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경기장 건설에 13만4000여개 합판 사용

2018.12.3/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 남동아시아 산림이 남벌됐다.2018.12.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 동남아시아 산림이 남벌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제출된 민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벌채한 나무로 만든 13만4000여개의 합판이 경기장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 주형으로 사용됐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민원을 제기한 비정부기구(NGO) 환경단체는 "이는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영구적으로 손실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보르네오섬 내 서식지 마저 파괴한다"며 당국의 구매정책을 고발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한국-인도네시아 기업인 코린도에 의해 공급된 8700개의 합판 사용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삼림관리촉진 국제인증도 받지 않았음에도 이 나무들은 배구 경기장인 아리아케 경기장을 짓는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공동 민원인 한나 하이네켄 열대우림활동네트워크 대변인은 “도쿄올림픽이 코린도로부터 공급받은 목재를 사용한 것은 지속가능한 2020년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국제 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코린도측은 "인도네시아 법을 전적으로 준수하며 불법적인 벌채를 하지 않았고, 지역주민의 동의도 얻었다"고 해명했다.

하이네켄은 “코린도 공급업자가 차지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티무르 주(州) 대부분 지역은 오랑우탄의 서식지”라면서 “이 지역 유인원 80%가 보호구역 바깥으로 밀려나 벌목, 농장, 채광 작업 등에 노출돼 위험에 처해 있다. 오랑우탄 개체 수는 산림벌채가 지속되면서 급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세계자원연구소(WRI)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산림파괴 속도는 전 세계 2위로, 지난해 방글라데시 면적을 덮을 정도인 15만8000㎢의 산림이 파괴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는 목재는 국제올림픽 조직위가 정한 지속가능성 기준에 부합하는 목재용 수목 뿐이다.

조직위가 정한 기준은 △목재 공급자는 불법으로 벌목된 목재를 사용하지 말 것 △자연 보존을 위해야 할 것 등이다. 그러나 목재 근원지에 대해 밝힐 의무는 포함되지 않다.

따라서 현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네켄은 “최근 개정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올림픽 시설 건설에 열대우림을 남벌하는 것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산림벌채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피력하는 데 실패했다”며 "현재 정책은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열대 산림을 남벌해 지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4월 말레이시아 대형목재업체인 ‘신양사’의 합판이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일 신국립경기장 건설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환경단체의 조사로 드러난 바 있다.

경기장 건설 발주처인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는 당시 신양사 합판을 쓰고 있음을 시인했다. JSC는 "해당 목재가 지속가능한 삼림관리촉진 국제인증제도인 PEFC 인증을 획득한 것이라서 요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PEFC는 세계 각국의 삼림인증제도를 승인하는 시스템이지만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앨리슨 호아 선임연구원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의 경우 부패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인증이 정당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사라왁주는 세계에서 삼림파괴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2001~2016년 벌목으로 2만5260㎢의 삼림이 파괴됐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벌채된 목재의 최대 수입국으로, 사라왁 목재역시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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