하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픽사베이 제공)2018.12.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012년 환경공단은 사회적 문제가 된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층간소음 소송이 늘면서 상담과 중재로 원만한 해결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용 시민 다수는 센터의 운영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문의 폭주로 콜센터 연결이 어렵고, 온라인 신청을 해도 최종 접수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상담원의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최근 센터를 이용한 박모씨는 “지자체 분쟁조정 기구에서도 해결이 안 돼 정부운영기관을 찾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못 받았다”며 “콜센터 연결도 몇 시간 만에 연결됐는데, 상담가가 스스로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말해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법적 다툼까지는 가고 싶지 않아 현장 진단과 상담신청을 했는데 한 달가량 지나서야 이뤄졌다”며 “현장에서 소음 측정하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어서 시간만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센터 인력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상담문의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2만2849건에 달한다. 하지만 센터의 직원은 23명(콜센터 10명, 현장상담 13명)에 그친다. 1명당 연간 처리 건수로 보면 콜센터 인력 2200여건, 현장 인력 700여건 수준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대로 직원은 실제로 전문 상담가가 아니다. 센터의모든 근무자는 환경공단의 일반 직원이며 단순 인사발령에 따라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센터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공단의 무책임한 운영방식도 문제라고 본다. 서비스 장애에 따른 휴무도 잦은 편인데다가 환경공단 사내 체육대회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환경공단은 올해에만 13차례에 걸쳐 센터 콜센터의 갑작스러운 휴무를 공지했다. 이 가운데 5건은 직원 체육대회, 워크숍, 봉사활동 등 내부행사가 사유다.

서비스 만족도도 낮을 수 밖에 없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센터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54.7점에 그쳤다. 문제 해결 기여도는 33.3점으로 조사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센터 이용자들의 불만족 사례를 들어 “센터의 갈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 없는 사업인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센터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의원이 지적하자 전병성 당시 환경공단 이사장은 “환경공단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없다”며 “환경공단이 층간소음 민원 해결 창구로서의 역할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다”고 답했다.

환경공단은 내년에 센터 인력을 2명 충원해 25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적게나마 증원이 되는 셈이지만 개선 전망은 어둡다. 센터 인력이 31명에 달했던 2015년에도 문제는 별 다를 바 없었다. 이밖에도 환경공단은 서비스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갈등을 부족한 인력으로 맡다 보니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예산 부족 등 개선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내부적으로는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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