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저자 김종술∥한겨레출판∥328쪽∥사회학

 

이 책의 한 단락 : “이곳은 물안개의 강이자 백로와 고라니의 강이며 사람의 강이다. 예전처럼 다시 살아날 강을 기다리며 강의 변화를 기록한다. 강이 깨어나면서 숨을 토하는 하얀 새벽 강가에서 나는 지금도 공존의 강을 꿈꾼다. 강에서 살아가며 강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며 강으로의 ‘소풍’에 동참할 것이다. 이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최근 환경부는 4대강 보 처리 실증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강수계 3개 보 가운데 이포보를 취수제약수위(EL.26.4m)까지 개방했다. 결과는 자연성 회복 측면에서 낙관적이다. 

수위 저하 이후 복하천, 양화천 합류부 일대에서 축구장 면적 12배에 달하는 모래톱이 만들어졌다. 생태공간이 늘고 습지, 웅덩이, 여울 구간이 형성되면서 쇠백로, 왜가리, 중대백로 등이 이포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물새류의 개체수는 1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한반도대운하사업을 국정과제로 내놨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같은 해 6월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해 12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4대강 정비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했다. 

◇ 거대한 어항에서 떼죽음 당하는 물고기들

4대강 공사가 시작되고 2010년, 굉음을 울리며 쳐들어온 중장비들이 공주시 백제 큰다리의 바위덩어리 보호공을 잘랐다. 강물을 가로막고 있던 돌무더기가 무너져내리자 갑자기 본류의 수위가 낮아졌다. 겨울잠에 빠졌던 물고기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모래무지, 누치, 끄리, 마자, 피라미, 붕어, 잉어 등 물고기 수천 마리가 물 빠진 모래톱에 허연 배를 드러내고 죽어갔다. 4대강 취재기를 기록한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의 저자 김종술 기자는 이를 두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재해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기사를 작성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고작 10~20만원. 그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 이후 명절만 빼고 매일 금강으로 나갔다. 

“그날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썩은 내가 풍기는 강변에서 나 혼자 살아 있다는 것이 악몽이었고 치욕이었다.”(86쪽·'물고기 떼죽음: 여흘의 기록') 

4대강 사업은 총사업비 22조원을 들여 4대강 외에도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어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해마다 4대강 유역에서 녹조가 창궐해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4대강 조류경보 발생 건수는 2013년 266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급증했다.

16개 보에 가로막혀 거대한 어항이 된 곳에는 큰빗이끼벌레까지 잇따라 출현했다. 환경전문가나 시민단체는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에 “강이 거대한 호수가 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책에서 저자는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이어졌다. 규모가 수십 만 마리에 달했다. 강변에 방치된 물고기의 사체에서는 침전물이 흘러나왔다. 구더기가 들끓고 강물이 썩었다”고 기록했다.

4대강 사업은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50년간 들어가는 비용은 31조여원인데 반해 총편익은 6조6000억여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질 악화와 수생생태계 파괴는 물론, 경제성까지 부족한 셈이다. 

◇ "이 책이 4대강의 팩트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금강의 수문이 열렸다. 김종술 기자가 금강으로 출동한 지 10년이 흐른 뒤다. 지난 6월 정부는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수질, 수생생태 등 11개 분야 모니터링 결과, 물 흐름이 회복됐으며 조류 농도도 낮아졌다. 농식물 서식 환경은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금강 요정’ 김종술 기자는 4대강 16개 보 중 겨우 몇 개의 수문이 열렸을 뿐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외수 소설가는 "적어도 그대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처하신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이 4대강의 팩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관심을 거둔 자리에서 묵묵히 싸운다.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 때는 정부가 발표한 물고기 사체의 수를 일일이 확인하고, 건강에 무해하다는 환경부의 주장대로 녹조로 뒤덮인 강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했다. 4대강 공사로 갈아엎은 땅에 사는 농민들과 어민들을 찾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먹고살기가 좋아졌는지 묻기도 한다. ‘사업’의 명목으로 쏟아부은 수십조원의 혈세와 그 혈세로 파괴된 것들, 그리고 그 파괴된 것들을 감추려는 기묘한 행정과 언론 플레이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때때로 괴물들과 싸우면서 나 또한 괴물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홀로 강변에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뱀에 물리고 공사 인부한테 두들겨 맞으면서도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228쪽·'나는 왜 환경전문 기자가 되었나?')

그는 자연을 글이 아니라 몸으로 배웠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글로 쓰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글은 꾸밈없고 진실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경탄하고, 이름 모를 풀과 꽃,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생히 이야기한다. 말 못하는 새와 수달, 오리의 편에 선 ‘시민’ 김종술과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한 사업을 밀어붙인 ‘거대권력’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기자의 취재기로만 머물지 않고, 자연 그 자체를 보여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가 된다. 기자는 말 못하는 자연의 변호인임을 자처하며, 자연의 권리와 생명의 연결고리를 모르는 일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을 되짚는다. 

“국가와 국민은 수동적으로 환경보전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국가는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자연에도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줘야 한다.” 

◆신간소개

◇'무민은 채식주의자' 이 책은 동물권을 테마로 한 손바닥소설집이지만 단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구병모, 권지예, 김봄, 김서령, 김연희, 김은, 박상영, 위수정, 이순원, 이장욱, 이주란, 정세랑, 최정화, 태기수, 하명희, 황현진 등 현재 우리 문학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소설가들이 적극 참여했다.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일, 우리 안의 야만성, 잔혹성, 폭력성을 아프게 직시하는 일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들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집 (걷는사람·1만2000원)

 

 

◇ '산타와 함께 춤을' '늦게 온 카네이션'으로 데뷔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연주 작가의 4번째 그림책. 온 세상에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어디선가 빨간 새 한마리가 날아온다. 바로 산타할아버지다. 산타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려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메리메리 송송송, 해피해피 추추추, 쉐킷쉐킷 콕콕콕, 플라이플라이 포올짝, 레디 뽁!' 산타가 아이에게 선물을 주려는데 순간 꼬마가 사라진다. 과연 산타와 꼬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몰래 온 손님 산타와 귀여운 꼬마의 비밀스럽고 행복한 만남을 담은 그림책. (북극곰·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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